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아름다운 동행 1권,2권>>을 과거에 읽으면서 인간의 삶에 대해 상당히 깊게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아직은 나에게 일어나지 않은 예측 불가능한 불행을 타인을 통해 간접 경험하면서 마음이 갑갑하면서 무거웠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내 눈에 보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 책이 더 크게 일깨워줬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웃에 대해 생각하고 어떤 형식으로라도 그들의 차가운 손을 잡아야 한다는 당위성을 느끼게 됐다. 누군가는 삶에서 예기치 못한 어려움을 겪는 게 우리들의 삶일지도 모른다. 그런 불운을 누군가는 피해갔고, 누군가는 온 몸으로 맞으며 힘겨워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불운을 피한 사람들이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바라봐야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사회에서 이룬 것은 전적으로 나의 노력 때문만이 아니라 '
사회가 준 기회'가 나와 함께 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는 말에 공감한다. 그래서인지 무의식 중에 오지랖을 넓히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려움에 처한 분들에게 큰 도움을 드리지는 못하지만, 힘겨워하는 그 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 숨이 나오는 건 왜일까... 게다가 마음이 아프다보니 몸이 아플 때가 종종 있다. 그냥 스쳐지나가는 아픔이 아니라 나의 심장을 어떻게든 건드려져서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아픔들...그러나 어찌 그 분들의 아픔을 모두 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 아픔을 보는 것과 그 아픔으로 고통스러워하는 것에는 너무나 큰 간극이 있을테니...
이 책에 담겨있는 어느 소중한 한 분, 한 분의 이야기들은 어쩌면 우리가 또는 우리 주변 사람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아픔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현실세계에서 직면하는 여러 장면들에 여러 미사여구를 덪붙이다보니 그 이야기들이 우리들의 일상보다 더 돋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미디어가 보여주는 인간의 감동적인 삶들에는 눈물을 훔치면서 정작 나의 삶, 그리고 현실에서의 감동적인 장면에는 아무런 감정 변화가 없는것은 아닌지 자문해봐야할지도 모른다.
책을 읽다가 가슴을 울리는 몇개의 문장들을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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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발췌>
~"일상이 단조롭다는 것만큼 지극한 행복의 경지가 없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모르는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 큰 걱정거리가 없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는 고민이 생겼을 때에야 비로소 알게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막상 불행이 닥치기 전에는 그 사실을 모르고 살아간다. 오히려 다른 그 무엇들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인 양 오해하고, 그보다 훨씬 덜 중요한 것을 더 많이 가지기 위해 아집과 질투, 시기와 증오, 그리고 반목을 거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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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에게 남은 나머지 생을 모르기 때문에 웃고 울고 화내며 살아간다. 신이 우리 인간에게 내려준 가장 큰 축복은 누구도 죽음의 순간이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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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가혹하다. 운명은 주인의 삶을 따로 살피지 않는다. 운명은 그가 어떤 삶을 살았건, 그가 누구를 사랑하고 누구를 증오했건, 그가 어떤 것을 남기고 어떤 것을 가졌건, 아무것도 돌아보지 않고 그냥 제 갈 길을 갈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 날 갑자기 예기치 않은 운명과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잘살고 못 사는 거야 자기 책임이라지만, 그래도 자식이 죽게 생겼는데, 돈이 없어 피눈물을 흘리는 부모는 없어야 그래도 이 세상이 사람 사는 세상이라 하지 않겠는가.~
~이렇듯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 생명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망설임 없이 같이 손을 잡고 떠나기도 한다.
이런 사랑을 요즘 우리는 너무 쉽게 말하고 너무 쉽게 버리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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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 있다 보면 가정폭력이 우리 사회의 큰 문제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이런 일이 세간에 알려지는 것은 100분의 1도 안 되고 대개는 시간이 지나면서 유야무야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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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말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 것일까? 세상의 드라마는 불륜으로 넘쳐나고 정작 사랑하고 지켜야 할 것은 헌신짝처럼 버려지는 세상. 이것이 우리들의 자화상일까?~
~대개 우리는 사람을 만날 때 조건과 외모를 보지만 동권 씨 커플은 그와는 달리 서로의 마음을 보고 만난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결혼까지 생각하며 애인임을 주장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동권 씨가 꺼리는 눈치다. 그것은 아마 자신의 경제 사정과 건강이 여의치 않은 것이 마음에 걸려서일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것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요즘 사람들은 너무도 쉽게 사랑을 말한다. 만난 지 하루 만에 서로 사랑한다고 하고, 사랑한다고 말한 지 몇 달이면 결혼을 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못 볼 원수라도 되는 양 서로 등을 돌리기도 한다.~
~만약 그가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맨 사람이었다면 1년 이상이나 환자로 만나면서도 과연 알아보지 못했을까?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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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아이들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고 말했다. 이 말에 백번 천번 공감한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자기와는 다른 아이가 되기를 바라지만, 정작 아이가 보고 본받으며 자라는 것은 바로 부모의 뒷모습이다.~
~그래서 자식은 부모를 알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아버지는 내 곁을 떠나셨다.
그때 내 곁을 지켜준 두 명의 친구가 있었다.~~그때 나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평생 갚아도 다 갚지 못할 빚을 졌다. 일가친척마저 등을 돌린 상황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내게 도움의 손을 내밀었다. 그중에서 두 친구는 모든 사정을 다 알면서도 몇 년간 모은 적금을 깨고, 심지어 자신의 의사면허증을 담보로 빌린 돈을 내게 내밀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개원의가 되었다.~~그렇게 힘든 과정이 끝나갈 즈음 건강에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심장 부정맥이 발생한 것이다.~~"심장을 갈아야 한다면 내 심장이라도 줄 테니까, 걱정 마라." 나는 그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그러고도 남을 친구였다. 나는 두 친구와 나를 믿어준 5만 명의 환자들 덕분에 그렇게 고비를 넘겼고 또 생환에 성공했다.~
~
사람의 인연이란 참 어려운 것이다. 사람은 태(胎)가 '어머니'의 몸에 맺히기 전부터 이미 인연을 맺는다. 따지고 보면 아버지와 어머니의 만남, 그리고 그 아버지와 어머니의 만남, 또 그 아버지와 어머니의 만남에서 비롯한 것이 아생(我生)인데, 그렇게 길고도 강고한 인연의 끈을 인간이 스스로 끊어버리고 독존(獨存)을 꿈꾼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과 같다. 그렇게 보면 이런 인연의 관계망은 혈연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우연들은 다시 얽히고설켜 내일의 나를 규정하는 필연이 될 것이다.~
~그러나 팔 다리가 없는 몸은 제대로 된 몸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노홍철 같은 개그맨이나, 안동의 고등어 간잽이 같은 사람들은 과거라면 어떤 대접을 받았겠는가.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면 인정받는 세상이 오고 있다. 나는 앞으로 이렇게 각 분야에서 자기 역할을 해내는 사람들이 대접을 받고 존경받는 사회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
~저 아이들은 다르다. 저 아이들은 아직 진흙이다. 스스로 만들고 싶은 모양을 만들면 된다. 우리 시대처럼 누가 정해주는 대로가 아닌, 자기가 필요한 용도대로 만들면 된다.
하지만 부모들은 그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자신이 꽃병이 되지 못한 아쉬움을 대리 충족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꽃병이 되라고 요구한다. 아이들은 저마다 원하는 모양으로 빚어질 수 있고, 그래야 한다. 만들다가 뜻대로 되지 않으면 다시 뭉개고 새로 빚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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