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권마다 (저자가 생각하기에)중요한 예술가를 테마로 잡고 그 예술가와 관련된 미술사의 내용을 발췌하여 설명한 책이다. 즉, 미술사를 통사적 관점에서, 미술사의 흐름을 살펴보시려는 분은 다른 책을 집어드셔야 할 것이다. 기본적인 미술사에 대한 식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책이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처음 예술을 접하려는 분들도 겁먹으실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일단 이 책은 가독성과 이해도 측면에서 크게 어렵지는 않기 때문이다. 각자의 배경지식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가 어떤 '지혜'를 배울지가 다를뿐이다. 본인의 배경지식도 그리 많지 않아서 책의 전체적인 내용이 오밀조밀하게 연결되는 느낌은 없었지만, 각각의 시대상과 미술사에서 진행되었던 생각의 흐름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일어난 중요한 '혁신'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인공지능이 진화하는 이 시점에서 왜 '예술'에 관심을 가져야하는지 본인 나름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였다.
지난 과거의 예술이 '형태'와 '색'의 범위에서 진행되었다면, 이제 더욱더 현대예술은 이 '형태'와 '색'을 버리고 우리가 보지 못했던 영역을 '재인식'하게 해줄 것이라는 저자의 생각은 깊이 음미해볼만한 가치가 있었다. 서구사회가 '시각적' 효과를 통해 예술을 해석하고 제작해 왔다면 이제는 그 관념적(시각)인 영역을 넘어 '촉각적' 영역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부분은 교묘하게도 인간의 본성을 들여다보는 중요한 대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과연 그 인간의 본성을 대중에게 표현할 수 있는 예술가들이 얼마나 될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됐다. 이 인간이 토해내지 않은 데이터가 무엇인지 혼자만의 화두를 잡고 고민하기도 했다.
예술은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야하는 영역이다. 현재에 안주하는 것은 지난 예술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계속해서 반복을 추구하기 보다는 새로운 관점에 대해 고민하고 그것을 대중에게 재인식 하게 해주는 것이 예술의 중요한 역할이다. 흔히들 예술을하려면 경제적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고들 말하는데, 그런 논리라면 자본주의사회에서 예술 또한 자본의 논리로 움직여야하는 것일 아닐까? 그런 이유로 현대미술이 자본주의에 잡아 먹힌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하는 예술정신을 지켜내는 예술가가 있다면 이 자본주의의 거대한 힘마저 뛰어 넘을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을 응원한다. 자본주의시스템이 우리의 종착점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대예술은 모호하다. 현대예술은 현재 혼란기를 거치고 있다.
경매시장에서 현대예술품들이 현금가치로 환산되며, 그 가치를 만들어내는 '공모자'들에 의해 현대미술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난 과거는 '가상'이 '현실'을 위협했다. 하지만, 지금은 '현실'이 '가상'을 위협하는 상으로 반전되어 버렸다. 가상현실 속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으니... 특히 미디어가 보여주는 세상을 사람들이 동경하고 따라하기 시작하는 모습은 우리 인간에게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어야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카페에서 마주보고 앉은 연인들이 저마다 각자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모습은 안타깝게 느껴지는 장면이다. 사랑하는 연인의 눈동자를 바라봐야할 중요한 시간에 대부분은 각자의 가상세계속으로 자신의 시선을 옮긴다. 정말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행복해보이기 위해 소셜네트워크에는 좋은 장면들을 보여준다. 하지만 아이너리컬하게도 진정한 현대예술이라면 좋은 모습보다는 우리의 어두운 이면을 많이 보여줘야하지 않을까?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행복해 보이는 것과 진짜 행복한 것은 매우 다른 영역이다. 누군가에게 행복해보이기 위해 사는 것과 자신의 내면 자체에서 행복감이 느껴지는 것은 매우 다른 것이다.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예술은 이런 고민을 하게 도와준다.
인간의 본질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
인간의 행복에 대해 고민하는 것.
인공지능의 진화가 빨라지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예술을 통해 많은 고민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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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문장 발풰
1권-pp47-48
~유럽에서 초봄에 행해지는 '카니발'(글자 그대로 하면 인육을 먹는다는 뜻이다)의 원형이 바로 이것다.~
~그 뒤로는 인간 대신에 양이나 염소 같은 짐승이 죽어갔다.~
1권-p79
~어쨌든 로마인들은 수많은 그리스 조각의 모작을 만들어냈는데,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리스 조각들은 대부분 진품이 아니라 로마인들의 모작이다.~
1권-p99
~우리는 예술을 정서나 감수성 따위와 관련짓지만, 그리스인들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그들에게 예술은 테크네, 곧 합리적 규칙에 따른 활동이었다.~
