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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13
book_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인간의 역사를 바라볼 때, 단순히 연도 등을 외우는 것으로 역사에 접근했을 때는 왠지 모르게 지루한 느낌이 든다. 현재 여러 곳에서 이뤄지는 역사교육도 아마 이런 암기 위주의 교육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어쩌면 우리의 교육제도가 어딘지 모르게 아쉬움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배우는 사람이 스스로 찾아 배우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장면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찾아 배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왜 역사를 공부해야하나? 라는 물음보다. '인간의 삶은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가?'라는 물음이 이 책을 집어 들게 했다. 개인적으로 인간의 삶이 너무나도 궁금했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살아갈 삶의 모습이 뿌연 안개 속에 가리워져 있다는 답답함과 불안감을 떨쳐내고 싶었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미래에 벌어질 상황들에 적절히 '대응'할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 삶의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가장 본질적으로 '인간'에 대해 이해해야할 필연성과 당위성을 느꼈다. 무엇보다도 '인간'에 대해 너무 궁금했고, 그 과정 속에서 '역사'라는 거대한 산을 만난 것이다. 즉, 역사는 내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로 했던 조력자라고 할 수 있겠다.
'지식'과 '지혜'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지식이 있어도 지혜를 절대로 얻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혜가 있으면 지식은 쉽게 얻을 수 있죠"라고 어느 누군가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단순하게 지식을 암기할 수는 있지만, '지혜'는 단순히 암기할 수 없는 그 어떤 것일 것이다. 결국 '지혜'는 글로 표현하여 전달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 '지혜'의 중심에는 인간이 서 있지 않을까? 언젠가 문득 든 생각이다.
이 책에서는 아래의 5가지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욕망 (Desire)- 커피와 홍차/ 금과 철/ 브랜드와 도시
모더니즘 (Modernism)
제국주의 (Imperialism)
몬스터 (Monsters)- 자본주의/ 사회주의/ 파시즘
종교 (Religions)-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 재인식되는 중세/ 이슬람의 재인식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각 부문을 나누었을 뿐이지 5개의 주제들이 본질적으로 탐구하는 영역은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개인적으로 주목했던 것은 '욕망(Desire)'이라는 주제였다.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벌어지는 여러 역사적인 사건들을 보면서 우리들의 삶에서 '욕망'은 너무나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컬 하게도 욕망이 '긍정'과 '부정'을 함께 동반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나친 욕망은 파멸을 몰고 올 수도 있었지만, 적당한 욕망은 인간의 삶을 더욱 진보 시켰다. 이 때부터 생각은 더 깊어졌고, 더욱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어쩌면 그 전까진 흔히 '욕망'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어감이 부정적이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 '욕망'하는 나 자신을 긍정할 수 있었다. 꼭 욕망이 나쁜 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그 욕망을 잘 다스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이렇듯 역사의 큰 물줄기 중심에는 항상 '인간'이 주연으로 서있던 것이다. 그러니 인간을 알지 못하면 역사의 물줄기의 방향과 힘을 파악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 당연한 이치가 아닐런지... 인간이라는 본질은 시대를 떠나서 본질적으로 크게 변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사는 집의 모양, 입는 옷, 먹는 음식들이 조금 바뀌었을 뿐이지 그것들도 결국 본질적으로 '의식주'라는... 이런 맥락에서 인간의 생각과 행동들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는데, 중요하게 필요할 것이다.
종교(Religions)에 대해 다룬 부분도 상당히 의미있게 읽었다. 인간으로서 완벽을 추구하려고 하지만 항상 예측을 빗나가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면서 인간은 불안해한다. 그 불안을 종교로 대신하여 안정을 추구하는... 결국 종교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인간의 심리에 대한 이해가 전재되어야만 했던 것이다. 인간의 역사에서 종교는 끊임없이 함께 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는 종교와 함께 하고 있는 듯하다. 책에서도 언급되었듯이 '미국이 종교적이지 않을 것 같지만 종교적이라는 사실...그리고 미국 대통령과 부통령이 취임식에서 성경 위에 손을 올리고 선서를 하는 장면...' 등은 우리에게 종교가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암묵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닐까?...
어쩌면 인간인 나 자신을 이해하기 위한 과정에서 역사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것에 대한 열정의 지속성에는 얼마만큼의 호기심이 있으냐의 문제일 것이고, 그 호기심은 타자로 부터 나온 호기심이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호기심에서 비롯되었을 때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 같다. 현재 나 자신의 고민과 걱정부터 출발하면 언젠가는 '역사'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그다지 역사에 대한 관심이 없더라도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고민과 걱정에 직면하는 열정만 있다면 언제가 되었든 역사는 필연적으로 거쳐야할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파편화된 지식들이 통섭되어 '지혜'로 재탄생하는 희열을 느꼈다. 그 동안에 고민했던 주제들의 갈피가 잡히는 쾌감을 글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심장이 두근거렸다. 무엇인가를 알아서 좋았다기 보다는 인간이라는 나 자신,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힘을 조금은 얻은 것 같아서 가슴이 뛰었다.
다만, 이 책에서 아쉬웠던 것은 저자가 일본인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저자가 쓴 글이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느 누군가의 추천으로 책을 읽었다. 추천인에게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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