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07

시_ 남(南)으로 창(窓)을 내겠소- 김상용

남(南)으로 창(窓)을 내겠소


                        - 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 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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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냐건...그냥 웃지요...
그냥 웃는다는 부분이 마음에 와 닿았던 시.
학창 시절, 이 시의 마지막 구절인 '왜 사냐건 웃지요'에 대해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마다 언급했던 기억이난다. 왜 사냐건 웃지요...


2014-04-06

사공과 선비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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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선비가 강을 건너게 해주고 있는 사공에게 으스대며 물었다. "자네 글을 지을 줄 아는가?" "모릅니다." "그럼 세상사는 맛을 모르는구먼. 그러면 공맹(孔孟)의 가르침은 아는가?" "모릅니다." "저런, 인간의 도리를 모르고 사는구먼. 그럼 글은 읽을 줄 아는가?" "아닙니다. 까막눈입니다." "원 세상에! 그럼 자넨 왜 사는가?" 이때 배가 암초에 부딪혀 가라앉게 되었다. 이번엔 반대로 사공이 선비에게 물었다. "선비님, 헤엄치실 줄 아십니까?" "아니, 난 헤엄칠 줄 모르네." "그럼 선비님은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출처:<<무지개 원리>>- 차동엽 신부 지음]

[첨부: 부산일보]
http://www.busanilbo.com/news2000/html/2008/1129/040020081129.102309043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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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지인과 이야기를 하다가 들었던 내용이다. 이 이야기는 지식인의 진정한 모습에 대해서 반드시 생각해야할 필요를 더욱 느끼게 하는 것 같다. 타인에 비해 더 많이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알고 있는 것을 어떻게 행동으로 만들어 내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여러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상황은 다양하다. 이런 다양성을 무시한 채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의 양에 비례하여 수직적 구조 속에서 사람들을 줄세우려는 것은 상당한 실수인 것 같다. 위의 이야기에서도 그게 얼마나 지혜롭지 못한 생각과 행동인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2014-04-05

포르노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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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사진 촬영과 비디오 제작 현장에서는 짐작컨데 우리들이 상상하는 이상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강제로 시키는 연기, 억지로 연기하면서 겪는 고통, 임신, 성병 감염 따위 말이다. 포르노 배우를 보는 사회의 눈은 차가우므로 이런 피해가 알려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조직폭력배의 자금원일 가능성도 충분하다. 성매매 풍속산업과의 관련성도 높을 것이다. 그러나 포르노 규제를 말하기에 앞서 이미 이 일을 하고 있는 여성의 처지를 생각해보자. 포르노 일을 하면서 당하는 고통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직이 필요하다.~ ~일단 인권침해를 막는 어떤 수단이 필요하다. 그 위에 성적으로 괴롭힌다든지, 곤란하게 한다든지, 상처 입힌 다든지, 울린 다든지 하는 장면을 보고 싶어하는 욕망을 사회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해야 한다.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에게도 이런 욕망이 있다. 이것은 남녀 양성이 함께 풀어야 할 과제인 것이다.~~



[출처: <<남자는 원래 그래?>>- 모리오카 마사히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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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 보다는 '보기 싫은 것'도 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많이 아는 게 힘들 수도 있지만, 알고 행하는 것과 모르고 행하는 것과는 엄연한 차이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성욕을 자극하는 미디어가 어떤 구조적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지에 대해 고민해야할 필요성이 있는 것 같다. 미디어가 비춰주는 프레임 안만 볼 것이 아니라 그 프레임 바깥 부분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섹스라는 영역은 잘만 알고 행하게 되면 많은 기쁨과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지만, 그와 반대라면 상당히 부정적인 결과들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섹스에 대한 욕망을 느낄 것이고, 그 때마다 어떤 생각과 행동으로 적절하게 대처하느냐가 점점 중요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교양인이라면 성에 대한 역사를 시작으로 두루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Movie_ 남쪽으로 튀어 South Bound (2013.02.)





개인과 국가의 관계에 대해 즐겁게 고민할 수 있는 영화였다. 사회구조적인 문제와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해 지인과 이야기를 하다가 지인이 이 영화를 추천해줬다. 이런 사회구조적 문제들에 대해 고민을 할 때는 마음이 무거워지고 기운이 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영화는 그래도 웃으면서 그 고민을 계속 진행할 수 있게 해줬다. 어쩌면 진지해질 수도 있는 내용을 해학적으로 재미있게 잘 풀어냈다고도 할 수 있다.

