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20

story_ Why did not write the name of the your graduating university? 왜 졸업한 대학교 이름을 적지 않으셨죠?

인성(가명)은 젊음의 열정을 모두 분출하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지만, 젊기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은 해보는 것이 젊음이 가지는 큰 기회라고 생각했다. 인성은 구직과 관련한 지원서에서 그것들을 실천했다. 오래된 예전부터 사회는 수직적 구조에서 회사에 필요한 인원에 대한 채용공고를 내고, 채용공고를 본 구직자들이 지원서를 제출하는 구조를 유지했다. 여기서 단순히 수직적 구조의 채용이 아니라 '수평적'관점에서의 채용도 미래에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성은 여러 기업들을 검색하는 과정에서 '수시채용 및 상시채용'하는 곳에 지원서를 보내기도 했다.

더 본질적인 부분에서의 혁신과 창조는 어쩌면 현재의 지원서(이력서 및 자기소개서)의 형식에서 이뤄져야지 않을까 생각한 인성은 가장 본질적으로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양식을 구상하게 된다. 물론, 채용공고에서 '자유양식'의 지원서를 받는 기업에 제출하는 지원서에 한해서 말이다. 이미 미래의 패러디임의 본질을 통찰했다고 생각한 몇몇 기업에 지원을 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 가장 핵심은 지원서에 직무와 관련없는 개인정보는 적지 않았다. 최소한의 정보만 담았던 것이다. 예를 들어, 이름, 나이, 이메일주소, 연락처만 적었다. 흔히 지원서에 담았던 사진, 졸업학교 등의 정보는 담지 않았던 것이다.

불안감이 느껴지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인성은 '실패를 두려워말자, 일단 지원해보고 인연이 안되면 안되는 것이니까'라고 생각하며 주변에서는 냉소적이었던 반응들을 뒤로한채 몇몇 기업들에 지원서를 보냈다. 어느 정도 사회구조상 실패를 예측하긴 했지만, 그 강도가 상당히 심하다는 것을 인성은 깨닫게 되면서 서서히 지치기도 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그런 순간순간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게 작은 희망의 불빛들이 인성의 꺼져가는 열정에 불을 되살려 주었다. '대부분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은 힘든 것이구나. 그래도 한 번 밖에 없는 내 삶을 정말 소중히 살기 위해선 이런 실천이 필요하다.' 인성이 이렇게 신념을 가졌던 것은 아마도 지난 과거 스펙보다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고민을 한 덕분이었을 것이다. 인간의 삶을 통해 통찰과 지혜를 얻고자했던 인성의 노력들이 보이지 않게 인성의 가슴 속에서 작은 희망들을 탄생 시켰던 것이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자유'를 추구하는 존재이다."
인성은 '자유'가 인간이 본질적으로 추구하려는 삶의 목표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인성에게 전화 한 통이 왔다.
"ㅇ인성씨 전화인가요?" "예"
"저희는 oo회사 입니다. ㅇ인성씨의 지원서의 서류가 통과되어 연락드렸습니다."
인성은 기쁜 마음을 가다듬으며 덤덤한 척하려했지만, 내면에서 느껴지는 쾌감은 감출 수 없었다. 그래도 진정 좋은 회사(Good Company)가 한국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예민한 탓이었을까? 전화기 너머에서 들리는 그 다음의 음성이 담고 있는 본질적 의미를 알아채는 순간 인성은 이 회사가 그다지 Good Company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그런데 인성씨, 이력서에 '대학교 졸업'이라고만 나와있지 '대학교 이름'이 적혀있지 않아서요. 어느 대학교를 졸업하셨나요?" "예, ㅇㅇ대학교 졸업했습니다."
"아예, 그럼 알겠습니다. 그럼 면접날 뵙겠습니다."

인성은 잠시 하늘을 바라보며, '아마도 이 회사는 인연이 되진 않을 것 같다. 뭐, 그래도 만나서 이야기는 해보자'라고 생각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인성의 면접이 시작되었다. 역시나 인성이 예상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질문(Question) 몇개만 들어봤는데, 이 회사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더욱 아쉬움을 느끼게 했던 질문은 서류합격 전화를 했을 때, 인성에게 했던 질문을 또 했다는 것이었다.

"oo대학교면 서울에서 좋은 대학교일텐데, 왜 지원서류에 대학교 이름을 적지 않으셨나요?"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인성은 대답했다. "물론 지원자가 졸업한 학교가 어느 정도 그 사람을 판단하는데, 기준이 될 수는 있지만, 본질적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은 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오직 제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이야기(story)들을 적었고, 그 이야기들에 '삶의 본질'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이 이야기들을 들으시고 불러주시는 회사와 인연을 맺고 싶었습니다."

순간 면접장은 정적이 흘렀다. 인성은 면접장에서 무조건적인 '을'의 입장에서 대답해야한다는 주변 사람들의 조언들을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겉으로는 혁신과 창조를 외치는 수 많은 기업들에게 외치고 싶었던 마음을 조심스럽게 표현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인성은 이 회사와 인연을 맺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이미 예감했다. 그래서였을까? 면접 마지막 부분에서 회사에 궁금한 사항을 물어보라는 면접관에게 질문을 했다.

"이 회사의 경영철학은 무엇인가요?"
아쉽게도 이 회사는 인성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미 면접의 초반부에서 이 회사는 과거의 사업을 그만두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 때문에 지금 회사가 분주하다고 인성에게 이야기했던 것을 두고 보더라도, '경영철학'에 대해 제대로 대답할 시간적 여유는 없었는지도 모른다.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들고자 하는 본질적 고민을 많이 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인간의 삶이 100년 가까이 밖에 안 되는 삶이라해도, 그 시간 만큼은 세상에서 내가 주인공이 되어 살아야지 않을까? 시대가 사람들을 이렇게 만든 것일까? 아니면 사람들이 이렇게 살기를 선택한 것일까? 세상이 이상한 것인가? 내가 이상한 것인가?'... 인성은 쉽지 않은 삶의 기호들 속에서 방향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했다. 겉과 속이 다른 그 어떤 존재들에 대해 아쉬운 감정을 느끼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인간'을 이해하는 것은 너무나도 중요하지 않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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