1권-p120
~이렇게 기독교적으로 해석된 플라톤주의가 몇 백 년 동안 중세미학의 골격이 된다.~
1권-p142
~중세예술은 예술사의 퇴보가 아니라 그 자체가 훌륭한 가치를 지닌 예술이다. 사실 묘사에서 물질세계를 희생했지만 인간의 영혼 깊숙이 파고드는 힘에선 중세예술을 따라갈 수 있는 건 없다.~
1권-p179
~이건 대단한 변화다. 왜냐하면 중세는 '자연의 모방'이란 생각에서 완전히 해방되었던 시대이기 때문이다.~
1권-p195
~중세는 웃음이 없는 시대였다. 물론 이 숨막히는 시대에도 통풍구는 있었다. 그건 카니발이라는 축제인데, 여기서만큼은 음탕한 행위와 우스꽝스런 언동이 허락되었다.~
2권-p87
~현대예술은 더 이상 외부세계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그것의 출발점은 예술가의 내면이다. 현대예술은 내면의 직관을 밖으로 표현하는 데서 성립된다.~
2권-p220
~물론 공상을 통한 만족은 진정한 만족이 아니다. 우린 결국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 그런데 야무진 꿈을 고스란히 품고 현실로 돌아오는 길이 있다. 바로 예술이다. 예술가들은 본능적 욕구가 매우 강한 사람들로, 대개 신경증에 가까운 내향적 소질을 갖고 있다. 세잔도 그랬고, 고흐도 그랬다. 그들은 명예, 권력, 부귀와 여자의 사랑을 얻으려하나, 현실에선 그걸 실현할 수가 없다. 이때 그들은 공상을 통해 그 바람을 이루려 한다. 그들이 이루지 못한 꿈, 이루지 못한 욕망을 '승화'시킬 때 예술이 탄생한다.~
2권-pp290-291
~어쨌든 카오스모스를 추구하는 오늘날의 열린 예술 작품은 현대사회의 어떤 징후를 반영하고 있다. 말하자면 그건 세계관과 가치관의 중심을 잃어버린 오늘날의 혼란스런 상황의 반영이다.~
~그건 바로 새로운 인간 유형의 가능성이다. 말하자면 중세의 수도원과 같이 절대적 진리의 음침한 감속에 갇혀 있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의 경직된 생각을 기꺼이 바꾸려는 자세를 가진 인간, 말하자면 자신의 삶과 인식의 도식을 혁신하는 데로 열려있고, 자기 능력의 발전과 지평의 확대에 대해 생산적인 인간 유형 말이다.~
3권 -p39
~현실은 사라졌다. 현실에 대한 낡은 관념은 사라졌다. 이제 세계는 조금씩 모습을 바꾸며 무한히 이어지는 시뮬라크르의 놀이 속에,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다. 이게 현실이며, 이게 현대의 지각이다. 모네는 이 현대인의 눈을 가지고 시뮬라크르의 놀이 속으로 현실의 견고함을 사라지게 한 최초의 화가다.~
3권-p149
~모든 것을 획일화하는 동일성의 폭력에 저항하기 위해 예술은 사회 안에 통용되는 '코드'를 거부한다. 그 결과 오늘날의 예술은 평균적인 대중에게는 이해될 수 없는 것으로 남는다. 이는 현대예술이 관리되는 사회의 비인간성에 항의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문화산업은 일탈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것은 제 아무리 난해한 작품도 대중이 이해하는 코드로 번역해 상품으로 판매한다. 한때 충격을 주었던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와 칸딘스키의 작품도 오늘날 무리 없이 받아들여진다. 때문에 예술은 끝없이 자신을 혁신할 수밖에 없다. 자기를 상투적 코드 안에 가두려는 문화산업의 추적을 피해 끝없이 탈주하며, 끝까지 이해되지 않는 이성의 타자로 남으려 한다. 자연을 전혀 닮지 않으면서도 현대예술은 이렇게 자연을 미메시스한다.~
3권-p150
~오늘날의 예술이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이 될 것이다. 왜? 사회가 추할 대로 추해졌기 때문이다. 바로 이를 정직하게 증언하려면 현대예술은 추해져야 한다.~
3권-pp156-157
~관리되는 사회에서 인간을 구원하는 것은 '탈주'의 실천이다. 개별자의 고유성을 지우고 모든 것을 획일화하는 사회. 이런 자본주의 사회에서 보존할 가치가 있는 유일한 진리는 거기에 동화되기를 거부하고 단독자로 남는 것이다. 자신을 쫓아오는 모든 동일성의 폭력에서 끝없이 벗어나는 것. 바로 그것만이 이 사회에서 인간이 참되게 존재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이 존재미학도 소통을 거부하는 현대예술에서 배웠다.~
~현대예술은 이상적인 사회의 상을 그리지 않는다. 그러나 유토피아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게 또한 인간이다.~
3권-pp239-240
~감각과 지각은 다르다. 감관이 받아들인 자료가 정신으로 올라가 인식의 재료가 될 때, 그것을 '지각(Perception)'이라 부른다. 검은 색깔, 구수한 향기, 뜨거운 느낌. 이렇게 자료가 입력되면 정신은 그것에 입각해 판단을 내린다. '이것은 커피다.' 반면 그 자료들이 몸으로 내려가 생리적 현상이 될 때, 그것들은 '감각(Sensation)'이 된다. 이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정신이 아니라 육체의 몫이다. 뜨거운 액체의 맛과 감촉과 온기. 몸이 느끼는 이 감각의 질은 말로 대체할 수 없는 어떤 원초적인 느낌이다.~
3권-p350
~예술은 미술관에 소장된 물리적 현실의 총체가 아니다. 예술의 현실은 그 대상들 위에 유령처럼 덧붙여지는 해석들, 비평들, 이론들의 총체다.~
3권-p353
~보드리야르는 <르몽트(LeMonde)>와의 인터뷰에서 "현대예술은 무가치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예술 중에 그것을 둘러싼 액자값을 하는 게 얼마나 될까? 그런데왜 무가치한 것이 그렇게 높이 평가되고, 높은 가격에 팔리는 것일까? 보드리야르에 따르면 그것은 어떤 '공모'의 결과다.~
3권- pp360-361
~예술 과제는 있는 현실의 재현(Representation)이 아니라, 없는 현실을 비로소 있게 하는 현시(Presentation)가 되었다. 작품의 진리는 있는 현실의 정직한 증언이 아니라, 없는 현실을 만드는 창조의 힘에 있다. 한 세기 동안 우리는 그 창조의 즐거움을 만끽 해왔다.~
~이제 우리는 허구와 실재가 복잡하게 뒤엉킨 새로운 현실을 살아야 한다. 이것이 축복일까? 저주일까?
어쨌든 우리에게 익숙했던 현실은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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