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17

fiction_인문학 체력과 노동의 미래

얼마 전 인성은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 IoT)과 관련한 어느 스타트업 회사에 지원했다. 자신이 전공한 부문은 스타트업에서 거의 채용을 하지 않기 때문에 처음 접하는 영역이더라도 해볼 만한 직종을 골라 지원했던 것이다. 실무적인 경험이 부족한 게 사실이었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을 접하고 배우고자하는 열망이 더 앞섰기 때문에 지원을 결정하게 된 것이었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가 자유양식인데, 어떻게 내 이야기를 쓰지?'

지난 시간 인성은 취업준비를 하던중 오랜 세월동안 쌓여온 삶에 대한 의문이 대폭발을 하는 경험때문에 잠시 취업을 미루고 삶을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일 삶을 마감할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최소 60세까지 삶을 지속한다고 할때, '어떻게 살까?'라는 물음에 대한 고민이 반드시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취업과는 관계없는 '인간의 삶'에 대해 직간접적인 체험을 하게된다. 덕분에 인성이 잃은 게 있었다. 취업준비가 유보되었고, 취업을 했다면 경험할 수 있었을 전공과 관련한 실무경험이 부족하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았지만, 인성 혼자서는 대견함과 뿌뜻함을 느끼게 했던 열매가 있었다. '인문학 체력'을 기를 수 있었던 것. 인성 본인의 삶에서 시작한 삶에 대한 성찰은 그 범주를 넓혀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 체력을 기르게 해준 것이었다.

'그래, 지금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른점은 '인문학 체력'인 것 같아.'

인성은 (자유형식의) 이력서&자기소개서에 '인문학 체력'이 튼튼하다는 사실을 한 편의 이야기로 써내려갔다. 대부분의 스타트업회사들은 인성의 지원서에 대해 '다음 기회에 인연이 되면 좋겠습니다'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그런데 어느 날, 인성은  이번에도 '다음 기회에 인연이 되면 좋겠습니다.'라는 답변을 받게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에서 형식상 보낸 메일과 달리 안에 담긴 문맥상 내용은 인성의 '인문학 체력'을 매우 긍정적으로 여기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최인성씨000입니다. 먼저 000이 아직 작고 어려운 회사임에도 최인성씨께서 관심을 가져주신 것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금번 사원모집을 통해 000으로 모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저희는 최인성씨의 인문학 체력을 높게 평가하였습니다저희에게 꼭 필요한 인재 일 수 있다고도 생각했습니다하지만 (내부적으로 많은 얘기가 있었지만저희는 조금 더 마케팅에 경험이 있으신 분을 모셔야 한다고 결론지었습니다. 000은 아직 주로 개발자들로 구성되어 있어 처음 마케팅을 진행 할 때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멤버가 없습니다개발자를 새로 뽑을 경우 내부 교육을 통해 역량을 키워 줄 수 있으므로 신입을 뽑을 수 있는것과는 달라서 조금 더 경력있는 분을 모시고 싶어 했던 것을 이해 부탁 드립니다 다시 한번 000에 보내주신 관심과 애정에 감사드리며,다음 기회에 더 좋은 인연으로 함께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000 드림   



오히려 인성은 소중한 답변을 보내준 어느 스타트업 관계자에게 감사한 마음에 고개가 숙여졌다. 인성도 진심을 담아 짧게 답변을 적었다.


답변 감사합니다.
‘인문학 체력’을 긍정적으로 이해해주신 점도 감사드립니다.
000의 튼튼한 발전을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비록 실무경험이 부족한 인성이었지만, 내면의 바탕을 이루는 '인문학 체력'에 더 큰 긍정을 느끼게 된다. '그래, 지각인생일 수도 있지만, 지난 시간동안 쌓아온 인문정신이 분명히 언젠가는 삶에 큰 동력을 줄 것이야, 어쩌면 지금 그 힘이 나를 일으켜 세우고 있는지도 몰라. 이젠 전공과 관련한 실무경험을 열심히 쌓는 거야!'

고독과 함께하는 인생 여정에서 인성은 여전히 오늘도 뚜벅뚜벅 목적지를 바라보며, 때론 그 목적지를 상황에 따라 적절히 수정하며 걸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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