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18

book_허수아비춤 - 조정래 지음









약 2000년전 사마천은 <<사기>>라는 책의 화식열전 (貨殖列傳)편에서 자본(돈)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통찰을 이야기했다. 개인적으로 큰 공감을 가졌고, 이 글을 읽는 분들께서도 한 번 깊이 고민해볼 내용을 잠시 소개하고자 한다.

~ ‘천금을 가진 부잣집 자식이 길거리에서 죽는 법은 없다.’~ 
~보통사람들은 자기보다 열 배 부자에 대해서는 헐뜯고, 백 배가 되면 두려워하고, 천 배가 되면 그 사람의 일을 해주고, 만 배가 되면 그의 노예가 된다. 이것이 사물의 이치다.~
[출처: <<사기>>-사마천]

자본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자본을 좋은 목적을 위해 사용하면 여러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만, 자본을 나쁜 목적에서 사용하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인간은 욕망한다.  더 많이 가지려하고, 더 오래살고 싶어한다. 적정욕망이 정해져 있지 않기에 그 욕망은 긍정적 욕망의 한계치를 넘어서 '탐욕'으로 넘어서고 그 탐욕은 나 이외의 다른 사람들에게 상당한 피해를 준다. 여기서 우리는 고민해봐야한다. '나는 얼마의 돈이 필요한다?' 그냥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고 생각한다면 이미 탐욕의 영역으로 진입했을지 모른다.

경제적 넉넉함은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내가 살수 있는 것들은 대부분 살수 있는 건 너무 일반적이고 정형화된 생각이다. 자본은 '타인의 시간'을 살수 있다. 내가 직접해야할 일을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타인에게 부탁할 수 있다. 자본은 '진정 내가 원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다. 이는 '시간'의 여유가 있기에 나 자신의 내면을 더 많이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생각하는 것은 오직 자신만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타인에게 전가하기 어렵다. 자본은 '인간'이 '삶의 의미'에 대해 더 근접하여 고민하고 사색할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자본'이 '목적' 그 자체가 되는 순간 불행이 예견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재의 어려움에만 매몰되어 '돈이 많이 생기면...'이라는 생각에 고립된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그 이후의 상황이 더 힘들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특성 중 궁극은 '생각'한다는 것이다. 챗바퀴 돌아가듯 아무 생각없이 반복되는 삶을 살던 사람들이 일확천금을 얻고 난뒤 대부분 나락으로 빠지는 이유는 '경제적 넉넉함' 이후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넉넉해 졌을 때 그 힘을 가진 사람이 짊어질 위험의 크기를 감지해내지 못한 실책도 크다. 돈이 있는 곳에 사람들이 모이듯 돈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다양한 부정적 탐욕의 그림자들이 주위를 멤돈다.

'~부자는 돈을 쓸때, 가난한 빈자의 마음을 염두에 두고 돈을 써야 별 탈이 없다.~'
어디선가 들었던 문장인데, 깊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돈이 많은 게 나쁜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사마천이 <<사기>>에서 이야기 한 자신보다 열배 부자를 생각하는 범위까지만 생각하고 있다고 볼수 있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자본주의는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특성을 긍정하는 시스템이라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간의 대결에서 자본주의가 승리를 거머쥔 것이다.
돈이 많은 것은 나쁜 게 아닐지 모른다. 단,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정직하게 돈을 버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타인에게 해를 끼치면서 돈을 벌고, 또 그 번돈으로 또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는 반복된 불행이 우리의 삶을 많이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다.
사회에 긍정적가치를 제공하여 수익을 얻고, 그 수익을 같이 일한 사람들에게 공정하게 배분하고, 또 그 수익중 일정부분을 세금으로 정당히 납부한다면 이렇게 돈을 많이 번 사람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게 이상할 일이다. 물론 그렇게 돈을 버시는 분들도 있다. 다만, 우리 사회가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차가운 건 부정적 과정으로 부를 축적하는 경우가 너무 많기에 그런 듯하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자본(Capital)의 긍정적 측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시대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로 도약하기 위해 돈이 가지는 좋은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적정한 통제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인간의 '탐욕'은 끝없이 질주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인간의 본성이 가지고 있는 욕망과 역사를 잠시 들여다보면 이해될 일이라고 본다. 첨언하면 작가는 자본주의가 밝은 미래로 성장하는데, '시민단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인정주의'에 대해 생각해봤다.
대한민국은 상당히 '인정'이 풍부한 나라인 듯하다. 그것을 대변하는 가장 보편적인 말이 하나 있다. '~처 자식이 딸린 몸인데.~'이 한 마디로 사회생활을 하는데, 대부분이 면책될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 보면 좋은 의미일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처자식이 딸린 사람'에게도, '그런 인정주의가 보편화된 사회'에도 해가 될 수 있다.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리 만무하고, 혁신할 원동력을 잃게되기 때문이다. 단순히 '처자식이 딸린 사람'을 내치라는 의미가 아니라, '인정주의'가 마치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그런 상황을 변화 시키려는 노력이 부재한다는 점에 문제를 제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조직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사람을 '인정주의'로 품기만 한다면 그 조직은 단기적으로 안정적일진 모르지만, 발전과 혁신은 없을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고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그 욕망을 적절히 관리하지 않으면 이 책에서 나온 사람들의 부정적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 부정적 삶의 기준이 뭔지 나도 잘은 모르겠다. 각자 고민하면 좋을듯하다. 이 책을 읽으시는 분들께서 책을 통해 자본과 인간이 어떻게 대화해야할지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시길 응원드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마천이 살던 시대 이후 스티브잡스가 자신의 친구의 여자친구에게 했던 말을 소개해 본다. 잡스는 그 여자에게 '~당신은 내가 얼마를 주면 나랑 잘 수 있습니까?~'라고 물었다고 한다.  사마천 이후 약2000년 이후 스티브잡스는 인간에게 본질적 측면을 묻는다. 정말 대단한 통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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