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12

book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김경주 지음(시집)





'kbs 책 읽는 밤'에 김경주 시인이 출연한 것을 보고 그의 시집을 한장 한장 넘겼었다. 함축된 언어 탓일까? 내 경우에는 읽으면 읽을 수록 난해함의 절정을 맛볼 수 있었다. '조금씩 더 전진하면 그래도 이해가 되겠지'라는 희망으로 계속 생각하며 책장을 넘겼음에도 읽고난 뒤 내 머리속은 온통 새하얀 연꽃속으로 '오리무중!'을 외치며 더욱 혼란스러워졌었다. 그 당시 그 만큼 감수성이 메말라 있었고,  시를 자주 접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시인이 생각하는 방식이 좀 이상한가?' 시를 감상하며 시인의 모습을 상상해봤다.  TV에 출연한 저자의 모습은 지극히 정상이었고, 나름 개성있고 멋있었다. 외면의 이상함이 아닌 내면에서 나와 엄청나게 달랐던 것이었다. 서로가 너무나도 다르니 내가 시를 감상하는 내내 저자의 생각에 다가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몇몇 지인들에게도 이 시집을 선물했는데, 모두가 한결 같이 난해했다고 말했다. 지인들의 후기 덕분에 내가 이상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안도하긴 했지만, 왜 시인의 마음에 공감하지 못했는지는 의문이었다. 잠깐이라도 시인의 마음에 공감하기 위한 감성을 얻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시 두 편을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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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은 밤에 조금씩 깊어진다 



                              - 김경주


어쩌면 벽에 박혀 있는 저 못은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깊어지는 것인지 모른다

이쪽에서 보면 못은
그냥 벽에 박혀 있는 것이지만
벽 뒤 어둠의 한가운데서 보면
내가 몇 세기가 지나도
만질 수 없는 시간 속에서 못은
허공에 조용히 떠 있는 것이리라

바람이 벽에 스미면 못도 나무의 내연(內緣)을 간직한
빈 가지처럼 허공의 희미함을 흔들고 있는 것인가

내가 그것을 알아본 건
주머니 가득한 못을 내려놓고 간
어느 낡은 여관의 일이다
그리고 그 높은 여관방에서 나는 젖은 몸을 벗어두고
빨간 거미 한 마리가
입 밖으로 스르르 기어나올 때까지
몸이 휘었다

못은 밤에 몰래 휜다는 것을 안다

사람은 울면서 비로소
자기가 기르는 짐승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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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 



                                     - 김경주


고향에 내려와
빨래를 널어보고서야 알았네.

어머니가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는 사실을.

눈 내리는 시장 리어카에서
어린 나를 옆에 세워두고
열심히 고르시던 가족의 팬티들,
펑퍼짐한 엉덩이처럼 풀린 하늘로
확성기 소리 짱짱하게 날아가네.

그 속에서 하늘하늘
한 팬티 한 장 어머니
볼에 문질러보네.

안감이 붉어지도록
손끝으로 비벼보시던 꽃무늬가
어머니를 아직껏 여자로 살게하는 무늬였음을
오늘은 그 적멸이 내 볼에 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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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_ 인빅터스 INVICTUS





멧데이먼 나오는 영화는 가급적 챙겨보기 때문에 보게되었던 영화였다. '럭비 월드컵'을 통해 인종간의 화합을 도모하려던 넬슨 만델라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하니, 더 집중해서 봤다. 오랜 감옥생활 속에서도 자신의 영혼은 지키고자 했던 만델라가 극중 멧데이먼에게 시POEM 한 구절을 읊어주는데, 너무 좋아서 리뷰에 같이 첨부한다.

럭비경기장에서 울려퍼지는 온 관중의 환호성이 아직도 내 귓가를 간질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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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ictus

William Ernest Henley(1849-1902/Gloucester/England)



Out of the night that covers me,
Black as the Pit from pole to pole,
I thank whatever gods may be
For my unconquerable soul.

In the fell clutch of circumstance
I have not winced nor cried aloud.
Under the bludgeonings of chance
My head is bloody, but unbowed.

Beyond this place of wrath and tears
Looms but the Horror of the shade,
And yet the menace of the years
Finds, and shall find, me unafraid.

