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얼굴을 통해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을 조금이라도 옅볼 수 있을까? "그렇다"고 말하기도 그렇고,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껄끄러운 질문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상당한 호기심을 유발 시키는 질문인 듯하다. 일전에 <<꼴>>-허영만 지음_을 읽을 때, '관상'에 관심을 가졌던 적이 있었다. 만화책으로 돼있다보니 쉽게 읽혔고, 책을 보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얼굴을 자세히 보려고 노력했었다. 나름 흥미로웠던 경험이다.
흔히 관상이라하면, 사람의 얼굴 상을 보는 걸로 이해될 수 있는데, 이는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지만, 어느 부부분에서는 틀린 말이기도 하다. 얼굴을 중심으로 사람의 걸음걸이, 목소리, 몸 전체의 모습, 골격의 형태 등등 얼굴이 아닌 우리 몸의 여러 곳을 종합해서 그 사람에 대해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지식을 알고 여러 사람들을 관찰하니 정말로 사람들 개개인에게서 미묘하게 다른 점들이 보였던 것 같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의 얼굴과 좋아하는 사람의 얼굴이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관상'에 대해 별 관심이 없을 때는 두 얼굴이 비슷하게 보였다. 하지만 '관상'에 대한 관심과 함께 비슷한 두 사람을 자세히 보게되니 미묘하게 차이가 드러났다. 바로 이런 점에서 상대방의 얼굴만 보고는 완전히 그 사람에 대해 판단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얼굴이 어느 정도의 실마리를 던져줄 수도 있는 것이지, 전부를 보여주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즉,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한다거나 그 사람 전체적인 모습들을 통합적으로 관찰할 후에라 어느 정도 그 사람에 대해 알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영화의 끝자락에서 던져주는 메시지는 더 큰 시야를 갖게 했다.
"나는 지금껏 파도만 봤지, 그 파도를 일으키는 바람은 보지 못했다."
상당히 의미있는 문장이다.
여러 주제들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 영화였다. 이야기의 흐름도 괜찮았다. 하지만, 곳곳에 복병처럼 숨어있는 칼부림과 핏자국들이 눈에 거슬렸다. 그것만 아니라면 볼만한 영화였다.
지인분과 영화에 대해 이야기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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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난 오늘 봤네. 관상이라는 주제를 통해서 계유정난이라는 시대의 소용돌이의 한가운데 서있던 사람의 이야기라고 생각해. 그래서 눈이 가는건 관상보다도 그 사람의 자세랄까 역사의 흐름에 휩쓸리던 하지만 그 안에서 발버둥치던 그런 자세 이런거에 더 눈이 가더라. 내가 만약 같은 상황에 처해 있었다면 혹은 아니면 일제시대에 살았다면 어떻게 살았을까?와 유사한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 정도로 생각해. 물론 관상이라는 흥미로운 주제가 매개체가 되어 재미도 있었고 ㅎㅎ아 그리고 칼부림은 그냥 소소 동화는 아니니깐 그래도 묘사가 좀 잔학하긴했지.
me: 문득...
"파도만 봤지 그 파도를 일으키는 바람을 보지 못했네"라고 극 중 송강호씨가 말한 장면이 떠오르네.
P: 응 결과물인 파도가 그 원인인 바람을 따져야하는...... 어려운것이야... 참 어렸을때 봤던 대하사극 한명회가 기억나더라. 말년에 압구정이라는 정자를 짓기도 했었지. 지금 압구정이라는 동네의 유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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