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日記를 쓰면서 내가 얼마나 쓸모 없는 단어들과 문장들을 남발하는지 깨달았던 적이 있다. 펜을 들고 글씨를 쓰니 불필요하게 문장이 길어질수록 팔이 아팠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가급적 정말 필요한 문장만을 쓰려고 매번 다짐을 하지만 좀처럼 쉽게 나아지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요즘과 같이 빠르게 움직이는 세상에서 내 생각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유용한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한정된 시간 안에 정말 중요한 요점만 상대의 상황을 고려해서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닐까? 사진과 동영상이 풍부하게 보여주고 들려주는 것들 중 핵심만 간추려 글로 요약할 수 있을까? 반대로 요약된 글을 통해서 사진과 동영상과 같은 구체적인 모습을 상상image 할 수 있을까? 이런 감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시는 일본의 ‘하이쿠’라는 양식의 작품들을 류시화씨가 몇 년에 걸쳐 해석하여 엮은 것들이다. 시에서는 대부분 자연을 묘사하지만, 결국 그것은 우리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을 빗대어 말하고 있었다. 하루 한 페이를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정도로 함축된 글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해줬다.
지금까지 적은 글들도 왠지 사치라는 생각이 드는 건 무슨 이유일까?
책을 보다가 좋았던 '하이쿠'를 몇 개 정리해 보았다.
꽃잎 하나가 떨어지네
어, 다시 올라가네
나비였네!
-모리다케-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번개를 보면서도
삶이 한 순간인 걸 모르다니!
-바쇼-
몸무게를 달아보니
65킬로그램
먼지의 무게가 이 만큼이라니!
-호사이-
아이들아,
벼룩을 죽이지 마라,
그 벼룩에게도 아이들이 있으니!
-이싸-
죽이지 마라, 그 파리를
살려달라고
손발을 싹싹 비비고 있지 않은가
-이싸-
홍시여, 이 사실을 잊지 말게
너도 젊었을 때는
무척 떫었다는 걸
-소세키-
울타리 옆을 자세히 보니
그곳에 냉이꽃이
피었구나
-바쇼-
모든 종교와 말들을 다 떠나니
거기 자두꽃과
벚꽃이 피었구나
-난후꼬-
[출처: '한 줄도 너무 길다-류시화 엮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