It matters not how strait the gate,
How charged with punishments the scroll.
I am the master of my fate:
I am the captain of my soul.

나를 감싸고 있는 밤은
온통 칠흑같은 암흑
억누를 수 없는(정복할 수 없는) 내 영혼에
신들이 무슨 일을 벌일지라도 감사한다

잔인한 환경의 마수에서
난 움츠리거나 소리내어 울지 않았다
내려치는 위험 속에서
내 머리는 피투성이지만 굽히지 않았다

분노와 눈물의 이 땅을 넘어
어둠의 공포만이 어렴풋하다
그리고 오랜 재앙의 새월이 흘러도
나는 두려움에 떨지 않을 것이다

문이 얼마나 좁은지
아무리 많은 형벌이 날 기다릴지라도 중요치 않다
나는 내 운명의 주인
나는 내 영혼의 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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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_ 더 로드 THE ROAD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이 이루어지고 그 수정체가 하나의 생명의 씨앗이 되어 세상의 빛을 보기 위해서는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약10달의 긴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 10달 동안 어머니와 무의식의 대화를 하고 태어난 아이는 아버지 보다는 어머니를 더 좋아할 가능성이 높다. 엄마의 포근함과 심장박동 소리를 기억하며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부정(父情)보다는 모정(母情)이 더 강한 것도 '10달 동안 내 품에 품었던 자식'이라는 생각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요즘 사회를 보면 꼭 그런것도 아닌것 같다. 자신이 낳은 자식을 버리고 집을 나가는 여자들 그래서 고스란히 아버지가 자식들을 부양하는 모습들이 심심치 않게 보이기 때문이다 .

영화에서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은 전무하다. 침침하고 어둡다. 그런 배경탓인지 아버지와 아들의 가슴 속에 숨어있는 '불씨'(영화에서 불씨라고 한다. 나는 이 불씨를 '착한 마음' 또는 '희망'으로 이해했다)가 돋보였다. 착한 천사를 지켜 주려는 아버지의 치열한 삶의 투쟁을 영화를 보면서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무턱댄 낙관주의'로 인해 아이의 엄마는 자살을 결심하게 되었는지 모른다. 반면에 아버지는 머리는 차갑고 냉정했으나 가슴에는 희망(불씨)을 품고 있었기에 끝까지 버티다가 죽었는지도 모른다.

'나도 저런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영화를 본 뒤 문득든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뒷모습'이 아름다운 아버지가 되고 싶다. 앞에서만 좋은 모습이 아니라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그런 아버지가 되고 싶다.

p.s.
좀 잔인한 장면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준비하고 영화를 감상해야 한다.


book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 이민규 지음





오래전에 읽은 책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잠시 밑줄 그은 부분들을 훑어보니 이 책을 읽으면서 받았던 느낌들이 느껴졌다. 이 책은 인간의 심리를 다뤘다고 할 수도 있지만, 다른 심리학 관련 책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많이 받았다.

'첫인상'의 중요성에 대해서 인정 하면서도 결국 '첫인상'이 전부는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첫인상이 좋으면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첫인상에 버금가는 자신의 긍정적인 내면을 타인에게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면 인간관계에서 좋지 않은 일들을 겪을 수 있다고 했다. 책에서 언급된 구체적인 예를 소개하자면, 새차를 사기위해 자동차 영업소에 갔는데, 고객이 타던 중고차를 보고 영업사원이 말하기를 "고객님 차가 폐차 직전이네요, 저희 새차를 사셔야겠어요."라고 말하는 것과 "고객님 정말 차 관리를 잘 하셨네요. 앞으로 2-3년은 더 타도 되겠어요."라고 말하는 영업사원 중에서 당신은 어느 영업사원을 통해서 차량을 구입할 것인가?...

