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제: Sapiens-Yuval Noah Harari ]
'생각하는 인간'이란 무엇이며, 인간은 어떤 역사의 흐름을 겪어왔을까?
책을 읽으며 계속 고민했던 내용이다. 이러한 고민을 하는 분이라면 이 책을 읽어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인류의 역사는 어느 부분에서 큰 변화를 맞이했는지 궁금하신 분들에게도 추천한다. (전반적으로 책을 읽으며) 초반에는 상당한 흥미를 느끼면서 읽었으나 중반에 접어들면서 그 흥미가 가라앉다가 종반에 접어들면서 다시 몰입하며 읽었다. 특히, 인간이 "생각(상상)"한다는 것이 인류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읽을 때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까? 얼마나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까?' 에 대해서도 깊게고민하게 만들어준 책이다.
'나는 역사의 어느 지점에 서 있는 것일까?'
마치 구글의 위성지도에서 나의 위치를 찾아 하늘에서 지구로 내려가는 그 짧은 시간동안에 내가 지구에 서있는 위치가 너무나 초라해서 허무하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미래를 예측하는 건 내 영역이 아니기에 내가 현재 역사의 어느 지점에 서있는지라도 알면 어떻게 현재를 대응할 수 있을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오히려 이 책을 읽으며 더욱 오리무중이 되었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일어나는 현상들에 대응하는 것이다.'라는 어느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의도하지 않았던 우연의 일들이 중첩되어 인류의 역사가 흘러갔다고 말했을 때 과연 동의할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한편으론 터무니 없을지 모르나, 이 말에 담긴 진의를 고민해보니 역설적이게도 '역사는 인간의 생각(상상)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동의(신뢰)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서로 협업하는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인간의 생각'이 긍정적가치를 가지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지나친 탐욕을 바탕으로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내일 주가가 어떻게 될지와 같은 '세세한 측면'에서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으나, 인류역사의 본질적 측면에서 현재 내가 어떤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지는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 마치 현재 수직적 구조에서 '수평적 구조'로 시스템이 재편되고 있는 것처럼... 아닐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책을 왜 읽었나?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 아니다.
'인간' 이 궁금했다.
인간이란 존재가 진정 무엇이었고, 그 인간이 만들어낸 역사는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가 매우 궁금했다. 확실한 답을 찾진 못했지만, 그것들에 대해 고민하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었다.
이 책의 기본적인 골격은 이렇다.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
이렇게 3가지 혁명으로 나뉜뒤 전반적으로 인류가 서로 협업하는 시스템을 강화한 요소로
'화폐(돈), 제국, 종교'을 제시하고 있었다.
인지혁명은 인간이 생각(상상)을 했다는 점. 이를 바탕으로 상상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서로 모르는 여러 사람들이 그것을 믿게하고 이를 바탕으로 서로 협업하게 되었다고 저자는 이야기 한다.
농업혁명은 그전까진 수렵채집활동으로 생활하던 사람들이 쌀, 밀 등의 곡물을 재배하게 되면서 '정착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점을 중요하게 제시한다. 충분한 잉여작물이 생산되면서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엘리트 층이 나타나게 되고 그들이 여러 사람들을 통솔하는 과정에서 여러 사회적 시스템이 정비되는 과정을 겪는다. 그 과정에서 화폐가 등장하고 거대한 제국이 나타나고 또 수 많은 종교가 탄생하게 된다.
과학혁명은 단순히 기술발전을 목표로 시작하지 않았다. 인간의 '탐욕'과 '무지'가 새로운 것에 대한 모험을 강행하게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다른 나라 사람들을 정복하기 위한 전쟁의 과정에서 과학은 빠르게 발전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보면, 인간이 '욕망'을 느낀다는 것엔 단어적 측면에서 부정적일 수 있으나 역사적 측면에서는 긍정성을 함께 내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를 욕망하고 그 욕망을 이루기 위해서 도전하는 삶은 한 개인에게도 매우 긍정적일 것이다. 그게 얼마나 적절하게 균형을 유지하는지가 매우 중요하겠지만...
책을 읽으며 한 가지 흥미롭게 고민한 주제가 있다.
'왜 역사를 통틀어 여성이 주도권을 잡아온 적이 거의 극소수에 불과할까?'에 대한 것이다.
요즘들어 여성의 인권이 더욱 향상되고 있는데, 그렇다면 주도권을 잡는 그 위치에 올랐을 때 그 여성은 과거 남성들이 행했던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할까? 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생물학적 기준에서 자지와 보지로 사람을 나눌게 아니라 사회적관점에서 남성의 성향과 여성의 성향의 다름에 대해 더 고민해봐야할 듯싶다. 보편적으로 남성이 가지고 있는 성향, 그리고 여성이 가지고 있는 성향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여성이 아이를 낳고 양육하는 일련의 생물학적 과정이 변하였는가? 부성애에 대해 논의되고 있으나 약10개월동안 아이를 품은 어머니의 마음을 부성애가 능가할 수 있을까? 여성은 생리를 하는데, 남성은 생리를 하지 않으며 생리 때오는 호르몬의 변화와 심리적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런 생물학적 변화가 남성과 여성의 정신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닐까? 남성우월주의에대해 이야기 하고자하는 게 아니라 한 번 고민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적어봤다.
책의 말미에 작가는 독자에게 묻는다.
"여러분은 지금 행복한가?"
과거 수렵채집 시절보다 여러분은 과학혁명에 대한 혜택을 받았는데, 지금 행복하냐고 저자는 냉정하게 물어본다. 몸이 행복했는지 모르지만, 정신적으로 행복했는지는 각자 자신에게 물어봐야할 것이라 판단된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돈일까? 물론 저자는 돈을 무시하지 않는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일정부분 돈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해야할 것이다. '나는 얼마의 돈이 있으면 행복할 것인가?' '많을 수록 좋다'라는 답변은 이미 자본주의라는 종교적 신념을 믿고 있는, 어쩌면 돈의 노예가 되어버린 경우일 수 있다. 그러니 '얼마의 돈이 필요한가?'에 대해 고민해 보는 것은 자본주의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고민주제다.
책을 읽는 것과 이 책의 내용에 대해 '생각'하며 내것으로 소화해내는 것에는 상당히 큰 차이가 있었다. 책을 읽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쌓는 행위일 수 있을 것이고, 그 내용을 '생각'한다는 것은 지식에서 '지혜'로 도약하는 과정일 것이다. (저자가) 책에서 내내 강조했던 인간 고유의 영역일 수 있는 '생각(상상)'을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사피엔스>>를 읽다 밑줄 그은 부분을 다시 읽느라, 시간이 좀더 소요되긴 했지만, 한 권의 책으로 행복과 약간의 깨달음을 느꼈다면 그것이 더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 생각(상상), 인류역사 등에 관심있으신 분들이 읽어보면 괜찮은 책이다. 단, 책을 읽은 뒤 더 깊게 그 내용을 음미하며 생각(상상)하길 당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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