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2-25

photo book 뒷모습-미셸 투르니에 지음/에두아르 부바 사진





사람은 첫모습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뒷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누가 말했다. 익숙하게 들어온 말이 아니었기에 많은 고민을 했었다. 물론, 눈에 보이는 외형적인 부분도 어느 정도는 중요하지만, 결국엔 본질적인 자신의 내면을 어떻게 그려낼지가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진정 그 사람의 가치를 알기 위해서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통찰이 필요한 것처럼. 

이 사진집에는 여러 사람들의 뒷모습을 담은 사진과 간략한 설명이 쓰여있다. 처음 사진집을 펼쳤을 땐, 가볍게 사진들을 감상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책장을 넘길 때는 사진을 설명한 글을 함께 읽으며 사진들을 봤다. '저 사람의 앞모습은 어떨까?'라는 궁금증이 유발되기도 했지만, 사진 속의 사람이 보고있는 풍경들에도 관심이 갔다. 같은 풍경들을 사진 속의 주인공과 독자로서의 나는 각각 다르게 보고 느낄 것 같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더욱 생각거리가 많아짐을 느꼈던 부분이었다. 

혼자 목욕탕에 갈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나 스스로 내 등을 온전히 문지를 수 없다는 것이다. 안간힘을 써서 팔을 뻗거나 긴타올을 이용해서 이리저리 문지르면 어느 정도는 가능한 일이지만, 뭔가 개운한 느낌은 없다. 여기서 결국, 상대방이 필요함을 느낀다. 타인이 내 등을 온전히 바라보며 타올을 이용해 섬세히 문질러주는 순간 혼자서 해내지 못했던 일을 마무리했다는 쾌감과 노폐물이 벗겨지며 몸에서 느껴지는 시원함을 동시에 느낀다.

그렇다.
나는 나의 뒷모습을 온전히 보지 못한다. 온전히 나의 두 눈으로 나의 뒷모습을 바라보지 못한다. 그러나 내가 온전히 바라보지 못하는 나의 뒷모습을 타인은 온전히 바라볼 수 있다. 이 부분에 삶의 본질이 있는 것은 아닐까?

나의 뒷모습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이 책을 읽다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갖게되는 생각일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나의 뒷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려고 애썼던 적이 있었다. 사진 속에 보여지는 내 뒷모습을 보면서 깊은 생각에 잠기다가도 '이게 내 모습 맞나?'라고 나도 모르게 의문을 갖기도 했다. 전혀 딴 사람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타인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 사람의 앞모습을 상상하기도 했다. 흥미로웠다.

물론 앞모습도 중요하지만, 뒷모습이 더욱 더 아름다운 사람이고 싶다.

뒷모습...진정한 나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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