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06

poetry_ 비로소-고은

노를 젓다가
노를 놓쳐버렸다.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

<<순간의 꽃>>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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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를 놓았다"가 아니라 "노를 놓쳐버렸다"라는 섬세함에 반복해서 시를 읽게된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나, 우연인지 필연인지 노를 놓치게 됨으로써 "넓은 물"을 볼 수 있었다는 의미는 우리의 삶의 본질적인 부분을 관통하는 통찰이라는 생각이 든다.

갈수록 시대는 개인에게 노 젓기만을 바라는지도 모른다. 혹시라도 잠시 노 젓기를 멈출 때는 피로한 몸을 쉬게할 시간 밖에 없는 듯하다. 목적지에 다다르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잃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짧은 거리를 가는 것이라면 그냥 노를 젓는 것이 별 문제가 안 될지도 모르지만, 인생이라는 먼 여정에서 각자의 노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자문하는 과정이 빠진다면 삶의 본질을 빗나가는 실수를 할지도 모른다.

신문을 보다가 우연히 좋은 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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