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17

시_ 스며드는 것- 안도현

스며드는 것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안도현, <스며드는 것>, 『간절하게 참 철없이』 중에서

===============

어느 철학자가 "~인간은 폭력적인 존재라는 전제하에 최소한의 폭력을 행사하려는 존재..."라는 말이 떠올랐다. 인간의 생존을 위해 육식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기 때문에 살아있는 생명체의 생명을 빼앗아 인간의 생존으로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굳이 이런 걸 따져서 뭐하나 싶겠지만, 우리의 삶을 제대로 직면한 게 아닐까?

어느 동물은 느끼는 고통을 비명으로라도 표현을 하지만, 꽃게는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며 생을 마감한다. 그런 꽃게를 나는 맛있게 먹고 있고... 이런 상황이라면 식사 전에 감사함을 담은 기도를 해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생존을 위해 내가 행사한 폭력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식탁 위에 있는 고기와 채소들에게 전달한 뒤 감사한 마음을 담아 숟가락과 젓가락을 들어올려야할지도 모른다.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