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2-20

book 철학vs철학 -강신주 지음





철학에 입문하려는 분들에게 큰 숲을 볼 수 있게 안내해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대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물론, 대학생이 아니라도 철학에 입문하시는 분들께는 적극 추천한다. 동양과 서양의 여러 중요한 철학자들의 생각을 한 권의 책에 담으려다보니 책이 좀 두껍고 값이 나가긴 하지만, 저자의 노고에 비하면 책의 두께와 가격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자리를 빌어 저자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나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은 철학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위압감을 느끼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평소 나름 고민하는 습관이 형성된 분들이라면 그 고민거리들이 파편화되어 분산되지 않고, 잘 엮이게 하기 위해서라도 철학을 공부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이는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깊게 깨달은 사실이다. 혼자서 고민만 하는 것으로는 분명 한계점이 있다. 이게 위험할 수도 있는 것은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의 생각이 타인 그리고 더 넓게는 사회와 소통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상당히 정성들여 읽었다. 처음엔 몇가지 주제들만 발췌하여 읽으려고 마음 먹었지만, 읽으면서 고민을 거듭하는 과정 속에서 이 책의 내용 하나하나가 모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각의 주제들이 내가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모두 필요한 것들이었다. 그러니 이 책을 읽기로 마음 먹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가급적 모든 내용을 천천히 읽어보시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있다.

각자의 상황이 있겠지만, 이 책을 빠르게 읽을 책은 아닌 듯하다. 저자도 "~빠르게 읽지말고 천천히 생각하면서 읽으세요~"라고 책에서 언급했다. 그런 점에서보면 책 두께에 압박감을 느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에 이 책도 전자책으로 나오면 어떨까 생각을 해봤다. 책이 너무 두꺼워 출퇴근 시간에 읽기는 좀 곤란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이 책의 구성이 한 주제당 15페이지 정도의 분량으로 나뉘어져 2명의 철학자의 생각들을 서술하는 방식을 택했으니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어디서든 읽기 위해서는 전자책으로 출간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이 책 나름의 매력은, 각 챕터가 끝나면 마지막 한페이지에 두 철학자의 생각을 정리했다는 점이다. 내 경우에는 먼저 마지막장을 읽고 본문을 읽고 다시 마지막장을 읽었다. 그러면 한결 이해하기가 쉬웠다. 나름 고민은 하는데, 고민의 깊이가 깊지 못하여 분산되는 느낌이 들고, 내가 생각은 하는데 뭔가 갈피가 잡히지 않아 혼란스러워하시는 분들에게 이 책이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지금의 시점에서 정말 큰 의미를 던져주는 책인 것 같다. 사람들이 너무 빠르게 움직이는 지금...생각할 시간이 없어지게 되고, 그러면서 '인본'이 사라지고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삶의 고민들로 고군분투하시는 모든 분들께 강력히 추천한다. 해답을 제공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 여정에서 충분히 보상을 받을 것이다. 이 책 덕분에 철학이 내게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철학에 대한 흥미를 갖게됐다.

다시 한 번 저자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시_ 아들자랑 -신현림

아들자랑

              -신현림-


백년 전의 조선엔
아들 낳은 여인이 유방을 내보이는
특이한 풍속이 있었다
무명 치마저고리 사이에
여인의 유방이 두 개의 노을처럼 달렸지
여인의 유방은 혁명의 깃발처럼 펄럭이고
여인의 유방에서 위풍당당한 행진곡이 흘러나오고
사방팔방 강가에 조선의 모유가 흘러넘치지