어쩌면 이 책은 우리의 생각하는 방법론에 대한 길을 열어주는 느낌이 든다.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해서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일정부분 필요하다. 너무나도 상식적인데도 우리는 그 상식이라는 쉬운 길을 너무나도 돌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었다고 인간관계에서 자신감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또 다시 실천을 통해 노력해야한다. 어찌 책에서 말하는 것과 실생활이 같을 수 있겠는가? 각자가 처한 상황이 다양하기 때문에 그 상황에 맞게 자신이 올바른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시간이 되면, 도서관에서 대여하여 한 번쯤은 읽어 볼 가치가 있다고 본다. 굳이 구매할 필요까진 없을 듯하다.


book 앨빈 토플러 부의 미래- 앨빈 토플러&하이디 토플러 공저





과거에 책이 두껍기도하고 시간이 많이 나는 것도 아니라서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읽었던 책이다. 책의 제목이 '부의 미래'라는 걸 주목하게 된다. 돈Money이 아니라 부Wealth로 표현을 했다는 것은 분명 '돈'과 '부'에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다는 의미로 이해됐다. 그래서 과거에 어디선가 봤던 구절을 인용한다.

"~한 가지 반드시 명심할 것은 '돈'은 노동을 통해서 버는 것이지만 '부'는 발굴하고 개발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이 둘의 차이를 이해하는 사람들만이 앞으로 10년 후 새로운 국가 산업 재편의 거대한 흐름에 합류하여 사회적 주류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다.~"

가까운 미래를 예측하기위해 에너지를 너무 소비하면 현재의 삶을 등한시 할 수 있다. 현재에 집중하면서 과거와 미래를 통찰할 수 있는 균형이 필요하다.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프로슈머'라는 용어였다. 프로슈머는 화폐경제와 비화폐경제의 장벽이 허물어지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보이는 돈이 전부가 아니며  개인 각자가 스스로 부가가치를 창출하여 여러사람들과 소비하는 비화폐적인 것들도 미래에는 부를 창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궁금한 것이 있을 때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바로 앎으로써 시간이 절약되는 경제적 효과를 경험하게 된다. 또한 은행 창구에서 오랜시간을 기다리지 않고도 ATM기나 인터넷뱅킹을 통해서 바로 업무를 처리할 수도 있다. 옛날 같으면 타인의 힘을 빌려서 해결했을 이런 일들을 이제는 본인 각자가 하고 있는 것이다. 현금이 오고가는 것도 아닌 비화폐적 경제가 활발하게 꿈틀거리도 있는 것이다.


분문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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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18
'~법률전문회계사처럼 두 단어의 조합으로 나타나는 직업군들이 증가하고 있다~'

p218
'~종신 재직하는 교수, 관료, 경제학자 등 이전에는 전문화된 지식 조직화의 혜택을 누려 왔던 이들은 이런 변화에 반발할 것이다~'

p264
'~화폐 경제와 비화폐 경제가 합해질 때 부 창출 시스템이 형성된다. 분명히 화폐 시스템은 극적으로 확장될 것이다. 돈과 관련 없이 하는 행위는 돈과 관련 있는 행위에 점점 더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프로슈머는 앞으로 다가올 경제의 이름 없는 영웅이다.~'
[용어해설]프로슈머(Prosumer)
개인 또는 집단들이 스스로 생산(PROduce)하면서 동시에 소비(conSUME)하는 행위

p310
'~핵가족 제도의 위기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p331
'~한때는 간단하기만 했던 저축의 개념이 높은 보수를 받는 회계사들이나 파악할 수 있는 복잡한 것으로 변해 버렸다. 당연하게 미국 노동통계청(BLS, Bureau of Labor Statistics)은 회계사 직업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고 보고 했다. 한 구직 회사에 따르면 늘어나는 회계사 수요는 기업 거래의 복잡성 증가와 정부의 성장을 반영한다고 한다.~'

p448
'~다른 여러 부문에서와 마찬가지로, 향후 1-2세대에 걸쳐 에너지 부문에서도 신구의 기술통합으로 우리 모두를 놀라게 할 강력한 하이브리드 형태 또는 완전히 새로운 발전이 나타날 가능성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별로 없다.~'

p461
'~더욱 비관적인 시나리오는 중국과 대만 간에 전쟁이 일어나고, 양측이 서로에게 미사일 세례를 퍼부어 아시아의 새로운 체제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런 전망 중 어느 하나라도 현실화된다면 세계 경제는 언제든 즉각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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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하악하악- 이외수 지음





단숨에 읽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조금씩 페이지를 넘기며 사색에 잠기면 좋을 책이다. 과거에 저자의 소설을 읽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너무 난해하여 이해를 제대로하지 못하고 지났던 적이 있다.