한 개인이 사회 속에 살면서 오직 개인의 판단에 의한 '불편함'을 겪을 때가 있다. 개인은 그 불편함을 느끼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게된다. 그러다가 주변의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느낀 감정들에 대해 다시 판단하게된다.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러는 구나'라고 생각하게 되고 자신이 느꼈던 '불편함'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과연 이런 변화가 그 개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어쩌면 한 개인이 느낀 불편함에 대해 (상대적인 관점에서) 타인과의 비교를 바탕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접근법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타인들의 삶의 방식도 들여다 볼 필요는 있겠지만, 더 중요하게 생각할 부분은 오직 그 개인이 느끼는 절대적인 관점에서의 감정이 아닐까?

삶에 있어서의 혁신과 변화는 타인을 통해 비슷한 삶을 살면서 안정을 취하려는 것 보다는 한 인간으로서 느끼는 자존과 자유라는 삶의 본질적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하려는 과정에서 발현되는 것 같다.


Movie_ MAGNOLIA 매그놀리아





"우리는 과거를 잊었지만 과거는 우리를 잊지 않았다"

영화에서 반복되는 대사였는데, 삶의 본질을 관통하는 대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에 지나치게 머물게되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또한 과거를 직면하지 못해도(외면하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때문에 힘들겠지만 과거에 상처가 있다면 한 번쯤은 직면하여 정면 승부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너무 힘들어서 대부분 과거를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르기에... 이에 대해서는 영화 중간에 나오는 노래 가사가 내 마음에 잔잔한 일깨움을 줬다.  "~ It's not going to stop until you wise up ~"...당신이 현명해질 때까지 그 고통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본질적인 부분이 제대로 서있지 않게되면 그 고통은 계속 삶 어딘가에서 꿈틀거릴 것이라는 내용...삶에 대한 대단한 통찰이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시간을 견뎌낸 이 영화를 보면서 삶의 가치에 직면하고자하는 의지를 갖게 되었던 것은 아마도 이 영화가 '삶의 본질'을 잡아내어 영화에서 녹여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시간이 많이 흘러도 영화에서 말하고자한 내용들은 계속해서 인간의 삶에서 이야기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3시간의 상영시간 동안 지루한 면도 없지 않게 있었지만, 재미가 없더라도 집중해서 볼 가치가 충분히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인간 삶의 본질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어느 누군가의 추천으로 메모를 해뒀다가 시간이 꽤 흐른 뒤에서야 보게된 영화였는데, 좀 더 빨리 보지 않은 게 후회됐던 영화였다. 대중의 흥미를 유발할 영화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적극 추천하고 싶은 영화이다. 삶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봤으면 하는 영화다. 아니, 모든 사람들이 봤으면 하는 영화.



첨부: 영화의 한 장면(노래 가사를 음미할 필요가 있다)

Wise Up- Aimee Mann
http://youtu.be/aNmKghTvj0E


2014-03-31

Movie_ DISCONNECT 디스커넥트





IT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삶은 상당히 빨라졌고, 편리해졌다. 하지만 이런 장점과 함께 단점도 발생하고 있는 게 지금이다. 인간의 삶에 있어서 보조적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삶을 더욱 풍요롭게 가꾸어 나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어느 순간 IT기술이 수단에서 목적으로 변하면서 여러 문제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중속의 고독'에 대해 정말 깊은 고민을 해야할 시점인 것 같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여러 지인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다. 하지만 여기에는 상당히 큰 맹점이 있다. 여러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는 것 같지만, 실은 단순히 표면적인 부분만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타인들의 내면에는 깊게 연결되어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단편적인 글과 사진들을 통해서 타인의 감정과 여러 상황들을 생각해 내는데는 분명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의 마음의 병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랑하는 연인이 화상통화를 하면서 과연 진정한 사랑을 느낄 수 있을까? 그녀의 따스한 손을 잡으면서 내 몸에 전달되는 포근함을 과연 IT기술이 제대로 표현해내어 서로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영화를 보면서 인간의 삶이 IT기술에 종속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에서 사랑하는 가족들이 식사를 하면서 각자의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있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인지 요즘들어 지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할 때 특별한 경우는 제외하고 스마트폰은 무음으로 한뒤 뒤집어서 테이블 가장자리에 둔다. 그러다보니 한결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면서 인간의 삶에서 더욱 본질적인 부분을 볼 수 있었다. 바로 '가족의 소중함'에 대한 것이었다. 내가 직장에 나가 땀을 흘리며 일하는 이유는 본질적으로 내가 사랑하는 아내와 자녀들과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인데, 어느 순간 그 본질적인 것들을 놓치면서 균형이 어긋나는 것이었다. 내가 진정 사랑하는 사람과의 소통과 공감의 부족이 인터넷의 세계에서 충족되면서 문제가 시작되는 것이었다. 본질적으로 인간의 삶을 중심에 두고 IT기술은 하나의 수단으로써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인간 본연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깊은 생각'을 해야할 시기인 것 같다.


