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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어귀에 문둥이가 지나가면 집집마다 엄마들은 아이를 부둥켜 안고, 남자들은 몽둥이를 들고 그들을 쫓아내던 시절, 짐승처럼 그들에게 쫓겨나던 그 사람들은 꽃처럼 붉은 울음을 울어야 했을 것이다.
인간의 역사란 이렇게도 가혹한 것이다. 언제 어디서 같은 병에 감염될지도 모르면서 지금은 자신이 멀쩡하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박해하고, 내가 오늘 두 다리로 멀쩡히 걷는다고 해서 휠체어를 탄 사람들을 얕잡아보는 것이 아니던가. 인생은 내일 아침에 숨을 쉰다는 보장이 없는 것임에도, 우리는 너나없이 진시황의 불로초라도 손에 넣은 듯 자만과 아집에 사로잡혀 있지 않은가.
[출처: <<시골의사 아름다운동행1>>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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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일 아침에 숨을 쉰다는 보장이 없음에도...
인생에서 위기를 겪고 난 다음에서야 위의 문장들이 가슴 깊숙하게 박혀버렸다. 너무 과거에 얽매이든가, 불안에 휩싸여 미래에 얽매이든가...그러다보니 내가 지금 멀쩡히 두 발로 서 있고, 두 팔로 무언가를 움켜쥐고 있음을 느끼지 못했는지 모른다. 무의식 중에 호흡하는 것에도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못했던 것이고...
그런데 인간은 꼭 삶에서 큰 위기가 오고 난 뒤에야 깨닫는 것 같다. 인간만이 가지는 독특한 특징인지도 모른다....지난 경험을 미루어 보면, 조금 여유를 가지고 삶과 자신을 바라보면 깨닫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많은데, 지금 그런 여유를 사치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인간이라면 생각해야하고 그 생각을 실천하려고 노력해야하는데, 생각조차 하지 못하니 행동은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건지도...
개인적으로 특히 사람들을 만날 때, '내가 내일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 생각을 하게 되면, 굳이 작은 일로 상대방에게 마음에 상처를 줄 일이 줄어들고, 작은 일이더라도 상대에게 기쁨을 주고 싶어지니까...'내가 내일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지금으로써는 내게 매우 큰 깨달음을 줬다고 말할 수 있다.
나도 언젠가는 죽는다.
이 글을 읽는 사람도 언젠가는 죽는다.
신은?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