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2-26

book 나는 학생이다 -왕멍 지음





한 개인의 에세이를 읽지 않기로 마음 먹었던 때가 있었다. 나만의 성공 스토리를 써보겠다는 의지 때문이었다. 그런 나의 다짐을 허망하게 무너뜨린 책이 있었다. 제목부터 좀 이상하다 싶은 나는 학생이다라는 책이었다. 이상하게도 이 책에서는 과거에 읽었던 다른 에세이들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 소위 시중에 나와있는 에세이들에는 과거 실수들까지도 미화하여 현재의 성공을 더욱 지원사격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비하여 이 책에서는 그런 느낌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자(왕멍)가 활동했던 무대가 중국이었기 때문에 대략적인 중국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풍부하면 책을 읽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신장이라는 농촌마을에 유배되어 16년 동안 살면서도 인간답게 살고자 노력했던 저자의 조언이라면 들어 볼 가치가 있다. 저자의 시선과 생각이 한 쪽으로 치우쳐 있지 않아서 좋았다. 정치를 하던 사람이라 편향된 관점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까 걱정을 했지만, 책을 읽으면서 그런 의구심은 서서히 사라졌다. 개인적으로 항상 중앙에 있는 게 균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오노 나나미는 "균형이란 여러 상황 속에서 최적점을 찾는 일련의 과정" 이라고 말했는데, 개인적으로 공감한다.

누구에게나 위기는 오지만, 그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운명은 각기 달라진다.라고 저자는 말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 상당히 공감했었다. 아마도 이 책을 읽고 있을 때 개인적으로 인생에서의 위기를 겪고 있었다. 도무지 최선을 다해 애를 써봐도 실마리가 보이지 않았고, 어디로 도피를 할 수조차 없는 상황에서 ‘작은희망이라는 불씨를 찾기 위해 발버둥 치는 내 모습을 보면서 많은 아픔을 느끼기도 했었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가 흔히 구호처럼 외치고 있는 희망을 갖자.’,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라는 말에 대해 의심의 마음을 담아 고민하기도 했었다.

책에서는 중국역사에 대한 내용이 조금은 과할 정도로 많이 나오는 것 같았다. 그 역사적 사실을 알고서 책을 읽으면 저자가 말하려는 본질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책을 읽으며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한자어로 된 단어들이 많이 등장하는만큼 한글 옆에 한자를 적어서 독자가 오독하지 않게 해주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한 단어에도 다른 한자어로 여러 개의 의미들이 있어서 책을 읽는 동안 불편했다. 개인적으로 에세이를 읽으면서 유념하는 것은 겉으로 드러난 저자의 구체적 경험이 아니라 그 경험 속에 배울 수 있는 본질을 통해 나중에 그와 본질적으로 비슷한 상황이 나에게 주어졌을 때 해결해낼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얻는 것이다.

삶에 대해 문득 고민이 들 때, 나는 왜 살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 때, 변화하고 싶을 때, 나에 대해 진지하게 묻고 싶을 때, 나보다 인생을 먼저 사신 분들의 조언을 들어보고 싶을 때, 그리고 삶의 위기에 직면하여 고군분투하시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이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주진 않지만, 분명 실마리는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 덕분에 에세이는 이제 안 읽는다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내가 처했던 위기 속에서 삶의 지혜라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다. 고맙게 잘 읽었던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작은 희망의 등불이 얼마나 큰 가치를 지니는지를 느꼈으면 좋겠다. '올바른 마음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라는 마음을 여전히 난 내 가슴에 품고 있다. '작은 희망'이 정말 중요하다. 그래야 '큰 희망'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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