lecture_ 구성애의 아우성





대체로 인간에게는 '식욕, 성욕, 수면욕'이 있다. 식욕은 매일 식사를 통해서 어느 정도는 충족이 된다. 그리고 수면욕의 경우도 매일 잠을 통해 어느 정도는 충족이 된다. 하지만 성욕(Sexual Desire)의 경우는 예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각자에게 느껴지는 성적 욕구를 해소해내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게 아니라, 성에 대한 전반적인 지혜의 결핍으로 인해 성욕을 지혜롭게 풀어내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느끼는 성욕을 이해하고 어떤 방법으로 성적 욕구를 잘 다스려야 할지에 대한 지혜가 필요한 것 같다. 고대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성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성은 끊임없이 인간과 동시대를 살아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도 인간에게 성(Sex)은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성에 대해 단편적인 부분만을 보기보다는 좀 더 깊게 다가가서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성교육과 관련해서 구성애씨만큼 우리나라에서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지속적인 활동을 해오신 분은 거의 없을 것이다. 구성애씨의 이 강연은 어쩌면 지금의 성인들, 특히 부모님들이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 강연을 통해 현재 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들로 인해 어떤 사회적 문제들이 야기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해야할지에 대한 지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모님의 경우에는 자식들과의 사이에서 성에 대해 어떤 소통의 장을 만들어낼지에 대한 지혜도 얻으실 수 있을 것이다.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여러 소식들을 종합했을 때 현재의 청소년들의 성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잘못된 방향을 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어긋남은 미래에 여러 방면에 많은 상처들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시기적절한 소통과 교육을 통해서 아이들이 아름다운 성에 대해 눈 뜰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한 것 같다. 이 강연에는 이런 교육적인 내용 뿐만아니라, 연인이나 부부 사이의 섹스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교육과 즐거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유용하고 재미있는 내용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이 강연 중에서 성매매와 관련된 부분과 현재 대한민국의 성문화에 대한 부분을 들었다. 상당히 충격적인 사실들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성에 대해 어떤 행동을 하기전 충분히 고민하는 시간을 갖고 자신의 가치관을 정립할 필요가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문화적인 관습의 영향에서인지 그런 과정이 빠지면서 긍정적이지 못한 상황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성을 규제하고 억제하자는 측면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성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즐거움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성에 대한 전반적인 시야를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젠 섹스라는 영역이 음지에서만 활동되기 보다는 밝고 따뜻한 양지에서 여러 사람들에의해 진지하게 이야기되어야할 중요한 주제인 것 같다.

P.S.
현재 애플 팟캐스트에서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강연이 서비스 되고 있지 않다. 대신 유투브에서 검색 하시면 강연을 들으실 수 있을 것이다.


2014-03-29

욕망은 지체없이 충족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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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일종의 순환 속에서 살고 있다. 우리는 함부로 물건을 사고 그것을 다 갚을 때쯤 되면 팔아 버린 뒤 다시 최신형을 사들인다. 욕망은 지체없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원리는 특히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성행위까지 지배했다. 적당히 이를 합리화 하기 위해 잘못 이해된 조잡한 형태의 프로이트 학설이 마구 이용 되었다.즉, 노이로제는 '억제된' 성충동에서 생기고 욕구불만은 정신적인 '외상外傷'을 남기기 때문에 억제하지 않을수록 더욱 건강해진다는 식의 논리가 그것이다. 부모들까지 자녀들이 좌절감을 느끼고 '콤플렉스'에 젖을까봐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려고 애썼다.~



[출처: '건전한 사회'- 에리히 프롬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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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과거에도 여러 성인들은 인간의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 고민하였고,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 본질은 변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인간의 본질들이 변하지 않아서일까?