이 책의 경우 짧은 글 형식의 내용이라서 예전에 소설을 읽을 때보다는 가독성은 높았다. 순탄치 않았던 젊은 시절을 보냈던 저자가 독자들을 향해 삶의 지혜에 대해 이야기 해주기 때문에 한마디 한마디가 참으로 값지게 읽혔다.



본문 중 좋았던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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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8
~넘어진 사실을 좋은 경험으로 받아들이면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인생길을 가다가 넘어졌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당신이 길을 가면서 같은 방식으로 넘어지기를 반복한다면 분명히 잘못은 당신에게 있다.~

p30
~모름지기 인간이라면 타인의 아픔에도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가슴을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

p37
~인간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면서 진실을 못보는 것은 죄가 아니다. 진실을 보고도 개인적 이득에 눈이 멀어서 그것을 외면하거나 덮어버리는 것이 죄일 뿐이다.~

p48
~변명을 많이 할수록 발전은 느려지고 반성을 많이 할수록 발전은 빨라진다. 이것은 개인에게도 적용되는 일종의 법칙이다.~

p53
~인간의 외모를 비추어볼 수 있는 거울은 있는데 인간의 내면을 비추어볼 수 있는 거울이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p75
~애인이 있는 여자를 넘보는 남자들은 골키퍼가 있다고 골이 안 들어가느냐는 말로 자신의 탐심을 합리화시키지만 원칙적으로는 어떤 경기에서도 관객에게 골을 넣을 자격을 부여하는 경우는 없지 말입니다. 그런데도 제기럴, 세상에는 원칙을 무시해 버리는 인간들이 너무 많지 말입니다.~

p94
~수천억의 재산을 가지고 있어도 쉬파, 빈곤으로 허덕이는 이웃을 땡전 한푼 도와줄 수 없다면, 그넘이 가난뱅이와 무엇이 다르겠느냐.~

p95
~때로는 어떤 사람의 성공이 많은 사람들에게 불행을 안겨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진정한 성공이 아닙니다.~

p114
~자신의 마음조차 낚아본 적이 없는 처지에 세월은 도대체 무슨 수로 낚겠단 말인가.~

p122
~신중하라. 그대를 썩게 만드는 일도 그대의 선택에 달려 있고 그대를 익게 만드는 일도 그대의 선택에 달려있다.~

p126
~명심하라. 모든 성공은 언제나 장애물 뒤에서 그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p128
~그런데 한국 사람이 영어는 잘 하면서 한국 말은 잘 못하는 건 캐안습이다.~

p193
~젊은이여. 세상이 그대를 몰라주더라도 절망하지 말라. 젊었을 때 이를 악물고 실력을 연마하라. 실력은 생존경쟁의 절대무기다. 거기다 고매한 인격까지를 겸비할 수 있다면 그대는 문자 그대로 천하무적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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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 한 구절] (29) 重水坎 중수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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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重水坎 중수감


~물은 흐르는 것인데 계속 흘러도 흘러가면 흘러 갈수록 믿음을 상실하지 않고 마음이 형통하니 높이 숭상함이 있는 것입니다. 사람이 비록 험한 세상을 살고 험한 일을 당했다고 하더라도 믿음을 잃지 말고 믿음을 실하게 두고 마음속으로는 흔들리지 않아 형통하다면 어디를 가든 숭상함이 있는 것이죠(行有尙)~

~총설
험하고 험한 감괘는 사람이 아무리 험악하고 어려운 일을 당하더라도 확고한 신념과 희망을 가지고 지혜와 의지로써 시의적절하게 어려움을 이겨내는 것입니다.~



