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오랜만에 후배를 만났다. 식사를 하고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그 동안의 안부에 대해 이야기 했다. 마침 최근에 주변의 지인 분들을 만나면 선물했던 책이 남아 있어서 후배에게도 책을 선물로 건넸다.
그러자 후배는 "그다지 크진 않지만 저도 선물을 준비했어요. 근데 큰 건 아니예요." 선물은 그저 선물로 끝나는 법일텐데, 후배는 반복해서 '큰 선물이 아니라는 것'을 내게 애써 알리려고 노력하는 눈치였다. 그래서 였는지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고 후배가 가방에서 선물을 꺼내기를 기다렸다.
후배의 가방에서는 작은 야구공 하나가 나왔다. "제가 최근에 미국에 가서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다가 선배 생각이 나서 하나 사왔어요."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존재라는 포근함이 이런 느낌이었을까? 가끔씩 SNS에 야구와 관련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후배가 이 글들과 사진을 보고 나를 떠올린 듯 했다.
"세상에 큰 선물, 작은 선물은 없는 것 같아. 그 마음이 중요하지. 미국까지 가서 야구보느라 정신 없었을 텐데, 내가 생각나서 야구공을 선물할 생각을 했다니. 그 마음이 정말 고맙다." 라고 후배에게 이야기했다. 언젠가 철학 책을 읽다가 심각히 고민에 빠진 적이 있었다. '선물'에 대한 주제에서 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선물을 자본주의의 환단단위인 돈으로 환산하는 순간 선물의 의미는 사라진다는 내용에서 고민이 깊어졌다. 선물의 가치가 돈으로 매겨지는 순간 그 선물은 세상에서 유일한 것이 아니라 돈으로 대체 가능한 물건으로 전락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연인의 기념일에 상당히 비싼 선물을 했을 경우, 본인의 기념일에 연인이 신문지로 만든 꽃을 선물했을 때 어떤 기분이 들까?"라는 물음에 온 몸에서 전율을 느꼈다. 과연 종이로 만든 꽃을 진정한 선물로 받아들일 사람들은 얼마나 있을까? (나에게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미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알테니까.)
자본주의 마저도 초월해버리는 선물의 아름다운 가치. 그래서인지 이 세상에서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의미있는 선물은 이런 것일 수도 있겠다. 언젠가 "지금까지 아내에게 한 선물 중 가장 큰 선물은?"이라는 물음에 어느 소설가는 "내 전부를 다 준 것"이라는 대답을을 하셨다. 이 대답이 여전히 내게 큰 영감을 남긴 것 같다. 여전히 기억을 하고 있으니... 돈으로 환산할 수도 없고 그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선물...
따뜻한 마음을 담아 야구공을 내게 선물한 후배에게 감사를 전한다.
따뜻한 마음을 담아 야구공을 내게 선물한 후배에게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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