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사랑하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마음 속으로 굳은 다짐을 했다. A가 인간의 삶에서 인간과 인간이 서로를 신뢰하고 진정 사랑하는 것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던 순간들이 행동으로 옮겨지는 순간이었다. 어쩌면 철학을 공부한 영향 때문에 A는 그런 결정을 했는지도 모른다.
"내가 당신에게 유럽여행 선물을 해드려도 될까요?" A는 사랑하는 그녀에게 선물을 하면서도 그녀의 의중을 조심스럽게 물었다. "A가 해외여행을 한 번도 가보지 못해서 가려고 모아 둔 돈 아니었어?" 그녀는 안타까운 마음에 A에게 대답했다. "당신은 유럽에 친구가 있어서 보러가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난 그냥 여행 가려고만 생각하고 모안둔 돈이니 당신이 다녀오는 게 더 의미가 있을 것 같아.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선물이야" A는 뭔가 이상한 감정을 느끼며 그녀에게 웃으며 이야기했다. A에게 느껴진 밋밋한 감정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언젠가 A는 어느 강연에서 '사랑'에 대해 어느 철학자가 말하는 것을 들었다. "~사랑은 내가 가진 것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온전히 줄 수 있느냐에 대한 것이예요. 사랑하는 두 사람이 배가 고픈데, 빵 하나가 있을 때 그 빵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건넬 수 있느냐는 것이죠. 경제적으로 넉넉한 상황에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빵을 건네는 건 어느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먹을 빵을 포기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양보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A는 철학자가 했던 이 말을 기억하고 있었고, 현실에서 사랑하는 그녀에게 행동으로 보이고자 노력하려고 했던 것이었다. 그냥 '마음에서 우러나와 하는 것'과 '노력한다는 것'에서 A는 이상하게 느껴지는 감정을 추스려야 했는지도 모른다.
'이 돈이면 내가 ~를 살 수 있는데...'라는 생각이 순간 순간 A의 앞 길을 가로 막았다. 굳이 A가 여행 경비로 사용하지 않더라도 그 정도의 돈이면 또 다른 자본주의의 물질적 욕망을 충족 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A는 아직 해외여행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비행기를 한 번도 타본 적이 없었다. 끊임 없이 사랑을 방해하는 잠념을 딛고 일어서기 위해 A는 때론 힘들어하기도 때론 어느 이윤지 모르게 행복해하며 짧지만 긴긴 고민의 시간을 견뎌내야했다.
A는 자신의 소유물에 어느 정도의 집착을 하고 있었고, A가 사랑하는 그녀는 잠깐의 망설임과 안타까움을 느끼다가 A의 선물을 받았다. 여기서 느껴지는 간극은 무엇일까? 정말 미묘하게 느껴지는 그 간극은 이렇다. A는 그다지 행복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랐다. 하지만 A는 자신이 행복하지 못한 가정에서 자랐다는 사실을 꽤 어린 나이에 직시했다. 그 때부터 A의 고민과 걱정에는 '어떤 것이 진정한 행복인가?'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가?'가 깊게 자리 잡게 된다. A는 이 삶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목숨을 걸면서 까지 삶에 직면하려는 노력을 했다. 그런 과정에서 사랑하는 그녀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A와 너무나 다르게 행복한 가정에서 자란 여인이었다. 행복한 가정에서 자란 그녀의 눈에 A가 들어왔다는 사실이 꽤나 희한한 일이겠지만, 그만큼 A가 자신에게 처한 삶의 상황을 승화 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의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A는 어느 철학자가 말한 '사랑'에 대한 것을 행동에 옮기면서 이상한 감정을 느꼈던 것이다. 그녀는 미안한 마음에 어쩔 줄 몰라하는 눈치였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A는 그녀에게 말했다. "당신의 눈으로 본 유럽의 풍경은 내가 보는 것이 될 것이고, 당신이 느낀 유럽도 내가 느낀 유럽일 거예요. 여행을 다녀온 당신의 눈과 손을 잡으면 마치 나도 유럽에 다녀온 느낌을 받을 테니까요."
그렇게 그녀는 약 2주동안의 유럽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길게만 느껴졌던 시간이 지나고 그녀가 무사히 A에게로 돌아왔다. "A를 위해서 그다지 큰 선물을 사오진 못했어......" 그녀가 안타까운 시선을 A에게 보내며 말했다. A는 망설임 없이 그녀에게 말했다.
"나에게는 당신이 아무런 사고 없이 건강하게 내 앞에 있다는 게 큰 선물이예요."
내 전부를 다 준다는 것...
사랑에 대한 의미있는 통찰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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