2015-12-27

book_ Sophie's World 소피의 세계 -Jostein Gaarder 요슈타인 가이더 지음


Author: Jostein Gaarder
Original title: Sofies verden



언젠가 가까운 지인께서 내게 조언을 해주신 적이 있다.
" '철학을 공부한다'라고 말하기 보다는 '철학에 관심이 있다'라고 이야기하는 게 적절할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초반에는 무슨 말씀을 하신 것인지 이해를 제대로 못했다. 그런데 지인의 설명을 들어보니 '공부하다'보다는 '관심있다'로 바꾸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 그 만큼 나 자신이 알고있고, 또 알고 있는 것을 실제 생활에서 제대로 실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반성 때문이었던 것 같다. 또한  '철학을 공부한다'라는 것은 상당히 넓은 영역을 지칭한다. 그와 대비되게 '철학에 관심이 있다'는 학문으로서 철학을 '공부를 한다'라기 보다는 현실세계와 관련있는 부분을 철학의 영역에서 찾고 배우는 과정이 아닌가 싶다. 단순한 말장난이될 수도 있겠지만, 지인의 조언 덕분에 '철학을 공부한다'와 '철학에 관심이 있다'라는 문장에 대해 고민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본인이 철학에 대해 과연 무엇을 알고있고, 알고있는 그것들을 어떻게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도 철학을 공부하기보다는 현실세계를 경험하면서 본인이 생각하고 판단하는 과정에서 철학이 동반자의 역할을 하는 관계가 나에게는 맞았다. 철학에서 다루는 현학적 내용들을 가지고 술자리에 앉아 어떤 철학자가 무슨 말을 했다며 토론하는 것보다는 내가 현재 겪고있고 고민하는 내용들을 철학이 옆에서 조언해주는 관계가 더 긍정적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인간의 삶과 함께하지 못하는 철학이 과연 철학으로서의 가치를 얼마나 함양하고 있을지에대해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시험문제에 답을 달기위해 철학에 관심을 갖는 것은 어쩌면 철학에 접근한 본질적 목적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철학...
철학이라는 단어가 위압감을 주어 감히 다가기도 힘든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군중이 만들어 놓은 불안심리에 편승해 다가가보지도 않고 지레 겁을 먹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인연의 경로를 타고 필요에 의해 철학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학창시절, 체계적이진 않았지만, 생각하는 것이 즐거워했다. 그 생각이 줄기를 치고 계속이어져 다른 어떤 것과의 연관성에 대해 의문을 갖게 할때 쾌감을 느꼈었다. 파편화된 이 생각들을 어떻게 하면 정리하고 본질을 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과 함께 만난 것이 '철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한 순간에 철학에 관심을 가졌다기 보다는 수 많은 고민의 세월이 쌓여 '철학'에게 말을 걸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철학과 관련해 많은 책을 읽고 배웠던 것은 아니다.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을 큰 개념에서 소개한 책들을 몇권 읽었을 뿐이다. 그 경험이 어쩌면 지금도 철학에 대해 계속된 관심을 갖게 하는 것 같다.

생각하는 것이 즐겁다.
어느 날 갑자기 내 눈에 보이는 어떤 사물을 보고 한 동안 응시했던 경험이있다. '이 사물의 본질은 무엇일까?' '인간에게 이 물체는 어떤 용도로 사용될까?' 등등에 대한 고민을 했다. 사물의 용도를 정해놓으면 그 사물은 그 용도로만 사용되지만, 그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보게되면 그 사물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틀(Frame)을 깼기 때문에... 철학은 이런 이치로 인간의 삶에도 정확히 적용된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 그리고 그런 배경을 바탕으로 우리가 너무 익숙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낯설게 해주는 힘이 바로 철학에게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측면에서 철학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게해주며, 익숙한 것들을 새롭고 낯설게 볼수 있는 관점을 선물해준다. 이 책을 읽다보면 '아! 이런 관점으로도 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된다면 더욱 흥미롭게 이 책을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철학과 사랑은 서로 공생할 수 있을까?
문득 든 생각이다. 단순하게 조금은 차가운 느낌을 품고 있는 철학이 과연 '사랑'과는 어떤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철학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려는 목적이 무엇인가에 따라 대답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는 관점을 대입해보면 내가 사랑하는 상대방을 끊임없이 익숙하지 않은 감정으로 만날 수 있는 지혜를 선물해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여기에는 모순이 담겨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사랑하는 상대방이 어느 순간 익숙해졌을 때 철학은 냉정하게 상대방과 헤어지는 것을 선택하게 만들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별보다는 그냥 같이 사는 것을 선택하겠지만, 철학은 이 점에 대해서는 매우 냉정하다. 하루를 살더라도 내 삶의 주인으로 사는 삶을 이야기하며 차갑게도 이별을 선택하게 한 인간의 살을 벼랑 끝으로 내몬다. 이런 이유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철학을 외면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봤다.

철학에 관심을 가지고 몇몇 책들을 읽은 후 이 책을 읽었다. 여전히 쉽지 않게 읽혔다. 각 시대의 상황과 철학자들을 가볍게 소개하는 내용들이었지만, 가볍게 읽히진 않았다. 어쩌면 이 책은 소설의 형식을 바탕으로 철학을 소개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게 익숙하지 않은 점도 더러 있었다. 소설이 진행될 수록 점점 자주 바뀌는 시점 때문에 조금은 복잡한 느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과거에 이 책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도 봤던 기억이 있다. 전반적인 내용을 이해하는데는 책이 더 나을 것이다.

앞으로는 '생각하는 사람'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반대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도태되는 시대가 될 것이다.
단순히 무언가를 외우고 그것을 답하는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특히 시골에 있는 어느 작은학교에 다니는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매우 간곡히 정독하기를 말씀드리고 싶다. 더 크게 생각하고 더 큰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를 간곡히 부탁드리고 싶다.
철학을 어렵게 보지말고, 일단 다가가 철학에게 말을 걸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