백년. 다시 백년 후의 조국엔
딸을 낳은 여인도 유방을 드러내놓고
남태평양처럼 화통방통하게 웃는
마땅한 일상사가 이어지것다
허허벌판에서 두 개의 우주를 털렁이며
어화어화 내 사랑
어화둥둥 내 딸년
그 딸년들을 위해 인디언 추장처럼 춤추는
나, 신현림과 내 딸의 딸들이 있을 것이다
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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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림'을 검색하고 나서야 여자 시인임을 알았다. 워낙 이름이 남자 이름이라 잘못된 상상을 하고 있었다. 어쩌면 이름에 대한 고정관념속에 내가 빠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신현림씨는 대학에서 사진에 대해 공부했을 정도로 사진에도 조예가 깊다고 한다. '아들자랑'이라는 이 시 도입부에도 여자의 유방을 저고리 사이로 내민 여인의 사진이 실려있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이라는 개념이 강했고 그러다보니 여성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 시에서 어렴풋이 여성들을 향해 무어라 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수면 위로 드러나진 않은 듯하지만, 여성들의 권리와 의무가 점점 커지고 있음을 느낀다.

이젠 남자들이 집안 일과 육아에 신경쓸 시대가 오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이미 와있는지도 모른다.


book 의사는 수술 받지 않는다 -김현정 지음





마음 그리고 0차 의료

나는 몸이 아플 경우,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병원을 찾지 않는다. 더욱이 약을 먹는 것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자제하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내 몸의 자연치유력에 의지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의료시스템이 발전하면서 분명 인간에게 이로운 점들이 많이 생겨난 건 사실이지만, 그와 동시에 부정적인 측면들도 생겨났다. 특히나 여기에 자본주의가 들어오면서 그 부정적인 측면들은 더욱 증폭되는 경향이 많은 듯하다. 책의 도입부분에 저자의 은사님과 관련된 사례가 소개된다. 은사님께서 전립선암에 걸리셨는데, 은사님은 수술을 받지 않으시고 생활하셨다는 내용이었다. 은사님이 의사로서 여러 사람들이 전립선암으로 수술을 받고 어떤 경과를 거치는지를 이미 옆에서 지켜본 은사님은 수술을 하지 않기로 하신 것 같다고 저자는 말했다. 그래서 책 제목이 '의사는 수술 받지 않는다'였나보다. 그렇다하여 의사들이 수술을 아예 안 받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해두었으면 한다. 꼭 필요한 경우엔 의사도 수술을 받는다고 저자는 말했다. 꼭 필요한 경우에만...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병의 호전 속도에 영향을 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무턴댄 긍정이 아니라, 현재 자신의 상태를 냉정히 판단하면서도 "밝은 마음"을 내는 게 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평소에도 많이 듣는 말이다. 저자는 이런 관념에 빠지기 쉬운 마음이라는 영역에 대해서 책을 통해 더욱 구체적으로 말해주고 있었다."치료는 의사가 하지만, 치유는 환자가 한다"라는 말을 통해 저자는 의사의 치료에 앞서 환자 본인이 '치유'되려는 굳은 의지가 선행돼야한다고 말했다. 결국 환자가 스스로 일어서려는 의지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이렇게 인간에게 중요한 마음mind이란 영역에 불안을 조성하여 의료시장에서 자본주의시스템을 깊게 뿌리박으려는 어느 누군가에 대해 저자는 조심스럽게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으므로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으려고 한다. 책을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저자는 의료시장의 여러 매커니즘을 이해하게 되면 한 개인이 거대한 의료시장에서 주체적으로 의료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의료서비스의 선택'이란 영역을 각 개인의 다양한 가치관으로 존중하고 있다. 다만, 그 선택의 과정에서 사람들이 제대로 알고 선택하기를 바라고 있다.