흔히 인간이 느끼는 "욕망"과 "탐욕"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예전에 어느 누구는 "욕심을 버리는 게 더 힘드니 차라리 노력을 하는 게 낫다"라고 말했었다. 그 당시엔 그 말에 동의했지만 점점 생각이 바뀌었다.

"인간의 욕망과 탐욕은 끝이 없으니, 불필요한 욕망은 적절히 제어하자"에 공감하게 됐다. 그렇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는 것 같다. 적당한 욕망은 삶에 긍정적일 수도 있지만, 지나치면 삶에 균열을 일으키는 것 같다. 특히 돈Money을 대하는 삶의 가치와 관련해서...

내가 내 삶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


장하준 인터뷰 요약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출간한 뒤,

 장하준씨의 인터뷰 내용을 요약(기사가 너무 길어서 읽다가 좋은 부분을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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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 옆에 두는 책 중에서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는가?

장하준 : 한 포털사이트에서 내 서재를 소개하고 싶다고 해서 5권을 꼽아서 소개했다. 일단 목록만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The Hitchhiker's Guide 새 the Galaxy)>(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김선형·권진아 옮김, 책세상 펴냄, 원서 : 1979년).

<상상의 공동체 : 민족주의의 기원과 전파에 대한 성찰(Imagined Communities)>(윤형숙 옮김, 나남 펴냄, 원서 : 1983년)

<광기, 패닉, 붕괴 : 금융 위기의 역사(Manias, Panics and Crashes : A History of Financial Crisis)>(찰스 킨들버거·로버트 알리버 지음, 김홍식 옮김, 굿모닝북스 펴냄, 원서 : 1978년)

<장자>(장자 지음, 오강남 엮고 옮김, 현암사 펴냄)

<백년의 고독>(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민음사 펴냄) / <백년 동안의 고독>(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안정효 옮김, 문학사상사 펴냄)

목록을 봐도 알겠지만, 나는 직업 자체가 책을 읽는 것이다 보니 일을 안 할 때는 흥미 위주의 책을 즐긴다. 보통 때는 추리소설, 과학소설(SF) 등을 즐기지 심각한 책은 읽지 않는다. (추천한 5권 중에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세계적으로 열광적인 팬을 거느린 유명한 SF 소설이다. <편집자>)



프레시안 : 추리소설, SF 작가 중에서 좋아하는 사람은?

장하준 : 추리소설은 당연히 애거서 크리스티가 여왕이다.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로 잘 알려진 존 르 카레의 작품도 즐겨 읽는다. 그밖에도 요즘 유럽은 스웨덴, 노르웨이, 프랑스 할 것 없이 추리소설 르네상스다. 새로운 작품들이 나올 때마다 챙겨서 읽는 편이다.

SF는 사실 고전적인 의미의 작품보다는 최근 작가의 작품을 즐겨 읽는다. 닐 게이먼, 닐 스티븐슨과 같은 작가의 SF 또 (어린이들이 읽는 책으로 홍보되고 있지만) <황금 나침반>의 필립 풀먼, <견인 도시 연대기 : 모털 엔진> 등을 쓴 필립 리브 의 소설도 즐기는 편이다. 러시아 작가 빅토르 플레빈(Victor Pelevin)의 작품도 즐겨서 읽는다.

(닐 게이먼, 닐 스티븐슨, 필립 풀먼, 필립 리브의 책은 국내에 몇 권이 소개가 되었다. 빅토르 플레빈의 작품은 1998년 <벌레처럼(The Life of Insects)>(책세상 펴냄), 2006년 <공포의 헬멧(The Helmet of Horror)>(문학동네 펴냄)이 국내에서 나왔다. 장하준 교수와 책 읽는 재미를 공유하고 싶은 이들은 지금 당장 검색창에 작가 이름을 쳐볼 것! <편집자>)



프레시안 : 이제 경제학 얘기를 해보자. 스스로 주류 경제학과는 선을 긋고 있다. 장하준 교수가 지향하는 경제학 또 경제학자는 어떤 모습인가?

