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29

poetry_신혼일기-박노해

신혼일기 -박노해-

길고긴 일주일의 노동 끝에
언 가슴 웅크리며
찬 새벽길 더듬어
방안을 들어서면
아내는 벌써 공장 나가고 없다
지난 일주일의 노동,
기인 이별에 한숨지며
쓴 담배연기 어지러이 내어뿜으며
바삐 팽개쳐진 아내의 잠옷을 집어들면
혼자서 밤들을 지낸 외로운 아내 내음에
눈물이 난다
깊은 잠 속에 떨어져 주체못할 피로에 아프게 눈을 뜨면
야간일 끝내고 온 파랗게 언 아내는
가슴 위에 엎으러져 하염없이 쓰다듬고
사랑의 입맞춤에
내 몸은 서서히 생기를 띤다
밥상을 마주하고
지난 일주일의 밀린 얘기에
소곤소곤 정겨운
우리의 하룻밤이 너무도 짧다
날이 밝으면 또다시 이별인데,
괴로운 노동 속으로 기계 되어 돌아가는
우리의 아침이 두려웁다
서로의 사랑으로 희망을 품고 돌아서서
일치 속에서 함께 앞을 보는
가난한 우리의 사랑, 우리의 신혼행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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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4월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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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를 남기던 당시를 잠시 떠올려봤다.
어떤 계기로 이 시를 천천히 읽었던 것 같다.
현재도 이 시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깊이 다가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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