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2-27

영화_ 찌라시: 위험한 소문





사실Fact와 진실은 다를 수도 있다.

어느 남자가 카페에서 여인을 만나고 있는 그 장면은 사실Fact이다. 하지만 그 사실fact에 약간의 살을 붙여 '서로 연인관계이다'라고 말한다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 두 남녀는 단순히 일때문에 만난 상황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증명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어느 누군가가 이 부분을 수정하게 되면 전체적으로 이야기의 본질이 틀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비밀이 진실을 이기는 순간 우리는..."이라고 누군가 말했던 것처럼.

몇년 전부터 내 귀에 자주 들렸던 단어는 "수평적네트워크"라는 말이었다.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온 삶은 수직적네트워크였고, 내가 먼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내 뒤에 오는 사람들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식의 치열한 경쟁위주의 패러다임에서 이제는 '나 혼자의 천 걸음이 아니라, 천 명이 서로 손을 잡고 내딛는 한 걸음'이 더욱 중요해진 패러다임의 시대라는 의미로 이해했다.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에는 다른 요인들 중에서도 IT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과거 TIME지의 표지에는 컴퓨터 모니터에 "YOU"라는 글자가 덩그러니 쓰여있던 적이있었다. 상당히 고민을 한 뒤에야 '나도 세계적인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적으로 표현한 것임을 깨달았던 적이 있었다.

영화에서 극중 김강우씨의 손가락을 하나씩 뒤로 꺾는 장면이 있다. 장면이 직접적으로 나온 건 아니었지만,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온 몸에 전기가 통하는 것 같았다. 반복적인 자극 덕문이었을까? 손가락을 못쓰게 하려는 그 장면이 무엇을 말하고자 한 것이었는지, 영화 말미에서 드러남을 느꼈다. 급기야 김강우씨는 마지막에 모든 손가락이 뒤로 꺾이는 상황에 놓이면서 이런 말을 했다. "내 모든 손가락을 꺾을 수는 있겠지만, 꺾지 못하는 게 있다"라고...어쩌면 그 꺾지 못하는 큰 힘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각하지 못한다. 흩어져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흩어져있는 그 힘들이 한 곳에 모여 견고히 뭉치게 되면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거대한 힘이 되는 것이다. 마치 아주 작은 희망이 모여 큰 희망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말이다. 아무리 두꺼운 책이라도 오늘 1페이지를 읽으면 언젠가는 그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이 올것이다. 하지만 아무 것도 안 한다면 마지막 장을 넘기며 느끼는 희열을 맛보지 못할 것이다.

영화의 제목을 보고 눈이 이끌렸고, 예고편을 본 뒤 왠지모르게 이 영화는 꼭 봐야겠다는 느낌이 들어서 본 영화였는데, 개인적으로 괜찮게 본 영화였다. 영화 중간중간에 코믹적인 부분도 적절히 넣어놔서 잘못하면 불안에 떨며 볼 수도 있을 영화를 조금은 온순하게 만들어 마음 졸이지 않고 조금은 편하게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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