장하준 : 생산, 유통, 소비와 같은 경제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주류 경제학 교과서가 가르치는 것뿐만 아니라 역사, 제도, 심리학도 알아야 한다. 또 철학, 도덕도 공부를 해서 아까 얘기했듯이 어떤 가치를 지향할 것인지를 놓고 나름의 세계관도 가져야 한다. 이렇게 최대한 광범위한 공부를 했을 때, 비로소 경제 현상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프레시안 : 장하준 교수가 비판하는 자유 시장 이데올로기가 득세한 탓인지 몰라도, 한국의 대학은 그런 흐름과는 정반대로 가는 중이다. 예를 들자면, 서울의 한 대학은 2009년부터 회계학을 전공을 불문하고 전교생이 듣는 교양 필수 과목으로 선정했다. 또 여러 대학에서 역사, 철학 등의 과목이 축소·폐지되는 상황이다.

장하준 : 회계학을 교양 필수 과목으로? 그런 일이 있었나? 사실 회계학을 배우는 게 꼭 나쁘지는 않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도 (요즘에는 안 하지만) 예전에는 경제학과 학생은 모두 다 아주 기초 수준의 회계학을 배웠다. 사실 제일 좋은 건 회계학도 배우고 역사, 철학과 같은 여러 가지를 배우는 것인데….

생명과학자가 생명 현상을 연구할 때, 그것이 워낙에 복잡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접근이 필요하다. DNA 분석도 필요하고, 실험실에서 온갖 실험도 하고, 생물을 해부도 하고, 고릴라 침팬지 옆에서 몇 달을 앉아 있기도 한다. 또 동물 행태를 가지고 수학 모델을 만들어서 시뮬레이션도 하고. 이런 여러 가지 방법이 모아져야 생명 현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경제학도 마찬가지다. 경제 현상이 워낙에 복잡하지 않나? 인간의 심리를 이해해야 갑자기 주식 시장이 거품이 확 일었다 꺼지는 것도 알 수 있고, 또 하드웨어를 이해해야 자동차 산업이 어떻게 발전할지 예측할 수 있고, 수요-공급의 원리도 알아야 하고, 어떤 경제 체제를 지향하느냐를 놓고 무엇이 정의인지 판단하는 기준도 있어야 하고.

그래서 경제학은 종합 학문이 되어야 하고 또 경제학자는 그런 여러 분야의 공부를 통해서 경제 현상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물론 결국에는 자기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한 가지 특화된 분야를 깊이 파기는 해야겠지만…. 항상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장하준 : <23가지>에서도 얘기했듯이 나는 좌로는 마르크스부터 우로는 하이에크까지 그 사이의 많은 경제학자의 책을 읽고 배울 게 있으면 다 배우는 사람이다. 어떤 학파를 따르는 사람이라고 할 수도 없고. 기본적으로 이 책에서 언급한 경제학자는 한 명, 한 명 다 배울 게 있는 이들이다.

다만 <23가지>에서 여러 차례 1978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허버트 사이먼을 언급했다. 그는 우리 시대 최후의 르네상스적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처음에는 정치학자로 출발했으나 행정학, 물리학, 경영학, 경제학, 심리학 등에 큰 공헌을 하고 마지막에는 인공지능 연구로 관심을 돌렸다.

인간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스스로를 조직하는지에 정통한 단 한 사람을 들라면 그것은 단연 허버트 사이먼이다. 사이먼과 그를 따르는 사람들의 경제학은 현대적 기업, 더 나아가 현대 경제에 관한 우리의 이해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런 훌륭한 업적에 비하면 한국에 소개가 안 된 것 같아서 이 기회에 특별히 그를 언급한다.



프레시안 : 유독 신화가 많다. "학창 시절 천재 소년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한 시간에 250쪽을 독파할 수 있는 독해력을 갖췄다" "중학교 2학년 때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영어 원서로 11독하고 번역판으로 12독을 했다." "박사 학위를 받기 전인 1990년 27세 나이로 한국인 최초로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가 되었다" 등….

장하준 :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얘기는 역시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과학철학을 공부하는 동생(장하석)의 얘기인데 누군가 잘못 옮겨서 계속 내 얘기처럼 알려져 있는데…. 무협지 같은 얘기는 믿을 필요가 없다. 사실 나는 '천재과'라기보다는 '노력파'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부터 책 읽고 공부하는 건 좋아해서 교수까지 되었지만.




