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18

book_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손철주 지음





감상, 미술시장, 작가, 작품, 우리 것...

대략 위의 주제들로 내용을 분류해서 짧은 호흡으로 천천히 생각하며 읽을 수 있게 편집된 책이다. 그래서인지 바쁜 시간 중간에도 조금씩 읽으며 예술에 대한 감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차례로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자신이 관심있는 주제들에 대한 내용부터 읽어도 무방하다. 그리고 전문가들을 위한 책이라기 보다는 일반인이 친근하고 재미있게 예술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내용이 구성되어 있다. 예술에서 일어나는 여러 이야기들도 적절하게 소개되어 있기 때문에 한층 더 흥미롭게 예술에 다가갈 수 있어서 좋았다.

세월의 흐름을 견뎌내어 고전의 반열에 오를 만한 작품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다. 예술이 자본주의의 영향을 받으면서 고전의 반열에 올라야할 작품들이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하는 이유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혼란한 상황에서 진흙탕 속에 숨겨진 진주를 볼 수 있는 지혜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대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나의 예술 작품에는 구체적인 서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의 이면 속에 작가의 영감을 담아내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단순한 그림을 그리는 기교가 아니라 작가가 온전히 느끼는 영혼을 작품에 담아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을 중심에 두고 인간과 관련된 거의 모든 것들을 깊게 사유하여 통섭할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지 않을런지... 그 응집된 영혼을 한 폭의 캔버스에 담아내는 것... 이 점만 놓고 보더라도 예술가들은 정신적 고통을 일반인에 비해 상당히 많이 감당하고, 또 그것을 뛰어 넘어야하는 노력을 부단히 해야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것이 예술가의 본질인지도...

결국 예술가는 불가에서 말하는 해탈의 경지에 다다르기 위한, 또는 알에서 깨어나려는 몸부림, 그리고 매미가 허물을 벗는 치열한 과정을 살아내는 대단한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분들의 영감에 교감할 수 있는 통찰과 직관이 중요한 것 같았다. 어쩌면 예술은 인간이 스스로의 내면에 직면하여 진정한 자유를 찾을 수 있는 조력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인간이 온전히 느끼는 진정한 자유...

이 책에서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한문 세대가 아닌 분들의 경우에 책을 매끄럽게 읽기가 불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장이 쉽게 읽히지 않다보니 생각을 하면서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수 있지만, 그 장점이 단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든다. 그렇다하여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종종 반어적 표현들을 이용하여 풍자적으로 비판하는 내용들이 있기는 했지만 내용을 이해하는데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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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발췌>

~뱀을 보고 뱀보다 긴 시를 쓴다면 그게 바로 췌사요 사족이다. 그래서 예술은 군소리를 싫어한다. 압축을 계명으로 삼는다.~

~훌륭한 화가는 자신이 그려야 할 대상에다 어떻게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를 항상 생각하는 사람인 것이다.~

~진정 대가는 남이 제 작품을 흉내 내는 걸 겁내 지레 대비책을 마련하진 않는다. 그는 도무지 베낄 수 없는 작품, 감히 넘보지 못할 작품을 만든다.~

~잠깐 우리 주변의 작가를 돌아볼 일이다. 비평계와 언론의 무차별 공격을 받고 있거나 대중의 몹쓸 손가락질에 잔뜩 웅크리고 있는 작가는 없는지. 멀리 가고 오래 남는 이름은 악평 속에 자란다.~

~삶의 극단으로까지 치솟은 광기는 곧 예술이다. 언제나 반풍수가 집안을 망친다.~

~교양에 복종하지 않는 천진함, 대상의 고유한 진실을 파악하는 어린아이의 눈이 그림을 그림으로 보게 한다. 그림을 보되 겉모양만 보는 사람은 달을 가리켰으되 달을 쳐다보지 않고 손가락을 보는 사람과 같다.~

~요체는 바로 상상력에 달려 있다. 풀빵기계보다 더 잘 뽑아내는 기능인 화가는 잠시 돌아봐도 수두룩하다. 정작 걱정해야 할 것은 작가들의 상상력 고갈이고 그것이 우리를 갑갑하게 한다.~

~노골적인 동성애, 소수민족의 핏대 높은 정치 구호, 그리고 섹스, 섹스, 섹스...... 그러나 반세기가 넘지 않아 그런 작품들도 어느새 고급 미술관의 도도한 장식품이 될 것이다. 그게 미술이 굴러온 역사다. 정작 미술인이 꿰뚫어 봐야 할 것은 아무리 메스꺼운 주제나 메시지라도 종내 작품화시켜버리는 후기산업사회 미술관의 가공할 만한 포식과 왕성한 소화력의 정체일 것이다.~

~깃털은 모여 새털이 되지만, 점이 모여 우리네 선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우리 화단을 지배하고 있는 선은......? 낱낱이 찢기고 신경질적인, 그래서 숨넘어가듯 거친 표정이다. 깃털 하나를 들고 새라고 우기는 작가들이 적지 않다.~

~서양 초상화가 귀족이나 신흥 부르주아의 산물이었다면 동양은 조금 다른 길에 있었다.~~동양 초상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전신(傳神)', 즉 정신을 전달하는 법이었다.~

~작가 개개인의 작품에서 발견하고자 애써야 할 것은 그림의 표면이 아니라 그 뒤에 숨은 본질이다.~

~모방이든 인용이든, 살아남은 작품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대하니까. 또 그 뚝심이 많은 이의 사랑을 받게 됐으니까.~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가격의 합리성이 통하지 않는 게 미술시장의 특성이기도하다.~

~세계적으로 꼽히는 유명 미술관들도 안품, 즉 가짜 그림에 녹아나 망신살 뻗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여체 누두는 맘대로, 그러나 남자 누드를 여자가 그릴 수 있게 된 것은 19세기 후반에 들어와서부터다. 그것도 통째 허용되진 않았다.~

~유통되지 않는 밀실의 작품이란 정작 작가가 버린 자식과 다를 바 없으니 말이다.~

~피카소만큼 풍성한 화제와 질퍽한 소문 속에 뒤섞여 산 예술가도 드물다.~~위대한 예술가의 야누스적 이면은 그것대로 그가 남긴 작품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자료가 된다. 도스토예프스키를 상기해보라. 인류의 문화유산이 된 '죄와 벌'의 작가가 미성년 여자아이를 꼬드겨 데리고 놀았다는 사실은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그의 도박벽은 또 얼마나 지독했는지...... 자신의 아내를 지상 최대의 악처로 기록되도록 부추긴 소크라테스를 보라. 철학자의 철학적인 삶과 거리를 두게 만드는 예화는 수두룩하다.~

~미술관에 들렀을 땐 작품 아래에 붙은 이름표에 한눈팔지 말아야 한다. 작가가 누군지 몰라도 감동의 강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만일 누구 작품인지 몰랐기 때문에 감동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 작품은 결코 고전이 될 수 없다.~

~프랑스의 비평가 롤랑 바르트는 현대인의 인식 근본을 시각에 두고 있다.~

~천하에 둘도 없는 창작품을 남기고 싶은가, 작가들이여. 그러면 이치를 깨닫도록 노력하라. 그 이치에 기반한 자신의 뜻을 세워라. 그리하여 자신이 끝까지 정진해야 할 것은 누구의 목소리도 아닌 바로 나만의 육성을 갈고 닦는 일이다.~

~도덕적으로 떳떳한 권력은 미술이 미술답게 성장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자유민주주의가 두려운 나라일수록 인간의 표현 욕구를 보안법으로 억누르는 게 상례로 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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