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2-21

시_ 상한 영혼을 위하여 -고정희

상한 영혼을 위하여

                       -고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거리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 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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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지를 묻는 느낌이 들었다. 현실에만 초점을 맞출 것인가 아니면 소수의 선택일 수 있지만, 이상을 꿈꾸며 상상의 나래를 펼칠 것인가? 어쩌면 나는 후자가 아닐지 생각해봤다. 그래도 이뤄질 수 없는 세상일 수 있지만, 생각이라도 가지고 있는 게 어쩌면 더 중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그리고 직면하는 것에 대해서도 나를 일깨우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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