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30

book_미학 오디세이 (1권,2권,3권) - 진중권 지음






각 권마다 (저자가 생각하기에)중요한 예술가를 테마로 잡고 그 예술가와 관련된 미술사의 내용을 발췌하여 설명한 책이다. 즉, 미술사를 통사적 관점에서, 미술사의 흐름을 살펴보시려는 분은 다른 책을 집어드셔야 할 것이다. 기본적인 미술사에 대한 식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책이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처음 예술을 접하려는 분들도 겁먹으실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일단 이 책은 가독성과 이해도 측면에서 크게 어렵지는 않기 때문이다. 각자의 배경지식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가 어떤 '지혜'를 배울지가 다를뿐이다. 본인의 배경지식도 그리 많지 않아서 책의 전체적인 내용이 오밀조밀하게 연결되는 느낌은 없었지만, 각각의 시대상과 미술사에서 진행되었던 생각의 흐름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일어난 중요한 '혁신'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인공지능이 진화하는 이 시점에서 왜 '예술'에 관심을 가져야하는지 본인 나름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였다.

지난 과거의 예술이 '형태'와 '색'의 범위에서 진행되었다면, 이제 더욱더 현대예술은 이 '형태'와 '색'을 버리고 우리가 보지 못했던 영역을 '재인식'하게 해줄 것이라는 저자의 생각은 깊이 음미해볼만한 가치가 있었다. 서구사회가 '시각적' 효과를 통해 예술을 해석하고 제작해 왔다면 이제는 그 관념적(시각)인 영역을 넘어 '촉각적' 영역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부분은 교묘하게도 인간의 본성을 들여다보는 중요한 대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과연 그 인간의 본성을 대중에게 표현할 수 있는 예술가들이 얼마나 될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됐다. 이 인간이 토해내지 않은 데이터가 무엇인지 혼자만의 화두를 잡고 고민하기도 했다.

예술은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야하는 영역이다. 현재에 안주하는 것은 지난 예술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계속해서 반복을 추구하기 보다는 새로운 관점에 대해 고민하고 그것을 대중에게 재인식 하게 해주는 것이 예술의 중요한 역할이다. 흔히들 예술을하려면 경제적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고들 말하는데, 그런 논리라면 자본주의사회에서 예술 또한 자본의 논리로 움직여야하는 것일 아닐까? 그런 이유로 현대미술이 자본주의에 잡아 먹힌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하는 예술정신을 지켜내는 예술가가 있다면 이 자본주의의 거대한 힘마저 뛰어 넘을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을 응원한다. 자본주의시스템이 우리의 종착점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대예술은 모호하다. 현대예술은 현재 혼란기를 거치고 있다.
경매시장에서 현대예술품들이 현금가치로 환산되며, 그 가치를 만들어내는 '공모자'들에 의해 현대미술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난 과거는 '가상'이 '현실'을 위협했다. 하지만, 지금은 '현실'이 '가상'을 위협하는 상으로 반전되어 버렸다. 가상현실 속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으니... 특히 미디어가 보여주는 세상을 사람들이 동경하고 따라하기 시작하는 모습은 우리 인간에게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어야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카페에서 마주보고 앉은 연인들이 저마다 각자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모습은 안타깝게 느껴지는 장면이다. 사랑하는 연인의 눈동자를 바라봐야할 중요한 시간에 대부분은 각자의 가상세계속으로 자신의 시선을 옮긴다.  정말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행복해보이기 위해 소셜네트워크에는 좋은 장면들을 보여준다. 하지만 아이너리컬하게도 진정한 현대예술이라면 좋은 모습보다는 우리의 어두운 이면을 많이 보여줘야하지 않을까?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행복해 보이는 것과 진짜 행복한 것은 매우 다른 영역이다. 누군가에게 행복해보이기 위해 사는 것과 자신의 내면 자체에서 행복감이 느껴지는 것은 매우 다른 것이다.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예술은 이런 고민을 하게 도와준다.

인간의 본질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
인간의 행복에 대해 고민하는 것.

