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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0
영화_ 만신
만신: '무녀'를 높여 이르는 말(여자무당)
무녀[巫女]: 귀신을 섬겨 길흉을 점치고 질병을 다스리며 재난을 방지하기 위하여 굿을 하는 여자
박수: 남자무당
만신은 '여자무당'을 박수무당은 '남자무당'을 일컫는 말이다.
'인간의 삶이 참으로 기구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내가 내일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 불안이 실제로 내 삶 앞에 놓이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이런 이유에서 그 동안의 불안은 지나친 걱정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를 통해 만신의 삶을 들여다본 뒤에는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다. 만신의 삶은 그 불안이 실제 삶에 등장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선택한 것도 아니었고, 누구의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삶보다는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따뜻하게 안아줘야할 삶이 놓이게 된 것이다. 무병을 앓다가 신내림을 받기 까지 얼마나 피맺힌 고통 속에서 그 과정을 감내했어야 할까...애써 외면하려해도 운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하는 그 사람의 마음은 어땠을까?...
무당이 하는 '굿'은 일제강점기 때 극심한 탄압을 받았다. 아마도 그 때를 기점으로 현재의 우리 삶에서 그 자취가 감춰졌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보이지 않게 무당을 찾아가 점을 보는 사람들은 여전히 있는 것 같다. 영화에서보면 저녁에 굿을 하고 있는데, 찬송가를 부르며 한 무리의 사람들이 와서 싸움 직전까지 가는 장면이 있었다. 종교가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까지 종교가 긍정적이지 못하게 역할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불편했다. 종교가 궁극적으로 인간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들이 안개에 휩싸여 우리의 시야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신이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한다. 없다고 말하기도 그렇고 있다고 말하기도 그렇다. 다만, 인간으로서 예측하고 감내할 수 없는 기이한 일들이 우리 삶에서 일어나고 있고, 그것들을 과학으로 설명해 내지 못하는 것에는 고민이 깊어진다고 말할 수 있다. 어려운 주제라고 생각한다.
무당이 단순히 인간의 앞길을 예측하는 것에 중점을 둘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치 앞도 모르는 미래를 예측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마음에 상처가 있는 사람을 보듬고 같이 울어준다는 사실아닐까? 그 과정에서 마음에 상처가 있는 사람은 위로를 받고 좀더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닐까? 교감하고 공감한다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인지 만신이 되기 위해 겪게 되는 무병과 여러 고통들은 만신에게는 훗날 타인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따뜻함을 지닐 수 있게 해준 건지도 모른다.
인간의 삶이 참 기구하다.
'내가 내일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만으로도 오늘, 지금의 삶을 충실히 살아낼 수 있을 것이다.
겪어 보지 않고서는 모른다.
겪고 나서야 깨닫는다.
그러니 겪지 않았더라도 상대방의 고통에 공감하려는 노력과 행동이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