병원에 가는 것이 대략 1,2,3차 의료로 구분된다면, 그에 앞서 0차의료에 관심을 가지라고 저자는 말한다. 0차의료는 병원에 가기 전, 평소 자신의 생활습관을 점검하고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자신의 건강과 관련된 나쁜습관들을 버리라는 의미였다. 구체적으로 말해, 우리는 운동이 건강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알면서도 운동의 중요성에대해 그렇게 큰 자각을 하고 있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저자는 바로 이런 부분에서부터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운동만 규칙적으로 해도 우리 몸에 병이 나타날 가능성은 상당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동양과 서양의학이 중첩되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저자가 '정형외과 전문의'라는 점, 그리고 인도의 고대의학인 '아유르베다'를 공부하였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리고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저자가 직접 출판사를 만들어서 책을 출간했다는 것이다.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을 꺼려했기에 저자가 출판사를 직접 만들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엔 책을 빌려 읽다가 다 읽고 난뒤 몇 권을 직접 구매했다.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의료사회에서 소신껏 자신의 생각을 책으로 엮어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사회적 가치를 위해 최선을 다해주신 저자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얼마 전 저자가 한 신문에 기고한 칼럼을 보았다.
가난이 다행인 까닭은 돈이 없기 때문에 병원 문턱을 넘었다가도 엄청난 액수에 놀라 마루타 되기를 그만 포기하고 돌아선다는 것.~~소외된 계층이야말로 과잉진료 위험에서 가장 안심할 수 있는 계층이 되어버렸다. 시대의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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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발췌>


p118
~이상적으로 말하자면, 심폐지구력, 근력, 근지구력, 유연성, 민첩성, 순발력, 평형력 등등 여러측면에서 체력을 골고루 향상시켜서 균형잡힌 몸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 중에서 가장 주축이 되는 두 가지를 들자면, '심폐지구력'과 '근력'이다. 한 가지를 더 든다면 '유연성'이다.~
~예를 들어, 걷기와 조깅, 수영 등은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으로 심폐지구력 향상에 좋다. 웨이트 운동은 특정 근육군의 근력 향상에 좋다. 요가와 재즈댄스 등은 주로 유연성에 좋다. 하지만, 어떤 운동이든 그 속에는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동하고 있으므로 한 가지만 떼어 말하기는 힘들다.~


pp141-143
~센 치료와 연한 치료

장뢰는 북송시대의 문인으로, 작품 중에 국가를 통치하는 수단을 의사가 환자의 병을 고치는 것에 비유한 <약계>藥戒 라는 글을 남겼다.~

~이렇게 볼 것 같으면 곧 당신의 속병은 한 번 완쾌될 때마다 당신의 화기는 한 번 손상을 받았던 것이오. 한 달이 다 가기도 전에 다섯 번이나 완쾌시켰다면 곧 당신의 화평한 기운은 이미 없어져 버리지 않았겠소. 그리고 약을 지어주면서 말하였다. "이것을 복용하면 석 달 만에 병이 약간 덜해지고, 또 석 달이 지나면 약간 편안해지고, 이 해가 다 갈 무렵이면 원상태로 회복될 것이오. 그러니 약을 마시는데 있어서 너무 자주 마셔도 안 되는 것이오." 손님은 돌아가 의원의 말대로 실행하였다. 그런데 처음에는 사람이 답답하게 느끼도록 효과가 더디어 세 번 약을 먹으면 세 번 모두 병이 제 자리로 되돌아가는 듯 하였다. 그러나, 하루에는 병이 고쳐지는 효과가 보이지 않는 듯 하였는데, 대략 한 달 만에 보면 달라지고 한 철을 두고 보면 전혀 다르게 나아가서, 한 해가 끝날 무렵에는 병이 완쾌되었다. 천하의 이치는, 자기 마음에 당장에 매우 상쾌함을 주는 것들이란 종말에 가서는 반드시 그를 손상케 하는 것이니, 종말에 가서 손상 받기를 바란다면 곧 처음부터 자기 마음을 급히 상쾌하게 할 것을 바라지 말아야만 할 것이오.('약계' 인용부분)
@@@(저자 김현정曰)병이 쌓여 온 시간이 길다면, 낫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는 것이 자연스런 해법이다. 약을 적절히 쓰는 것이 나쁜 게 아니라 세게 자주 쓰는 것이 경계할 일이다.