인공지능의 진화가 빨라지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예술을 통해 많은 고민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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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문장 발풰

1권-pp47-48
~유럽에서 초봄에 행해지는 '카니발'(글자 그대로 하면 인육을 먹는다는 뜻이다)의 원형이 바로 이것다.~
~그 뒤로는 인간 대신에 양이나 염소 같은 짐승이 죽어갔다.~

1권-p79
~어쨌든 로마인들은 수많은 그리스 조각의 모작을 만들어냈는데,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리스 조각들은 대부분 진품이 아니라 로마인들의 모작이다.~

1권-p99
~우리는 예술을 정서나 감수성 따위와 관련짓지만, 그리스인들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그들에게 예술은 테크네, 곧 합리적 규칙에 따른 활동이었다.~

1권-p120
~이렇게 기독교적으로 해석된 플라톤주의가 몇 백 년 동안 중세미학의 골격이 된다.~

1권-p142
~중세예술은 예술사의 퇴보가 아니라 그 자체가 훌륭한 가치를 지닌 예술이다. 사실 묘사에서 물질세계를 희생했지만 인간의 영혼 깊숙이 파고드는 힘에선 중세예술을 따라갈 수 있는 건 없다.~

1권-p179
~이건 대단한 변화다. 왜냐하면 중세는 '자연의 모방'이란 생각에서 완전히 해방되었던 시대이기 때문이다.~

1권-p195
~중세는 웃음이 없는 시대였다. 물론 이 숨막히는 시대에도 통풍구는 있었다. 그건 카니발이라는 축제인데, 여기서만큼은 음탕한 행위와 우스꽝스런 언동이 허락되었다.~

2권-p87
~현대예술은 더 이상 외부세계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그것의 출발점은 예술가의 내면이다. 현대예술은 내면의 직관을 밖으로 표현하는 데서 성립된다.~

2권-p220
~물론 공상을 통한 만족은 진정한 만족이 아니다. 우린 결국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 그런데 야무진 꿈을 고스란히 품고 현실로 돌아오는 길이 있다. 바로 예술이다. 예술가들은 본능적 욕구가 매우 강한 사람들로, 대개 신경증에 가까운 내향적 소질을 갖고 있다. 세잔도 그랬고, 고흐도 그랬다. 그들은 명예, 권력, 부귀와 여자의 사랑을 얻으려하나, 현실에선 그걸 실현할 수가 없다. 이때 그들은 공상을 통해 그 바람을 이루려 한다. 그들이 이루지 못한 꿈, 이루지 못한 욕망을 '승화'시킬 때 예술이 탄생한다.~

2권-pp290-291
~어쨌든 카오스모스를 추구하는 오늘날의 열린 예술 작품은 현대사회의 어떤 징후를 반영하고 있다. 말하자면 그건 세계관과 가치관의 중심을 잃어버린 오늘날의 혼란스런 상황의 반영이다.~
~그건 바로 새로운 인간 유형의 가능성이다. 말하자면 중세의 수도원과 같이 절대적 진리의 음침한 감속에 갇혀 있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의 경직된 생각을 기꺼이 바꾸려는 자세를 가진 인간, 말하자면 자신의 삶과 인식의 도식을 혁신하는 데로 열려있고, 자기 능력의 발전과 지평의 확대에 대해 생산적인 인간 유형 말이다.~

3권 -p39
~현실은 사라졌다. 현실에 대한 낡은 관념은 사라졌다. 이제 세계는 조금씩 모습을 바꾸며 무한히 이어지는 시뮬라크르의 놀이 속에,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다. 이게 현실이며, 이게 현대의 지각이다. 모네는 이 현대인의 눈을 가지고 시뮬라크르의 놀이 속으로 현실의 견고함을 사라지게 한 최초의 화가다.~

3권-p149
~모든 것을 획일화하는 동일성의 폭력에 저항하기 위해 예술은 사회 안에 통용되는 '코드'를 거부한다. 그 결과 오늘날의 예술은 평균적인 대중에게는 이해될 수 없는 것으로 남는다. 이는 현대예술이 관리되는 사회의 비인간성에 항의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문화산업은 일탈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것은 제 아무리 난해한 작품도 대중이 이해하는 코드로 번역해 상품으로 판매한다. 한때 충격을 주었던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와 칸딘스키의 작품도 오늘날 무리 없이 받아들여진다. 때문에 예술은 끝없이 자신을 혁신할 수밖에 없다. 자기를 상투적 코드 안에 가두려는 문화산업의 추적을 피해 끝없이 탈주하며, 끝까지 이해되지 않는 이성의 타자로 남으려 한다. 자연을 전혀 닮지 않으면서도 현대예술은 이렇게 자연을 미메시스한다.~

