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13

Life_가족이냐 직장이냐 묻는다면...

회사 회식자리에서 형보(가명)의 직장 상사가 말했다.

 "~가족들보다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이 후 이어진 상사의 말에서는 가족들보다는 직장 동료들과의 '끈끈함(?)'에 더 시선을 모아야한다는 내용이었을 것이다. 형보의 생각은 어땠을까? 형보는 상사의 사소할 수 있는 그 말들에서 뭔가의 가벼움을 느끼게 되었고, 그 가벼움의 정체가 무엇인지 고민해야했다.

내가 본질적으로 회사를 다니며 일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내가 이 세상에서 숨쉬며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는 무엇일까?

이분법 논리로는 '가족'과 '회사'에서 선택을 하라는 의미인데, 참으로 시대를 역행하는 선택지라고 형보는 생각했다.

그래도,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아마도 형보는 '가족'을 선택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맨 처음 형보라는 한 인간의 존재에서 시작된 삶이 가족을 만나게 되었고, 그 가족이 바탕이 되어 사회에서 직업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놓고 봤을 때 가정이라는 바탕이 약해지게 되면 직장에 긍정적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고 이는 회사의 수익에도 작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 개인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미약하겠지만, 회사에 소속된 전체 직원들의 영향이 합해진다면 그 영향은 작은 것을 넘어 위협적인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형보는 생각했다.

그래서 형보는 상사의 생각이 자신과 다름을 인정했고, 그 다름이 다양성을 인정하는 측면이 아니라 옳고 그름의 영역에서 판단되어야하는 것이라면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서도 더 깊게 고민해야함을 깨닫게 되었다.

가화만사성....
이 말이 지겹도록 인류의 역사에서 그 명맥을 이어가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가화만사성을 행하기가 그토록 힘들다는 반증이 아닐까?

book_생각의 지도-리처드 니스벳 지음


원제: The Geography of Thought; How Asians and Westerners Think Differently...and Why
-Richard E. Nisbett-



내가 사회와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타인이 바라보는 관점에는 엄연한 차이가 존재한다. 단순하게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측면은 내가 몰랐던 것에 대해 어느 누군가는 안다는 의미이기때문에 그리 큰 충격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하지만, 내가 예상하지도 못한 부문에서의 관점차이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보다는 큰 놀라움으로 다가온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인간의 부류를 크게 동양인과 서양인으로 나눠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어떻게 다르며, 그 다름이 어디에서 귀인하고 있는지에 대해 여러 설문을 통해 논증해나가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동서양의 철학이 어디서부터 출발하게 되었고, 그 출발점의 다름이 인류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알고자 한다면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어떤 원인들이 나의 생각(Think)에 영향을 미칠까?
한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아마도 생각의 관점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환경'은 흔히 우리가 '문화(Culture)'라는 개념으로 이해하는 단어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크게 동양인의 경우 공동체에서 인간관계에 중점을 두다보니, 한 개인으로서의 인격체보다는 소속된 사회에서의 조화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반면 서양인의 경우 인간관계에서의 조화보다는 한 개인의 특성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각기 다양한 개인들간의 이해를 위해 서로 토론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인간이 소속된 환경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반증이라 생각된다.

동양은 대게 농경문화가 주축을 이룬다. 특히 중국문명의 경우 농경문화를 위해서는 여러 사람이 서로 협업해야하는 환경에 노출된다. 그러다보니, 개인간의 다름에 대해 서로 토의하기보다는 서로의 융합을 위해 나와 다른 타인과 충돌을 일으키기보다는 상대를 이해하는 쪽으로 기운다. 동시에 이런 농경문화는 중앙집권적 권력구조에 유리하다. 하지만 서양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그리스의 경우는 해안까지 연결되는 산으로 이루어진 나라이기 때문에 농업보다는 사냥, 수렵, 목축, 그리고 무역에 적합했다. 그리스의 이런 환경은 농경만큼의 협업을 요구하지 않았기에 공동체의 응집보다는 한 개인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문화가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한 개인의 자율성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은 개인들의 다양한 생각들을 이야기할 수 있고, 서로 다른 생각들을 논쟁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고대 중국인과 고대 그리스인이 상이한 형이상학적 신념을 가지게 된 것은, 중국인들은 주변 환경과 전체 맥락에 주의를 기울인 반면 그리스인들은 사물 자체에 주의를 돌렸기 때문이다.~"     [본문 P193 중에서]

전체적 맥락을 보려했던 동양의 관점,
그리고 사물의 본질을 보려고 했던 서양의 관점.
전체를 보려는 동양의 관점은 어떤 사회적 현상을 바라볼 때 결과에 대한 원인을 1가지로 단정짓지 않는다. 같은 결과이지만 각기 다양한 원인에 의해 같은 결과가 도출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반면 서양의 관점은 원인과 결과의 명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결과에 대한 원인을 분석할 때 상황적 이유보다는 사람과 사물 자체의 특성(본성) 때문에 결과가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이점은 동양적 관점의 도움을 받아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결국, 이 책의 저자 또한 동양적 사고의 특성과 서양적 사고의 특성이 서로 조화를 이룰 필요하가 있음을 주장한다. 종합적이면서도 전체적 맥락을 보려는 동양적 사고와 분석적이면서도 사물의 본질적 특성을 파악하려는 서양의 사고가 조화를 이룬다면 인류의 역사는 더욱 진보하게 될 것이라고 저자는 역설한다.

책을 읽는 내내 흥미로웠다.
문화와 환경이 인간의 생각에 정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나도 모르는 순간 내가 소속된 환경에 의해 내 생각이 지배 당하고 있다는 경각심도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순간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나의 진정한 '자유의지'에 의한 생각인지 아니면 단순히 사회적 영향과 군중심리에 의한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어쩌면 동양적 사고와 서양적 사고를 구분해내기 보다는 '인간' 본연에 대해 고민하고 또 '인간'을 알아가는 촉매제 역할을 이 책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