p154
~몰입은 한번에 하나씩 할 때 가능하다. 인터넷 보면서, 전화 하면서, 밥 먹으면서, '하면서 하면서'와 같은 동시 다발적 멀티태스킹은 결국 사람의 정신을 분열시키고 말 것이다.~

p155
~느리게 산다는 데에는 '친환경'인 삶과 겹치는 부분도 있다.~
~스스로 요리하고 청소하고, 몇 가지 채소를 직접 가꾸고, 혹은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고.. 꿈 같은 얘기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기에는 우리는 인생의 너무나 많은 시간을 생업에 헌신하고 있다. 일터에서 과로와 스트레스로 녹초가 되어 왔는데 무엇을 느리게 살 수 있다는 말인가.~

p156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선순환으로 돌아설 수 있다.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열쇠는 삶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그렇게 자연의 순환에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생활 리듬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시장에서 불필요한 물건과 서비스를 살수 있는 자유를 획득하기 위해, 삶의 자유를 볼모 삼아 일터에서 죽도록 일한다.~덜 벌더라도 덜 소비하는 구조로, 작게 생산하고 적게 쓰는 생활방식으로 가면 해결된다.~

p157
@~여유가 필요하다. 여유는 저절로 주어지는 자투리 시간이 아니라, 내가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생기는 것이다. 시간이 날 때까지 기다려서는 진정 원하는 것을 영영 못한다. 다른 것 접고 일부러 시간을 만들어야 그것을 할 수 있다.~

p159
~인터넷은 지식세계의 판도를 바꾸었다. 수많은 전문지식이 인터넷상에 개방되어 있고 새로운 지식이 지구촌 곳곳에서 매일 업데이트되고 있다.~

p161
~집을 떠받치고 있는 여러 기둥 중에서도 네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 첫째는 '마음', 둘째는 '식이와 섭생', 셋째는 '운동', 넷째는 '환경'이다. 그리고 부수적으로 '의료'라는 울타리가 있다. 각각에는 우리들이 스스로 가꾸어 나아갈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1)마음: 마음을 담대하고 쾌활하게 다스린다.
2)식이와 섭생: 음식을 깨끗하게, 적당량, 골고루,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섭취한다.
3)운동: 자신을 서서히 좀먹어가는 '편리함'에서부터 의도적으로 벗어나 몸을 움직인다.
4)환경: 공기와 토양과 물을 깨끗하게 보존한다.
5)의료: 인공적이고 과격하고 파괴적인 치료법은 경계한다.
이런 노력들이 모여서 진정한 몸과 마음의 건강에 도달할 수 있다. 우리의 실천으로 나타나는 변화들은 우리에게 근거있는 자신감을 줄 것이며, 다음 단계로 지속해 나아갈 수 있는 소신이 될 것이다. 자신의 건강 행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자.

pp167-168
해왕성의 새로운 위성은 발견해 내지만 자기가 지금 어떤 악당의 위성 노릇을 하고 있는지는 깨닫지 못한다. 한 방울의 식초 안에 있는 괴균들은 연구하면서 자기의 주위에서 우글거리는 괴물들에게 자신이 잡혀먹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헨리 데이빗 쏘로우<월든>1854~~
~쏘로우의 지적대로 우리는 자신의 행동이 지금 어떤 악당들의 위성 노릇 혹은 앞잡이 역할에 충실하고 있는 것인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의료 소비는 다른 소비 분야보다 좀더 특수하다. 우리 몸을 담보로 하기 때문이다.~
~ '최신지견'이라는 말에 혹하지 말자. 서점가의 신간서적과 같은 것이다. 잠깐의 베스트셀러처럼 어느 날 사라질지 모르는 일이다. @@@우리는 신간과 베스트 셀러가 아니라, 고전과 스태디셀러를 더 신임해야 할 것이다.~

p169
@@@~대중은 불안에 쉽게 동요하고 부추겨지기 쉬운 집단이라고 생각해서일까? 돈이 될만하다고 판단한 자본가들과 사업가들이 의료시장에 몰려 들고 있다.~