[출처: 대산 주역강의-김석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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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위기에 처하게되면 이상하게도 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 것 같다. 대부분 "올바름"에 대한 내용이었던 것 같다. 위기가 아니었을 때는 "올바름"을 실천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인생의 총체적인 위기상황에서 그 "올바름"을 지켜내는 것은 상당한 결단력과 의지가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경험상 "올바름"에 대한 선택과 행동 덕분에 그 위기가 더 커지지는 않았다. 대신 작은 희망들이 내게 다가왔고 그로인해서 더욱 힘을 낼 수 있었다. 설령 "올바름"을 실천했음에도 위기가 더 증폭될 수도 있다. 그러함에도 "올바름"을 끝까지 지켜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2014-03-11

book 스님의 주례사- 법륜 지음






책 제목을 보면 '주례사'라는 단어 때문에 혼인을 앞둔 사람들에게만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책은 혼인을 앞둔 사람 뿐만아니라 '마음에 깊은 상처'가 있는 사람들에게도 유용한 책이다. 어쩌면 혼인 뿐만이 아닌, '마음 다스리는 지혜'에 대한 내용들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겠다. 고차원적인 내용의 수행과정을 담은 게 아니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심적 고통을 다스리는 지혜에 대한 내용들로 엮여져 있다.

모든 내용을 읽진 않았고 훑어보다가 본인이 찾는 내용이 나오면 정독을 했다. 불교의 특징은 인간의 마음을 심도있게 파고들어 직면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단순히 빨리 읽고 넘길 책은 아니다. 각 챕터의 내용을 읽은 뒤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즉, '뭔가 많은 걸 배운 것 같은데, 둥둥 떠있는 것 같아'라는 느낌이 들지 않으려면 차분히 읽으면서 각 개인들이 처한 상황에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숙고하는 시간이 더 중요하게 필요하다. 이 책의 내용이 관념화로 굳어지게 되면 이 책을 읽으나 안 읽으나 별차이는 없을 것이다.

지인에게 추천을 해줬더니 지인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내게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도움은 어느 정도까지만 받을 수 있다. 이 책이 각 개인의 다양한 문제들을 본질적으로 해결해 주진 않는다. 왜냐하면 이 책 또한 '불교의 관점'에서 쓰여졌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게 종교가 가지는 맹점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는 있지만, 단 한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한다.' 바로 이 점이 종교가 가지는 맹점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자비'와 '진정한 사랑'과는 너무나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내가 진정 사랑하는 사람이 부재했을 때 슬프고, 마음이 아픈게 당연한데 종교는 "긍정적으로 생각해라"라고 말한다. 내가 진정 사랑했던 사람인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마음이 아픈 게 당연한 게 아닐까? 오히려 마음 아파하는 그 사람과 같이 공감하고 위로해주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물론, 그 슬픔이 너무 지나쳐도 문제는 될 것이다.

불교는 오직 나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에 주목하고 있는 것 같다. 타인이 아니라 내가 어떤 관점을 가지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내 행복과 불행이 결정된다는 식으로...물론, 이런 접근이 일정부분 사람들의 삶에서 도움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닌 것 같다. 스님은 현재 오직 단 한 사람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 또한 자신의 부모님까지 잊고 혼자 살고 있다. 즉, 주위에 여러 사람들이 있지만, 그중 오직 한 사람을 진정 사랑하긴 힘든 입장인 것이다.

예전 법정스님이 법회에서 이런 말을 했던 것이 기억난다.

"어느 스님들은 '나만 믿어'라고 말하는데, 여러분이 절대 믿어서는 안될 사람이 중이예요. 자기 가정마저도 버리고 나온 사람을 왜 믿습니까?"

이 말에 정말 깊으면서도 여러 의미들이 내포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p.s.
혼인vs결혼
객관적 지식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과거 2군데에서 '결혼'이라는 표기가 일본식 표기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우리가 모르고 쓰는 단어에도 역사적 오류가 있음을 깨달았다. 우리식 표기로는 '혼인'이 맞다고 들었다. 우리는 결혼식이라고 말하면서 '결혼신고'라 말하지 않고 '혼인신고'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혼례에 대해서도 공부해둬야할 필요성을 느낀다.


영화_ 시 Poetry





2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푹 빠져서 봤던 영화. 단순함이 그 이유였다고 말할 수 있을 듯 싶다. 내용 전개가 단순하면서도 뭔가를 함축하고 있다. 시 한 편을 완성하기 위해 극중 주인공은 자신이 느끼는 것들을 수첩에 적어나간다. 그것들이 하나하나 쌓이고 결국 한 편의 시가 완성된다. 한 번 듣고 지나치기 아쉬워 주인공이 자작한 시를 첨부했다. 읽으면 읽을수록 느낌이 다르다.