3권-p150
~오늘날의 예술이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이 될 것이다. 왜? 사회가 추할 대로 추해졌기 때문이다. 바로 이를 정직하게 증언하려면 현대예술은 추해져야 한다.~

3권-pp156-157
~관리되는 사회에서 인간을 구원하는 것은 '탈주'의 실천이다. 개별자의 고유성을 지우고 모든 것을 획일화하는 사회. 이런 자본주의 사회에서 보존할 가치가 있는 유일한 진리는 거기에 동화되기를 거부하고 단독자로 남는 것이다. 자신을 쫓아오는 모든 동일성의 폭력에서 끝없이 벗어나는 것. 바로 그것만이 이 사회에서 인간이 참되게 존재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이 존재미학도 소통을 거부하는 현대예술에서 배웠다.~

~현대예술은 이상적인 사회의 상을 그리지 않는다. 그러나 유토피아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게 또한 인간이다.~

3권-pp239-240
~감각과 지각은 다르다. 감관이 받아들인 자료가 정신으로 올라가 인식의 재료가 될 때, 그것을 '지각(Perception)'이라 부른다. 검은 색깔, 구수한 향기, 뜨거운 느낌. 이렇게 자료가 입력되면 정신은 그것에 입각해 판단을 내린다. '이것은 커피다.' 반면 그 자료들이 몸으로 내려가 생리적 현상이 될 때, 그것들은 '감각(Sensation)'이 된다. 이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정신이 아니라 육체의 몫이다. 뜨거운 액체의 맛과 감촉과 온기. 몸이 느끼는 이 감각의 질은 말로 대체할 수 없는 어떤 원초적인 느낌이다.~

3권-p350
~예술은 미술관에 소장된 물리적 현실의 총체가 아니다. 예술의 현실은 그 대상들 위에 유령처럼 덧붙여지는 해석들, 비평들, 이론들의 총체다.~

3권-p353
~보드리야르는 <르몽트(LeMonde)>와의 인터뷰에서 "현대예술은 무가치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예술 중에 그것을 둘러싼 액자값을 하는 게 얼마나 될까? 그런데왜 무가치한 것이 그렇게 높이 평가되고, 높은 가격에 팔리는 것일까? 보드리야르에 따르면 그것은 어떤 '공모'의 결과다.~

3권- pp360-361
~예술 과제는 있는 현실의 재현(Representation)이 아니라, 없는 현실을 비로소 있게 하는 현시(Presentation)가 되었다. 작품의 진리는 있는 현실의 정직한 증언이 아니라, 없는 현실을 만드는 창조의 힘에 있다. 한 세기 동안 우리는 그 창조의 즐거움을 만끽 해왔다.~

~이제 우리는 허구와 실재가 복잡하게 뒤엉킨 새로운 현실을 살아야 한다. 이것이 축복일까? 저주일까?
어쨌든 우리에게 익숙했던 현실은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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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22

book_인간은 필요없다-제리 카플란 지음




[원제: Humans Need Not Apply - Jerry Kaplan ]



'보거나 지각할 수 없는 위험'...
이 '보거나 지각할 수 없는 위험'이 우리에게 몰려오는 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며, 책에서 가장 인상 깊게 뇌리에 박힌 문장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그 '모습'을 궁금해 하시는 분들에게 이 책이 도움을 드릴 것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인공지능'이라고 하는 존재가 인간의 삶을 디스토피아로 몰고갈 수도 있지만, 인간에겐 너 나은 삶에 대한 '열망'과 '의지'가 있기 때문에 밝은 미래를 생각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밝은 미래를 선점할 수 있는 사람들은 어쩌면 아이러니컬 하게도 미래의 암울한 모습에 직면한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된다. 무한 긍정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의 어두운 면을 직면할 수 있어야만 어느 쪽이 밝은 미래인지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앞으로 우리 사회에 다가올 인공지능과 인조로봇의 어마어마한 힘을 잘 소개해주고 있었다. 기계(컴퓨터)가 인간이 지금 하고 있는 여러 노동중에서 어떤 노동을 대체할 수 있는지 더욱 심도있게 고민할 수 있게 해준다.