p170
~최근의 '의료 비즈니스 혁신 모델'에는 기본 전제에 치명적 결함이 있다. '환자'라는 요소를 '싼 가격'과 '편리함'만을 쫓는 수동적 존재로 다루고 있다. 의료추체이어야 하는 '우리' 즉, 환자 자신의 영향력 고려나 배려를 도무지 찾아 볼 수 없다.~
~의과대학에 들어갔다고 떠들썩했던 그 숱한 수재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나? 역시 불안에 떨며 돈벌이에 골몰하고 있거나 혹은 어느 악당의 위성 노릇을 열심히 하고 있나? 환자-의사 관계는 의료의 진정성을 수호할 우리의 마지막 보루다. 의사들은 스스로 자정하고, 잃어가는 신뢰와 공감을 회복해야 한다. 환자들에게 건전하고 올바른 지침을 알려주고 독려하고 함께 움직여야 한다.~

p180
~각자 태도의 문제다.~

p181
~내 대답도 양복장이와 같다. 이틀이다. 하지만, 일주일을 선택한 사람들의 의견도 존중한다. 다채로움은 우리의 힘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는 데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힘이다. 여러 과즙이 섞여 환상적인 맛을 내는 하와이언펀치다.~

p186
내적인 힘
@@@이 책을 쓴 목적은 우리 자신의 힘을 일깨우기 위해서이다. 정책이 바뀌고, 시스템이 달라지고, 사회의 거시적 틀이 때로는 개개인에게 폭력적인 잣대를 들이댄다고 하더라도, @변함없이 우리 각자에겐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오늘 내가 어떻게 살 것인지, 어떤 태도를 견지하며 어떤 선택과 실천을 할 것인지, 내 생명력을 어떻게 보존하고 키우고 가꿀 것인지, 이 책은 의료생활에 있어서의 그것을 얘기하고자 했다.

창해일성소滄海一聲笑: 푸른 바다를 보며 한바탕 웃다
@@@불안이 장려되고 편리가 유혹하는 시대를 항해하는 데에 '소신'은 필수요소다. 흔들릴지언정 불빛을 잃지 않는 소신을 지니기를, 그리고 그 소신이라는 방향타를 잡는 데에 이 책이 작지만 한 보탬이 되길 바란다. 그다지 친절하지도 매끈하지도 않은 풀어냄이지만 이 속에서 줄기차게 펼쳐지는 오히려 치밀한 아르페지오를 들어내시기를. @자, 이젠 여러분의 활달한 지성이 움직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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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8

시_ 그릇1 -오세영

그릇1

                 -오세영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절제와 균형의 중심에서
빗나간 ,
부서진 원은 모를 세우고
이성의 차가운
눈을 뜨게 한다.
맹목(盲目) 사랑을 노리는
사금파리여,
지금 나는 맨발이다.
베어지기를 기다리는
살이다.
상처 깊숙이서 성숙하는 ()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무엇이나 깨진 것은
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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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타인이란 '그릇'을 깨면, 그 깨진 그릇은 나를 향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를 시작으로 사회에까지 범위를 넓혀 그 깨진 그릇은 많은 사람들을 베어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지혜에 대해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그 칼날은 나를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베어낼지도 모른다.



영화_ 사이비(애니매이션)





신은 있는가? 잘 모르겠다.
신이 없는가?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위의 2가지 질문이 크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측면에서 개인적으로 확실한 답변을 피하는 것일 수도 있다. 유신론과 무신론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회색분자나 기회주의자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보다 신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닌, 결국 그 신이 인간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헤아려보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에서 인간은 삶의 의미를 알아가는 것이 아닐런지... 성경에서 뭐라 말하는가? 불경에서는 뭐라 말하는가? 코란에서는 무어라 말하는가? 또 다른 경전에선 뭐라 말하는가?......

믿음.
나는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믿고 있는 것일까? 인간에게 종교는 무엇일까? 내가 지금 믿고 있는 그 객체가 진정 나의 주체성에 의한 선택으로써 믿고 있는 것인가? 언젠가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뭐라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에 어느 지인이 대답했다. "신뢰의 부족"...인간과 인간 사이의 믿음 부족...

이 영화는 마지막 장면까지 강한 인상을 남기며 끝난다. 그 마지막 장면에는 정말 수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 같다.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 그리 많지 않아 시간을 정해 찾아가서 봐야한다는 게 좀 아쉬웠다.


