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13

movie_ My Father's Emails 아버지의 이메일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몇년 전부터 자신의 역사를 담은 이메일을 딸에게 보냈다. 하지만, 그 이메일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에야 비로소 열리게 된다.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을 아쉬워하며 딸은 아버지의 삶을 천천히 들여다 본다. 지난 시간에는 아버지에 대한 긍정적이지 못한 감정들이 딸과 형제들 그리고 어머니에게까지 자리 잡았지만, 어느덧 시간이 흐르고 자녀들이 성인이 되면서 그들은 아버지를 이해해 가는 감정의 변화를 느낀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어딘지 모르게 마음은 무거웠다. 여느 영화처럼 좋은 결말을 기대해서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불편한 감정이 우리 삶의 진실된 모습일지도 모른다.

미안하지만, 이미 늦었다. 부모님, 특히 아버지와의 관계를 좀더 따뜻하게 하기엔 아버지에게도, 자녀들에게도 시간이 없었다. 냉정하게 출발점이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은 곳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감추지 않고 드러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단순히 관념상으로 긍정에 몰입하는 경우에는 어둠을 직면하지 못한데 대한 큰 대가를 치를 수 있다. 부모님과 나와의 관계가 현재 어느 상황인지를 잘 살펴본뒤 각자의 상황에 맞게 생각하고 행동하면 좋을 것이다.

최근 SBS힐링캠프에서 양현석씨가 나와 했던 말을 듣다가 머리에 천둥벼락을 맞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전생-현생-환생'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전생은 부모님이고, 현생은 나 자신, 그리고 환생은 내 자녀들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의 성공에만 관심을 가진다. 하지만, 성공의 본질도 어쩌면 그가 말한 삶에 대한 통찰과 맥을 같이할 가능성이 높다. 꼭 생물학적 부모님이 아니더라도 유아기와 어린시절, 그리고 청소년기에 자신의 삶에 중요하게 영향을 미친 환경에서 만난 사람들도 내가 현재에 있기 까지 영향을 줬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

초원에서 갓 태어난 얼룩말 새끼는 엄마의 자궁을 빠져나와 자연의 햇살을 맞음과 동시에 스스로 일어선다. 하지만, 인간은 그러지 못한다. 어찌됐든 인간은 태어남과 동시에 누군가에게 돌봄을 받아야하는 존재이다. 그래서 한 인간이 삶의 주인공이 되고, 스스로 일어서서, 자신의 생각으로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돌봄을 받은 그 환경을 제대로 직면하고, 긍정적이지 못한 것들을 버릴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이 필요한 것은 아닐런지...

영화에서 인터뷰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어머니의 인터뷰, 그리고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살고있는 첫째 딸의 인터뷰... 첫째 딸이 자신이 낳은 아들과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관심가지고 볼 필요가 있다. 전반적으로 그다지 긍정적인 느낌은 들지 않았다. 아마 이 모습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고 있는 삶일 가능성이 높다.

누군가는 최대한 빨리 어둠을 직면하여 긍정적인 행동을 취하고, 대부분은 그 상황을 외면하고 피하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삶이 쉬운 기호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에 행복했던 사람은 계속 행복할 가능성이 높지만, 불행한 사람은 계속 불행하거나 더 불행해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누군가 말했다. 이 말에 삶의 깊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부모는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2014-12-06

poetry_ 비로소-고은

노를 젓다가
노를 놓쳐버렸다.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

<<순간의 꽃>>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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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를 놓았다"가 아니라 "노를 놓쳐버렸다"라는 섬세함에 반복해서 시를 읽게된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나, 우연인지 필연인지 노를 놓치게 됨으로써 "넓은 물"을 볼 수 있었다는 의미는 우리의 삶의 본질적인 부분을 관통하는 통찰이라는 생각이 든다.

갈수록 시대는 개인에게 노 젓기만을 바라는지도 모른다. 혹시라도 잠시 노 젓기를 멈출 때는 피로한 몸을 쉬게할 시간 밖에 없는 듯하다. 목적지에 다다르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잃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짧은 거리를 가는 것이라면 그냥 노를 젓는 것이 별 문제가 안 될지도 모르지만, 인생이라는 먼 여정에서 각자의 노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자문하는 과정이 빠진다면 삶의 본질을 빗나가는 실수를 할지도 모른다.

신문을 보다가 우연히 좋은 시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