[출처: 프레시안/ 2011년 1월경 기사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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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26

book 만병의 원인은 스트레스다- 아보 도오루 지음





삶을 좀더 풍요롭게 사는 방법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고 있다. 스트레스Stress 받지 않고, 마음Mind을 편안하게 하는 것! '구호는 컴플렉스의 반영이다'라고 어디선가 말했다.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반증해 주는 것이다. 어쩌면 이는 결과론적으로만 빨리 그 방법을 찾으려다보니 발생하게 되는 시행착오가 아닐까? 왜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되는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할 시간적 여유가 지금의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없기 때문 아닐까? 문득 든 생각이다. 

단순히 결과론적인 병을 치료하기 위한 대증요법만으론 병의 본질적인 원인을 치료하기 쉽진 않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하는지를 저자 개인의 생각을 통해 그 이유를 책에서 밝히고 있다. 간단히 내가 이해한 내용을 요약하자면, 가장 핵심은 "자율신경(교감,부교감신경)의 균형Balance" 이었다. 자율신경과 백혈구의 과립구, 림프구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이기 때문에 균형이 깨지게 되면 우리 몸에 다양한 형태의 병이 발생하게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특히나 교감신경은 우리가 낮에 깨어있을 때 활발한 활동을 하는 가운데서 활성화되며, 부교감신경은 우리가 편안하게 쉬거나 잠을 잘때 활성화되는데, 이 둘 사이의 균형이 깨졌을 때 그 위험을 우리 몸에서 감지하고 예방하는 게 좋다고 저자는 언급한다.

내 몸의 건강을 위해 지나치게 운동에 몰입하는 것도 조금은 고민해봐야할 것이라고 저자가 말해서 처음에는 이유를 몰라 어리둥절 했으나, 저자의 생각을 읽으면서 너무 격한 운동이 우리 몸에 해로움을 안겨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격한 운동은 지나친 교감신경 우위의 몸 상태를 만들기 때문이었다. 이치를 아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래야만 내가 습관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에 긍정적인 변화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왜 마음Mind이 중요한지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게 이 책이 도움을 줬다. 물론 몸과 마음 모두가 균형을 이룬 건강함이 최적일 것이다.


책 내용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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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살아가는 리듬, 살아가는 힘을 빼앗아 가는 현대적인 생활 그 자체를 면역학적 견지에서 처방하려고 한다. 편중된 생활에서 탈피하여 스스로 자신의 몸을 지키고 가족들의 건강도 확보해야 한다. 또, 피로를 적극적으로 없앨 수 있는 방법도 알려 주려고 한다. 피로는 혈액 속의 PO2(산소분압)의 저하, 피로물질의 축적, 노폐물의 배출력 저하, 저체온 등으로 인해 생긴다. 그러나 심호흡, 목욕, 음식을 잘 선택하여 실천하면 스트레스 받지 않는 몸을 만들 수 있다. 또, 사물에 대한 생각,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피로는 한마디로 말하면 병의 입구. 병이 나기 직전에 몸이 외치는 SOS 신호이다.~
~나의 전문 분야인 면역학의 입장에서 보면 그 차이를 더욱 더 잘 알 수 있다.~~면역학이란 원래 인간이 갖고 있는 면역력으로 병을 치유하는 의료 분야다. 한마디로 말하면, '백혈구의 활동으로 병에서 몸을 지키는 자연 치유력'이다. 그리고 나는 공동연구자인 외과의 후쿠다 미노루 선생과 함께 자율신경이 백혈구의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백혈구의 자율신경 지배 법칙'을 발견했다. 이 법칙을 통해 피로의 유형과 해소법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컴퓨터로 하는 작업은 상상 이상으로 몸 전체에 부담을 주는 작업'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장시간 컴퓨터를 사용할 때는 한 시간에 15분은 눈과 몸에 휴식을 주도록 한다.~

~물론 이러한 노력은 어디까지나 바쁠 때 일시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에 지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수면 시간을 줄이면 확실히 피로가 쌓이며 나중에는 병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여 생활 습관 자체를 개선하기 바란다.~

~즉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은 반드시 휴식도 충분히 가져라'라는 뜻이다. 아주 당연한 이 균형을 잃은 사람이 너무도 많기에 휴식과 수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한마디 더 덧붙이면, 이번 장에서 말하는 수면 방법을 모든 사람에게 일률적으로 적용시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좋은 수면을 취하려면 '충분히 활동했다면 반드시 충분한 수면을 취한다.' '해가 뜰 때 일어나 해가 지면 가급적 빨리 쉰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모두 활동할 수 있도록 탄력 있는 생활을 한다.' 라는 기본 원칙은 있어도 세세한 부분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피로를 푸는 방법과 마찬가지다. 극단적인 예로, 세계에서 가장 장수한 고 혼고 가마토 씨는 생전에 이틀 동안은 자고 이틀 동안은 일어나서 생활하는 패턴이었다. 언뜻 보기에는 이상하게 보이는 사이클이지만 혼고 씨의 몸에는 자연스러운 리듬이었던 것이다.~~자기 몸의 수면 리듬을 발견하지 못한 사람은 우선 그것을 발견하는 데 목표를 세워라. 그 리듬을 정착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면 된다.