기술이 진보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인간이 그 기술을 따라 배울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기술진보 속도가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반 대중의 눈에 기술이 진보한 것이 보이는 때는 이미 그 기술들이 인간을 너무 크게 앞서 있을 때가 될 수 있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마치 우리 눈에 현금이 보이던 시대에서 이제는 추상화된 숫자로 자금이 기호화되는 이치와 흡사하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피쳐폰에서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는 현재를 살펴봐도 현재 기술의 진보 속도는 우리의 예측을 훨씬 뛰어 넘는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변화의 흐름을 읽고 혁신하기 위해서는 정말 상당한 노력과 실행력이 필요하다.

국가가 국민의 '기본소득 보장'에 대해 왜 고민해야하는지 이 책을 통해 더 이해할 수 있었다. 기술진보 속도를 따라 갈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그들의 기본적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한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또한 인간이 하는 노동을 대부분 기계가 대체함으로써 인간이 할 수 있는 노동의 범위가 점차 좁혀지는 것도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더욱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심도있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가가 국민을 위해 미래를 대비하지 못한다면 정말 큰 위험이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다.

컴퓨터의 성능이 더욱 향상되어, 컴퓨터가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DATA의 용량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취합된 데이터들을 컴퓨터가 분석하고 한 개인의 소비패턴을 분석하여 1대1마케팅까지 점령하게 되었을 때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광고'의 패러다임까지 판이 뒤집힐 가능성이 매우 높다. 머지않아 우리는 우리가 필요로하는 광고만 볼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데이터DATA의 힘을 실감할 수 있었다.

기계(컴퓨터)가 '도덕적 가치'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을까? 에 대해 저자는 고민한다.
개인적으로 매우 중요한 고민이라 생각한다. 
정해진 틀안에서 주어진 데이터를 통해 규격화된 패턴분석을 기계(컴퓨터)가 잘할 수 있지만, 틀을 벗어나 유연하게 생각하고 판단하여 행동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구구절절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은 향후 기계가 대체할 수 있을까?'
 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 생각들이 쌓이고 쌓여 행동하게 만들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제는 안정을 추구하는 것보단 '불안정에 대한 내성'을 기른 사람들이 변화하는 미래에서 앞서갈 수 있다. 안정은 틀이 짜여져 있고, 그 틀안에서 움직이는 여러 데이터는 성능 좋아진 컴퓨터가 패턴을 분석하여 인간보다 더 잘 해낼 수 있다. 오히려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서 어떻게 적응해 나갈지에 대해 고민하는 삶이 컴퓨터가 따라오기 힘든 영역일 것이다.

더욱 더 '인간'에 집중하게 된다.
기계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인간이기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해 고민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더욱 '인간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게 될 것이고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더욱 집중하게될 분야에 대해 더욱 고민하게 될 것이다. 그 영역에는 예술Art이 포함되어야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본인도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예술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하며, 끊임없이 인간에 대해 고민해야한다. 혁신이 없는 예술은 예술이 아닌 것 처럼...


2017-01-08

book_오리지널스 - 애덤 그랜트 지음



[ 원제: Originals - adam grant ]




인간을 인간이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계속된 반복학습으로 주어지는 일들을 해결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기계(컴퓨터)가 인간을 따라오기 힘든 영역은 무엇일까?
인간은 생각(think)을 할 수 있다.
인간은 상상(imagination)을 할 수 있는 존재이다...

이 책의 제목은 오리지널스(Originals)이다.
사전에서 찾아보면 보통 우리는 이 단어를 '본래의(형용사)'라는 용법으로 사용한다. 그런데 '독창적인'이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는 단어였다. '독창성'과 비슷한 말로 '창의성'이라는 말도 있다. 이 단어들에 대해 고민중인 분들에게 이 책이 많을 도움을 줄 것 같다. 책을 읽는 과정에서 우리가 마치 진리인 것처럼 알고 있었던 것들을 '반박가능한 통념'으로 인식하게 해준다. 어떤 것도 고정불변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한다는 것을 책을 읽다보면 계속해서 자각하게 될 것이다.

