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16

think_한글 표지판(어느 카페의 안내 표지판)

종종 화장실을 찾을 때 생각했다. 

'남성과 여성을 상징하는 이미지까지는 글로벌 시대이니 이해하는데, 왜 대한민국은 표지판에 대부분 영어만 적어놨을까? 한글도 같이 적어야하는것 아닌가?'

정말 사소한 풍경인데, 개인적으로 '심각함'을 느꼈었다. 우리의 '문화' 즉, '철학'이 상당히 오염되고 흔들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소한 것들에서, 한 국가의 한 개인들의 마음 구석구석에 이와 본질적으로 비슷한 오염들이 지배하는 분위기라면 '문화식민지'를 겪을 바탕은 너무 쉽게 형성되어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반신반의하며 밀크티로 유명한 어느 카페에 갔었다.
카페 주차장에 도착 전까지 큰 기대도 안 했고, 여느 카페처럼 미디어에 마케팅을 잘한 덕분에 주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주차장에 들어선 순간 카페 건물의 '디자인'에 먼저 압도되었다. 이때 까지도 감정에 큰 흔들림은 없었는데, 내부에 들어선 순간 외부에서 느껴진 디자인의 '통일감'에 다시 충격을 먹었다. 계속 감탄이었다. 판매되는 커피와 밀크티가 마치 몇백년의 시간을 거슬러온 문화재를 전시한 듯한 선반에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었고, 무엇보다도 해당 카페에서 사용하는 우유가 생협에서 판매되는 우유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00목장 우유라고 써있었으나 내 기억이 틀릴 수도 있음).

같이간 지인이 알려줬다.
"방송에도 나왔는데, 카페가 외지에 있어서 임대료 부담이 적은 대신, 사용하는 재료를 정직하게 사용한데"
지인의 말을 들으니, 카페를 운영하시는 분들의 철학이 더 믿을 수 있게 다가왔다.

카페 내부를 둘러보다가
'퇴식구'
'화장실'
'남'
'여'
라고 한글이 적혀있는 안내 표지판은 이 카페의 철학을 통합하여 고객에게 알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음식점들이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할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점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는 점...

같이간 다른 지인이 우스겟소리로 말했다.
"너가 좋다고하는 음식점은 오래 못가고 문을 닫잖아?..."
지인도 나의 생각에 공감하면서도 현실적 어려움에 문을 닫았던 과거 몇몇 음식점들을 반추하며 내게 이야기 했다.

'그래도 이런 음식점들이 더 잘돼야한다고 생각해'

여전히 마음속에서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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