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꺼
-김선우-
젊은 여자 개그맨이 TV에서 연애시절 받은 편지를 읽는다
편지는 이렇게 끝난다 '니꺼가'
세 음절의 그 말을 힘주어 읽은 후 어깨를 편다 젊은 남자 가수가
노래를 한다 밥을 먹다가 나는 숟가락을 입에 문 채 멍해진다
'내꺼 중에 최고'가 노래 제목이다 내꺼 중에 최고…...
보채는 당신에게 나는 끝내 이 말을 해주지 않는다
'누구꺼? 당신꺼 내꺼'
이 모든 소유격에 숨어 있는 마음의 그림자 노동,
그게 싫어, 라고 말하려다 관둔다 내가 좀더 현명하다면
'당신꺼'라고 편안히 말해줄 수도 있을 텐데 여인을 업어
강을 건네준 후 여인을 잊어버린 구도자의 자유자재처럼
모두에게 속하고 어디에도 영원히 속할 수 없는 말이야
천만번 못 하겠는가 내 마음이 당신을 이리 사랑하는데
그런데도 나는 '당신꺼'라고 말하지 않는다
햇살을 곰곰이 빗기면서 매일 다시 생각해도
당신이 어떻게 내 것인가 햇살이 공기가 대지가 어떻게,
내 것이 아닌 당신을 나는 오늘도 다만 사랑한다…...
-출처: 시집<나의 무한한 혁명에게>(창비,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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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누군가 혼인을 앞두고 1+1=1이라는 글을 올린 걸 보고 마음이 무거웠던 기억이 있다. '왜 1인가? 2또는 그 이외의 숫자가 나와야하는 거 아닌가?'
물론 사람마다의 관점은 다르니 이해할 수는 있겠지만, 개인적으론 많은 고민을 했던 기억이난다.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을 소유하고 싶지만, 그 욕구를 내려놓고 사랑하는 사람을 자유롭게 해주려는 노력"이라고 어느 누군가했던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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