어떤 일을 정해진 기일 안에 끝내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일을 끝내는 과정에서 '최대한 일찍 끝내는 경우'와 '일부러 미루는 경우'에서는 독창성에서 차이가 발생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미 틀이 짜여진 상태에서 빈칸을 채우는 경우와 마감일까지 계속해서 다양한 구조에 대해 생각하며 빈칸을 채우는 경우는 상당히 큰 차이가 있다. 이미 틀(Frame)이 생긴 상황에선 더 이상 다른 대안들이 나올 가능성이 적다. 하지만, 일부러 미루는 행위를 통해 계속해서 다른 대안들을 생각하는 경우에는 확률적 측면에서라도 더 나은 해결책을 찾아낼 가능성이 있다.
'목표를 정한다' 그리고 그 목표로 가는 다양한 방법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책의 내용이었다. 이미 결론을 내버린 경우, 더 이상 생각할 동기가 발생하지 않는다. 반면에 아직 마무리 되지 않았다는 인식은 계속해서 긍정적 압박을 통해 인간 고유의 영역일 수 있는 '생각(think)'을 지속하게 해준다.

어쩌면 인간 개개인은 저자가 말하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시스템 속에서 지속적으로 생각이 틀에 갇히면서 각 개인들이 느끼는 감각을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맞다. 우리는 지나칠 정도로 바쁘게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히려 여유를 부리는 게으른 사람들이 더욱 긍정적인 미래로 나아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창성은 모험을 해야한다? 위험을 감수해야한다?
모험은 무엇이고,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부분에서는 문맥(Context)을 잘 이해해야할 필요가 있었다. 내 기억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사마천 <<사기>>에서 이런 문구가 나온다고 들었다. '~내 창고가 넉넉해야 누군가를 도울 마음이 난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보면서 무릎을 쳤다. 물론 내가 힘든 상황에서 누군가를 도울 수도 있으나 인간의 본질적 측면을 놓고 봤을 때, 내가 그래도 어느 정도 넉넉한 삶을 살아야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생기는 것은 우리가 보편적으로 느끼는 감정이지만 숨기고 있는 감정 아닐까?...
위험을 감수한다는 것은 위험을 감수하기전 어느 정도 안정을 뒷받침해야 가능한 것은 아닐까? 우리가 직장을 다니다 이직을 할 때, 그냥 무턱대로 이직을 하는 경우와 이미 하고 있는 일을 어느 정도 잘하면서 다른 영역에 대해 탐구하고 준비하는 것처럼...저자는 이런 상황을 '포트폴리오의 균형'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역시나 미디어에 보이는 장면들, 그리고 내가 보고 듣는 것들의 '이면'을 '본질'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이 대목을 읽으며 깨달았다. 세상을 변화시킨 사람들, 그리고 독창적인 사람들은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려고 힘쓴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변화하려는 그 동력에는 '삶의 의미' 그리고 '가치'라는 것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독창적인 사람과 일반인은 그리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차이라고 한다면 '행동했다'라는 점이다.
정말 작은 차이겠지만, '행동'하기 어렵다는 것을 아시는 분들이라면 '행동하는 것'이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어 내는지 아실 것이다.
어떤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그 사람이 하는 '말'이 아니라, 그 사람이 하는 '행동'이라고 말했던 어느 분의 인터뷰가 떠올랐다. 그 '행동'이 거창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사소한 행동'들을 중요하게 생각해야한다. 작은 것들이 쌓이고 쌓이다보면 언젠가는 큰 열매를 맺게하는 것이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삶의 진실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큰 것보다는 사소하고 작은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삶, 1년중 어느 이벤트가 있는 날보다는 '일상'을 소중하게 사는 삶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금 자각하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지금까지 소개한 내용은 책을 통틀어 큰 맥락들이라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내용들이 책에서 소개된다.
지금껏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그냥 보이고 들리는 것들을 소화했다면 이 책을 통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역량을 더욱 키울 수 있기를 응원드린다.

(이 책을 읽기 전, 소셜네트워크에서 이 책에 대한 사진들을 보았으나 그냥 스쳐 지나갔다. 그런데 어느 날 유투브에 필터링 되어 올라온 어느 학원강사가 이 책을 소개하며 수능을 마친 고등학생들에게 강력히 추천하는 영상을 보게되었다. 그 설득에 넘어가 이 책을 읽게 되었고 그 선택에 후회는 없다고 말씀 드릴 수 있다. 이 책을 읽은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정말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생각할 수 있었고 행동할 수 있는 동력을 내 가슴에 키울 수 있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