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느 부부를 만나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혼인하니 좋아요?"라고 물으니 아내 분께서 "장단점이 있죠"라고 말씀하시며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말씀이 여전히 기억에 남아있다.
"저는 남편에게 이렇게 말해요. 각자의 부모님들보다 우리 부부가 더 중요하다고요. 우리 부부가 잘 지내야 각자의 부모님들에게도 효도를 한다고요."
대부분의 부부는 혼인과 동시에 본인들이 주연이기를 내려놓고, 조연이 되는지도 모른다. 조연이 되면서 부부의 사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가족구성원들과의 원만한 관계를 조성하기 위해 새로운 주인공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 같다. 특히 한국의 혼인문화에서는 이런 광경을 자주 목격하게 되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만은 않은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서로를 아끼며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부부의 모습이 무언가를 일깨워주는 것 같았다.
아내 분께서 하신 말씀을 개인적으로 매우 공감한다. 아마도 이 부부는 서로를 사랑하며 행복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새로운 우주의 탄생 막바지에서 새 생명이 빛을 보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지만, 이 부부는 서로를 다독이며 그 슬픔과 위기를 잘 견뎌내면서 딛고 일어서고 있었다. 다음에 태어날 생명은 건강히 세상에서 빛을 보길 간절히 응원하고 싶다.
서로를 주인공으로 만들려는 부부의 뒷모습에 가슴이 훈훈했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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