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08

book 서양미술사 The Story of Art -E.H.곰브리치 지음





언젠가 어떤 강연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혹시라도 통찰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제가 제일 먼저 추천해 드리고 싶은 것은 '예술에 관심을 가지는 것'입니다."

이 말에는 정말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한 폭의 그림 안에는 작가의 감정이 함축적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그 감정을 교감하는 능력을 기르라는 이야기로 이해했다. 흔히 연인사이에서 이벤트를 한다고 레스토랑을 빌리고 많은 풍선과 호화스런 장치들로 '내가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는데, 그 강연자는 여기에 역설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했다.

"그 이벤트의 크기만큼 당신을 사랑하지 않습니다."라고... 이유인 즉 "내가 당신의 눈을 바라보고, 당신의 손을 맞잡고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교감을 하지 못하는 게 아쉬워서 눈에 보이는 이벤트로 치장을 하는 것이죠"라고... 절대로 적절한 이벤트와 선물이 불필요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무엇이 먼저인지에 대한 순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마 이 때부터였을 것이다. 예술의 '예'자도 모르던 내가 예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던 때가... 그리고 이 때는 내 인생에서 곡절이 많았던 시간들이었고, 그 시간들에서 느껴지는 마음의 고통을 치료해줄 무언가가 필요하기도 했다. 그 치료제 중 하나가 '예술'이었던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지인에게도 몇 개의 책을 추천 받아서 읽어보기도 했다. 그러나 뭔가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시대순으로 그 당시의 사회와 맞물려 미술은 어떻게 발전하고 퇴화되었는지가 알고 싶었다. 여러 지성인들이 운영하는 블로그를 뒤져서 얻어낸 책이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라는 책이었다. 이 책은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미술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면밀하게 서술해 주고 있다.

여담이지만, 언젠가 미술관에 갔는데, 큐레이터로 보이는 여성분이 바로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책을 열심히 읽고 있었다. 그걸 보면서 '어느 정도 대중에게 인정 받은 책이구나'라는 믿음이 생기기도 했다. 작품들을 감상하다보면 '작가들에게 고맙다'는 마음이 든다... 나는 바쁘다는 이유로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들을 작가들이 대신 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것도 시대를 앞서서...
'요즘 이런 것이 시대적 상황인데, 이것에 대해 생각해 보겠어요?'라고 작가가 내게 말해주는 것 같다. 그러고보면 예술가들이 자유로워 보이긴 하지만 정작 그 내면에서는 엄청난 파도가 요동을 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어쨌든, 처음 미술을 알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유용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