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 그런 게 아냐, 다른 집도 다 그래"
W가 주위의 여러 사람들에게 들었던 말이다. 하지만 그 말은 W에게 큰 위로가 되진 못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을 유심히 보면, 삶에 있어 아무런 변화의 노력없이 일반 대중도 그러하다는 걸 핑계로 묻어가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W는 <<안나 카레니나>>의 맨 첫 구절을 떠올려본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W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는 건, <<안나 카레니나>>의 첫 구절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무런 생각없이 스쳐지나간다는 점이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문장을 깊게 고민해봤을까?'라며 W는 깊은 고민에 잠긴다. 그나마 W가 깊은 고민의 주제들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는 S가 있었기에 W는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작은 희망을 움켜 쥘수 있었다. 이미 S는 '행복한 가정'과 '불행한 가정'에 대해 W보다 더 깊은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 이는 S가 '불행한 가정'이 무엇인지 자신의 몸으로 직접 겪어봤기에 그 고민의 시간은 너무나도 값진 것이었다. 어느 날 W가 S에게 물었다. "자유에 관한 건데요, 진정한 자유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이제 S는 한참 동안 하늘을 올려다보며 깊은 한 숨을 내쉰 뒤 조용히 대답했다.
"제 생각에 자유는, 제일 먼저 부모로부터 아주 어릴적 무의식중에 받게된 부정적인 영향을 딛고 일어서는 것입니다. 이게 정말 쉽지 않죠. 한 아이가 어머니의 뱃속에 있는 기간, 그리고 세상에 태어나 약 3년동안의 유아기에 부모로부터 받게된 여러 영향들이 아이의 삶 전반에 걸쳐 엄청나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죠. 우리는 우리의 생각과 행동이 자신의 주체성에 의해 일어난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보기에 모두 맞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세상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라고 말한다. 누군가 그랬다. '구호는 컴플렉스의 반영'이라고...그만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님에도 사회는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생각'에 주목하라며 강요하는 듯하다. W도 이런 '무턱댄 긍정'의 함정에 많이 빠져봤기 때문에 그냥 긍정만 한다고 자신의 삶이 나아질 것이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S의 말을 듣고 W는 작은 희망의 실마리를 움켜쥐게 되었던 것이다. 즉, W가 현재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들 중 자신의 삶에 그리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한 것들의 원인을 찾아가는데, S의 조언이 큰 실마리가 된 것이다. 그것은 바로 W의 기억에선 저멀리 지워지고 있던 어릴 적 자신이 처했던 환경을 직시해야만 한다는 필연성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사실을 외면하거나 제대로 직면하지 못한다.
그러면서 W는 S의 마지막 당부도 잊지 않고 기억하려 애썼다. "어릴 적 당신이 살아온 환경을 응시했을 때 그것이 부정적인 것들이라면, 그래서 당신에게 마음의 상처로 남아 지금껏 당신을 힘들 게 한 것이라면, 그것은 인식하는 것은 쉬울지 몰라도 그것을 긍정과 행복으로 바꾸기 위해선 정말, 정말, 정말 많은 노력이 너무 많이 필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당신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목숨을 걸고 최선을 다해야할지도 모릅니다. 제 말을 명심하세요"
과연 불행에서 행복으로 가기위한 여정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W는 그리 크게 깨닫지는 못했지만, 지금껏 자신을 얽어매왔던 고통의 삶을 극복해내기 위해 일단 첫 발을 내 딛게 되었다. 이제 W는 '자기혁신'을 위해 마음을 단단히 먹고 여행 길에 오르게 된 것이다.
'다른 집도 다 그래'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면 백척간두와도 같은 상황에서의 진일보는 거의 없을 가능성이 높을지도 모른다. 직면하고 뛰어 넘으려는 노력이 있어야만 그토록 바라던 긍정과 행복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상대적 관점에서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어디까지나 각 개인의 삶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절대적 관점에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상황을 두루 살펴서 지혜로운 생각과 행동을 해야할 필요가 있다.
W는 S의 말들에서 진정성을 느꼈고, 그 말들에 힘입어 오직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기위해 최선을 다하리다 굳게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