2014-02-17

book 88만원 세대 -우석훈,박권일 공저








유신세대, 386세대, X세대...그리고 88만원세대 

어느 한 세대를 정의했던 말들이 대한민국에는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의 청년들을 지칭해주는 대명사는 긍정적이지 않을 뿐더러 정해져 있지도 않다. 굳이 정하라고 한다면, 저자의 말처럼 88만원세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88만원 세대라는 용어는 이 책의 저자가 지금의 청년들이 벌고 있는 세전수익을 기준으로 적정한 금액을 계산해낸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의 청년들이 '내가 무식해서, 내가 노력을 덜 해서...'라며 본인들만 자책할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됐다. 저자는 대한민국의 압축성장이 진행되는 동안 사회, 문화, 경제적 시스템을 보완해주는 시스템들의 부재가 지금에 와서 폭발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일단 나라도 살고보자'라는 '승자독식'의 마인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음 세대를 위해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일단 내가 살아남는다 해도 내가 자식을 낳았을 경우 그들이 겪어야할 세대착취는 더욱 강화될 것이기 때문에.

저자는 적합한 해결책으로 지금의 기성세대가 다음 세대인 청년들에게 기회의 장을 많이 마련해 주길 바라고 있다. 쉽게 말해 기성세대의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기성세대가 과연 청년들에게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어줄지가 문제인 셈이다. 그런 기성세대의 '승자독점'환경에서 자란 지금의 청년들은 그 기성세대의 자녀들을 더 핍박할게 분명할 것이라고 저자는 말했다. '내가 당한만큼 너희들도 당해봐라'라며...악순환이 더욱 증폭되는 것이다.

지금의 청년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이 큰 문제라고 저자는 말했다. 이 문제의 경우 대한민국은 OECD가입국 중 매우 열악하다고 한다. 프랑스의 경우 20대 대선후보출마, 이탈리아의 경우는 20대 작가가 자신들의 아픔을 책으로 표현하고있지만 한국의 경우는 그러하지 못하고 있음을 저자는 사례로 들었다. 과거 중학교 은사님께서는 "지금 청소년의 기득권이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청소년들에게도 선거권을 주어야 한다."라고 말씀하셨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당선되기 위해 유권자인 청소년들의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마련되기 때문에...

보고 싶은 것만 봐서는 안 된다.
개인적으로 이 책 덕분에 지금의 청년들의 상황과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복잡한 문제들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많은 충격들을 받았다. 우리들 눈에 보이지 않는 기반들이 불안정한 상태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2%의 승자, 98%의 패자
98%의 패자가 벌이는 패자부활전은 2%의 승자들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고 저자가 언급한 부분에서 상당히 마음이 무거웠다. 98%의 패자들 중에서 어떻게하면 개미지옥에 최대한 늦게 빠져들어가느냐의 문제라고 저자가 말했기 때문이다. 2%의 승자가 아니라면 98%중 승자가 되었다 해도 결국에는 비참하게 개미지옥에 빠진다는 의미였다. 저자가 확실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 준 것은 아니지만, 지금 이 순간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향후 한국의 미래가 중요하게 변할 것이라고 저자는 언급했다. 

"취업하느라 고생이 많다, 힘들지?"라는 기성세대의 동정어린 시선에 위로받기 보다는 청년들 모두가 합심하여 이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직접 행동하는 게 더욱 중요할지도 모른다. 책에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웨덴, 스위스 등의 청년들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는지 비교하여 보여주는 부분도 상당히 인상 깊었다. 이렇게 비교 대상들이 있다보니 지금의 대한민국의 모습을 제대로 직시할 수 있었다.