이 영화의 에피소드가 있다면,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세계에서 주목 받았다는 점... 관점의 차이였을까? 아니면 뭔가의 부족함 때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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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스의 노래>

그곳은 얼마나 적막할까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좋아하는 음악 들려올까요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래 소리 들리고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을까요
한 번도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을까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제 작별을 해야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오지 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

서러운 내 발목에 입 맞추는
풀잎 하나,
나를 따라온 작은 발자국에게도
이제 어둠이 오면
촛불이 켜지고 누군가 기도해줄까요

하지만 아무도 눈물은 흘리지 않기를
검은 강물을 건너기 전에
내 영혼의 마지막 숨을 다해 당신을 축복하리

마음 깊이 나는 소망합니다
내가 얼마나 당신을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낮의 그 오랜 기다림,
아버지의 얼굴 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앉은 외로운 들국화까지도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작은 노래 소리에
얼마나 가슴 뛰었는지
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
어느 햇빛 맑은 아침
다시 깨어나 부신 눈으로
머리맡에 선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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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0

영화_ 만신





만신: '무녀'를 높여 이르는 말(여자무당)
무녀[巫女]: 귀신을 섬겨 길흉을 점치고 질병을 다스리며 재난을 방지하기 위하여 굿을 하는 여자
박수: 남자무당



만신은 '여자무당'을 박수무당은 '남자무당'을 일컫는 말이다.
'인간의 삶이 참으로 기구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내가 내일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 불안이 실제로 내 삶 앞에 놓이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이런 이유에서 그 동안의 불안은 지나친 걱정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를 통해 만신의 삶을 들여다본 뒤에는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다. 만신의 삶은 그 불안이 실제 삶에 등장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선택한 것도 아니었고, 누구의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삶보다는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따뜻하게 안아줘야할 삶이 놓이게 된 것이다. 무병을 앓다가 신내림을 받기 까지 얼마나 피맺힌 고통 속에서 그 과정을 감내했어야 할까...애써 외면하려해도 운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하는 그 사람의 마음은 어땠을까?...

무당이 하는 '굿'은 일제강점기 때 극심한 탄압을 받았다. 아마도 그 때를 기점으로 현재의 우리 삶에서 그 자취가 감춰졌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보이지 않게 무당을 찾아가 점을 보는 사람들은 여전히 있는 것 같다.  영화에서보면 저녁에 굿을 하고 있는데, 찬송가를 부르며 한 무리의 사람들이 와서 싸움 직전까지 가는 장면이 있었다. 종교가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까지 종교가 긍정적이지 못하게 역할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불편했다. 종교가 궁극적으로 인간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들이 안개에 휩싸여 우리의 시야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신이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한다. 없다고 말하기도 그렇고 있다고 말하기도 그렇다. 다만, 인간으로서 예측하고 감내할 수 없는 기이한 일들이 우리 삶에서 일어나고 있고, 그것들을 과학으로 설명해 내지 못하는 것에는 고민이 깊어진다고 말할 수 있다. 어려운 주제라고 생각한다.

무당이 단순히 인간의 앞길을 예측하는 것에 중점을 둘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치 앞도 모르는 미래를 예측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마음에 상처가 있는 사람을 보듬고 같이 울어준다는 사실아닐까? 그 과정에서 마음에 상처가 있는 사람은 위로를 받고 좀더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닐까? 교감하고 공감한다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인지 만신이 되기 위해 겪게 되는 무병과 여러 고통들은 만신에게는 훗날 타인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따뜻함을 지닐 수 있게 해준 건지도 모른다.

인간의 삶이 참 기구하다.
'내가 내일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만으로도 오늘, 지금의 삶을 충실히 살아낼 수 있을 것이다.

겪어 보지 않고서는 모른다.
겪고 나서야 깨닫는다.
그러니 겪지 않았더라도 상대방의 고통에 공감하려는 노력과 행동이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