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11

book 스님의 주례사- 법륜 지음






책 제목을 보면 '주례사'라는 단어 때문에 혼인을 앞둔 사람들에게만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책은 혼인을 앞둔 사람 뿐만아니라 '마음에 깊은 상처'가 있는 사람들에게도 유용한 책이다. 어쩌면 혼인 뿐만이 아닌, '마음 다스리는 지혜'에 대한 내용들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겠다. 고차원적인 내용의 수행과정을 담은 게 아니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심적 고통을 다스리는 지혜에 대한 내용들로 엮여져 있다.

모든 내용을 읽진 않았고 훑어보다가 본인이 찾는 내용이 나오면 정독을 했다. 불교의 특징은 인간의 마음을 심도있게 파고들어 직면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단순히 빨리 읽고 넘길 책은 아니다. 각 챕터의 내용을 읽은 뒤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즉, '뭔가 많은 걸 배운 것 같은데, 둥둥 떠있는 것 같아'라는 느낌이 들지 않으려면 차분히 읽으면서 각 개인들이 처한 상황에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숙고하는 시간이 더 중요하게 필요하다. 이 책의 내용이 관념화로 굳어지게 되면 이 책을 읽으나 안 읽으나 별차이는 없을 것이다.

지인에게 추천을 해줬더니 지인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내게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도움은 어느 정도까지만 받을 수 있다. 이 책이 각 개인의 다양한 문제들을 본질적으로 해결해 주진 않는다. 왜냐하면 이 책 또한 '불교의 관점'에서 쓰여졌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게 종교가 가지는 맹점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는 있지만, 단 한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한다.' 바로 이 점이 종교가 가지는 맹점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자비'와 '진정한 사랑'과는 너무나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내가 진정 사랑하는 사람이 부재했을 때 슬프고, 마음이 아픈게 당연한데 종교는 "긍정적으로 생각해라"라고 말한다. 내가 진정 사랑했던 사람인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마음이 아픈 게 당연한 게 아닐까? 오히려 마음 아파하는 그 사람과 같이 공감하고 위로해주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물론, 그 슬픔이 너무 지나쳐도 문제는 될 것이다.

불교는 오직 나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에 주목하고 있는 것 같다. 타인이 아니라 내가 어떤 관점을 가지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내 행복과 불행이 결정된다는 식으로...물론, 이런 접근이 일정부분 사람들의 삶에서 도움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닌 것 같다. 스님은 현재 오직 단 한 사람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 또한 자신의 부모님까지 잊고 혼자 살고 있다. 즉, 주위에 여러 사람들이 있지만, 그중 오직 한 사람을 진정 사랑하긴 힘든 입장인 것이다.

예전 법정스님이 법회에서 이런 말을 했던 것이 기억난다.

"어느 스님들은 '나만 믿어'라고 말하는데, 여러분이 절대 믿어서는 안될 사람이 중이예요. 자기 가정마저도 버리고 나온 사람을 왜 믿습니까?"

이 말에 정말 깊으면서도 여러 의미들이 내포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p.s.
혼인vs결혼
객관적 지식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과거 2군데에서 '결혼'이라는 표기가 일본식 표기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우리가 모르고 쓰는 단어에도 역사적 오류가 있음을 깨달았다. 우리식 표기로는 '혼인'이 맞다고 들었다. 우리는 결혼식이라고 말하면서 '결혼신고'라 말하지 않고 '혼인신고'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혼례에 대해서도 공부해둬야할 필요성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