책에서 스웨덴은 스타벅스의 입점이 불가능하다고 언급됐다. 그 나라 사람들은 돈을 많이 내더라도 전문적인 커피숍을 이용한다고 한다. 스웨덴으로 유학을 갈 때 입국서류에 '스웨덴에서는 스타벅스 커피가 판매되지 않으니 입국 전 많이 음용하고 오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친절히 써있다고 하니 놀랄만도 하지 않은가? 프랜차이징의 가장 큰 매력은 '가격경쟁'이라서 제품의 질을 포기하고라도 '가격'에 포커스를 맞주는 게 일반적인 양상인데, 유독 한국에서는 이상하게도 가격까지 비싸다고 저자는 언급했다. 한국의 문화적 성향 때문인지라 경제학에서도 이것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스타벅스 커피의 경우 대한민국이 가장 비싸다고하니....한국에서 된장녀, 된장남이라는 신조어가 괜히 생긴 말은 아닌 듯하다.

이 책을 통해 지금의 위기에서 해결책과 약간의 위로를 받을 수 있으니 청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참고로 저자는 이 책을 지금의 10대가 읽어주기를 바라고 책을 출간했다고 말했다.



book 한 줄도 너무 길다- 류시화 엮음






일기日記를 쓰면서 내가 얼마나 쓸모 없는 단어들과 문장들을 남발하는지 깨달았던 적이 있다. 펜을 들고 글씨를 쓰니 불필요하게 문장이 길어질수록 팔이 아팠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가급적 정말 필요한 문장만을 쓰려고 매번 다짐을 하지만 좀처럼 쉽게 나아지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요즘과 같이 빠르게 움직이는 세상에서 내 생각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유용한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한정된 시간 안에 정말 중요한 요점만 상대의 상황을 고려해서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닐까? 사진과 동영상이 풍부하게 보여주고 들려주는 것들 중 핵심만 간추려 글로 요약할 수 있을까? 반대로 요약된 글을 통해서 사진과 동영상과 같은 구체적인 모습을 상상image 할 수 있을까? 이런 감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시는 일본의 하이쿠라는 양식의 작품들을 류시화씨가 몇 년에 걸쳐 해석하여 엮은 것들이다. 시에서는 대부분 자연을 묘사하지만, 결국 그것은 우리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을 빗대어 말하고 있었다. 하루 한 페이를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정도로 함축된 글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해줬다.
 [*하이쿠: 쉽게 말해 '한 줄 형식의 시']

지금까지 적은 글들도 왠지 사치라는 생각이 드는 건 무슨 이유일까


책을 보다가 좋았던 '하이쿠'를 몇 개 정리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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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 하나가 떨어지네
, 다시 올라가네
나비였네!
-모리다케-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번개를 보면서도
삶이 한 순간인 걸 모르다니!
-바쇼-


몸무게를 달아보니
65킬로그램
먼지의 무게가 이 만큼이라니!
-호사이-


아이들아,
벼룩을 죽이지 마라,
그 벼룩에게도 아이들이 있으니!
-이싸-


죽이지 마라, 그 파리를
살려달라고
손발을 싹싹 비비고 있지 않은가
-이싸-


홍시여, 이 사실을 잊지 말게
너도 젊었을 때는
무척 떫었다는 걸
-소세키-


울타리 옆을 자세히 보니
그곳에 냉이꽃이
피었구나
-바쇼-


모든 종교와 말들을 다 떠나니
거기 자두꽃과
벚꽃이 피었구나
-난후꼬-



[출처: '한 줄도 너무 길다-류시화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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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_ 장식론1 -홍윤숙

장식론1 

                        -홍윤숙-

여자가
장식을 하나씩 달아가는 것은
젊음을 하나씩 잃어가는 때문이다

씻은 무우 같다든가
뛰는 생선 같다든가(진부한 말이지만)
그렇게 젊은 날은
빛나는 장식이 아니었겠는가

때로 거리를 걷다보면
쇼윈도우에 비치는
내 초라한 모습에 사뭇 놀란다

어디에 그 빛나는
장식들을 잃고 왔을까

이 삐에로 같은 생활의 의상들은
무엇일까

안개같은 피곤으로 문을연다
피하듯 숨어 보는 거리의 꽃집

젊음은 거기에도 만발하여 있고
꽃은 그대로가 눈부신 장식이었다

꽃을 더듬는 내 흰손이
물기없이 마른 한장의 낙엽처럼 쓸쓸해져

돌아와 몰래
진보라 고운 자수정 반지 하나
끼워 달래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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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타인의 시선에 지나치게 의식하면 할 수록 그것은 여성들이 약자임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말을 언젠가 들은 적이있다. 그러고보면 요즘은 남자들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여 화장을 하는 시대이니 서서히 남자들도 약자가 되고 있는 것인가? 