 #휴일을 보내는 방법 1 몸 상태에 맞는 스트레스 해소법 
~그러나 좋아하는 일로 정말 스트레스가 해소되었는지 아닌지 한번 체크해 보길 바란다. 평일에 바빠서 교감신경이 우위가 된 사람이 휴일에 교감신경이 우위가 되는 활동을 하면 오히려 피로가 증가한다. 평일에 눈을 혹사시키는 사람이 휴일에도 눈을 너무 많이쓰면 점점 교감신경이 피로해진다. 휴일에는 빈둥거리며 채널을 돌려 텔레비전을 장시간 보거나 게임을 하는 사람이 많은데, 업무 중에 컴퓨터 화면을 보는 것보다는 낫다해도 역시 눈이 피로해진다.~

~그러나 이미 피로가 쌓여 있는 사람은 우선 피로가 쌓이지 않는 생활을 열심히 실천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전제하자면 인간의 몸을 전체적인 시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최근 '통합의학' '전체의학' 등으로 불리며 주목받고 있는 의학의 시점이다. 통합의학적인 견해가 주목 받는 건 최근 십수 년 만에 급속도로 발달하여 몸을 장기별로 분석해 나가는 서양의학에 대한 반성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그 결과 증상을 '나쁜 것', '꼭 나타나야 할 신체 상태와 다르므로 잘못된 상태'라고 받아들이고, 증상만을 무리해서 억제시키려는 대증요법 등으로 치우쳐 오히려 피로와 병을 악화시키고 만성화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편, 현대인에게 많은 교감신경 유형의 피로 상태인 경우, 슬픔, 화, 한, 질투, 불안, 공포심 등, 해로운 감정을 가지고 있으면 교감신경이 계속 자극을 받고 피로가 쌓이기 쉬우며 몸의 여러 곳에서 불쾌한 증상이 발생한다. 그 영향으로 더더욱 나쁜 감정이 커지고 점점 몸의 상태도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이것은 법칙이므로, 어디서든 어떻게 해서든 기분을 전환 시켜야 한다. 기쁨과 미래에 대한 희망,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 고마움 같은 좋은 감정은 부교감신경을 자극한다. 교감신경우위 상태가 심해서 피로가 심각할 때에는 좋은 감정을 가질 여유가 없게 된다. 하지만 어떻게든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바쁜 나머지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는 사람은 감성과 함께 넉넉한 마음도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70퍼센트주의로 임하는 게 좋다. 물론 이때다라고 생각되는 중대한 시점에는 전력을 다해 100퍼센트를 목표로 해야 한다. 그러나 언제나 완벽주의를 관철시키려다보면 무리를 하게 되고, 중요한 때에 100퍼센트 힘을 낼 수 없게 된다.완벽을 목표로 한 탓에 정작 중요한 때에 실패가 두려워질지도 모른다. 이렇게 되면 교감신경 유형의 피로가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너그러움만으로 인생을 끝냈을 경우,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고 왠지 후회도 남을 것 같다. 자신의 인생이 걸려있거나 자신의 신념을 걸고 싸워야 할 때에는 100퍼센트의 힘을 끌어내어 여력이 남지 않아도 된다는 각오를 하고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리라 생각한다. 가족과 사회를 진정으로 지켜야 할 때에 70퍼센트주의로 임한다면 후회가 남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한 기백도 인생에 있어서는 중요하다.~~만약 무언가 신념을 건 싸움이 발생했을 때에는 있는 힘을 다 짜낼 각오로 임한다. 그 각오도 역시 피로가 쌓이지 않는 생활을 계속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된다. 피로가 쌓이지 않는 삶이란 이러한 탄력 있는, 인간 몸의 자연스런 존재 방식을 따르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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