젊음과 늙음 사이에서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고민하게 되는 것들을 이 시가 말해주는 느낌이 든다. 젊을 땐 그 '젊음'을 마음껏 만끽하고 시간이 흘러 '늙음'에 직면했을 땐 그것도 나인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늙음이 찾아왔을 때 과거의 젊음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현재를 살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그 늙음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인간은 늙게된다. 자연의 이치를 거스를 순 없을테니...

여성들의 마음에 조금이나마 다가갈 수 있는 실마리를 내게 던져준 시Poetry.


시_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김수영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王宮)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오십 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 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이십 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情緖)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앞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 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絶頂)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이십 원 때문에 일 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일 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이것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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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한 없이 작아지게 만드는 시이다.

나의 '자존'을 너무 우선으로 생각해서인지 사회와 타인에 대한 부분에서 그렇게 큰 고민과 실천을 하지 않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든 시였다. 결국 내가 비판하고 큰소리쳐야할 그 누군가는 장막 뒤에 가리워져 나와 타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을터인데, 나...그리고 우리는 그 장막 뒤를 보지 못하고 그것들과 관계없는 그 누군가들에게 자신의 울분을 토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가 내 삶은 과연 주체적으로 살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book 대한민국 불공정 경제학 -김진철 지음





경제 신문만 읽는다고 경제를 제대로 볼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실마리를 저자는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경제기사를 어떻게(how) 독해해야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책에서는 현재 어떤 구조 속에서 신문들이 기사를 작성해내는지를 설명해주는 것을 바탕으로, 신문을 볼 때 그런 바탕지식을 활용해서 독해하라고 저자는 말한다.

책의 내용중 하나를 소개해보면, S사스마트폰과 A사의 스마트폰이 어떻게 기사화 되는지, 그 속에서 언론과 기업이 어떤 암묵적 거래가 이뤄지는지에 대해 알려준다. 여기에서 
가장 핵심인 부분은 우리나라 신문사들의 경우, 매출의 거의 대부분을 광고 수입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신문사들이 어떤 식으로 기사를 작성해 나갈지는 쉽게 알아 차리릴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은 광고를 미끼로 신문사들과 협상을 맺을 것이고, 신문사들은 광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해야하기 때문에 협상 테이블에 나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아닐런지... 그러면서 국민의 알권리가 폭격을 받아 처참하게 무너지는 것이 아닐런지... 이 책이 읽을만한 가치를 가지는 또 다른 이유는 저자가 '현직기자' 신분에서 이 책을 집필했다는 점이다. 자신이 속한 업계에 대해 저자는 냉정한 시선으로 책의 여러부분에서 비판을 하고 있었다.


언젠가 "경제기사 10년만 꾸준히 읽으면 남들에 비해 부를 더 늘릴 수 있다"라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 말은 일부 맞는 부분도 있겠지만, 정말 중요한 부분이 빠져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경제 기사가 어떻게 작성되는지를 통찰하고, 그 속에 숨겨진 의미를 파악한 뒤 실생활과 접목하여 바라보는 안목을 키워라"라고 수정하는 게 더 맞지 않을까?

어쩌면 이 책은 경제기사를 제대로 독해하는 방법을 중점적으로 다루긴했지만, 다른 분야의 기사들에도 별다른 수정없이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차피 기사라는 게 구조적 틀 안에서 작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경제기사 뿐만아니라 다른 기사들도 그 구조적인 부분의 영향권안에 들어있을테니까.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이상, 우리는 어느 정도의 경제적 지혜를 갖춰야하는 것 같다.

그렇게 하지 않을 수록 부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안타깝게도 이미 이 상황은 진행 중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