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2-20

book 의사는 수술 받지 않는다 -김현정 지음





마음 그리고 0차 의료

나는 몸이 아플 경우,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병원을 찾지 않는다. 더욱이 약을 먹는 것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자제하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내 몸의 자연치유력에 의지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의료시스템이 발전하면서 분명 인간에게 이로운 점들이 많이 생겨난 건 사실이지만, 그와 동시에 부정적인 측면들도 생겨났다. 특히나 여기에 자본주의가 들어오면서 그 부정적인 측면들은 더욱 증폭되는 경향이 많은 듯하다. 책의 도입부분에 저자의 은사님과 관련된 사례가 소개된다. 은사님께서 전립선암에 걸리셨는데, 은사님은 수술을 받지 않으시고 생활하셨다는 내용이었다. 은사님이 의사로서 여러 사람들이 전립선암으로 수술을 받고 어떤 경과를 거치는지를 이미 옆에서 지켜본 은사님은 수술을 하지 않기로 하신 것 같다고 저자는 말했다. 그래서 책 제목이 '의사는 수술 받지 않는다'였나보다. 그렇다하여 의사들이 수술을 아예 안 받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해두었으면 한다. 꼭 필요한 경우엔 의사도 수술을 받는다고 저자는 말했다. 꼭 필요한 경우에만...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병의 호전 속도에 영향을 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무턴댄 긍정이 아니라, 현재 자신의 상태를 냉정히 판단하면서도 "밝은 마음"을 내는 게 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평소에도 많이 듣는 말이다. 저자는 이런 관념에 빠지기 쉬운 마음이라는 영역에 대해서 책을 통해 더욱 구체적으로 말해주고 있었다."치료는 의사가 하지만, 치유는 환자가 한다"라는 말을 통해 저자는 의사의 치료에 앞서 환자 본인이 '치유'되려는 굳은 의지가 선행돼야한다고 말했다. 결국 환자가 스스로 일어서려는 의지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이렇게 인간에게 중요한 마음mind이란 영역에 불안을 조성하여 의료시장에서 자본주의시스템을 깊게 뿌리박으려는 어느 누군가에 대해 저자는 조심스럽게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으므로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으려고 한다. 책을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저자는 의료시장의 여러 매커니즘을 이해하게 되면 한 개인이 거대한 의료시장에서 주체적으로 의료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의료서비스의 선택'이란 영역을 각 개인의 다양한 가치관으로 존중하고 있다. 다만, 그 선택의 과정에서 사람들이 제대로 알고 선택하기를 바라고 있다.

병원에 가는 것이 대략 1,2,3차 의료로 구분된다면, 그에 앞서 0차의료에 관심을 가지라고 저자는 말한다. 0차의료는 병원에 가기 전, 평소 자신의 생활습관을 점검하고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자신의 건강과 관련된 나쁜습관들을 버리라는 의미였다. 구체적으로 말해, 우리는 운동이 건강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알면서도 운동의 중요성에대해 그렇게 큰 자각을 하고 있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저자는 바로 이런 부분에서부터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운동만 규칙적으로 해도 우리 몸에 병이 나타날 가능성은 상당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동양과 서양의학이 중첩되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저자가 '정형외과 전문의'라는 점, 그리고 인도의 고대의학인 '아유르베다'를 공부하였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리고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저자가 직접 출판사를 만들어서 책을 출간했다는 것이다.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을 꺼려했기에 저자가 출판사를 직접 만들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엔 책을 빌려 읽다가 다 읽고 난뒤 몇 권을 직접 구매했다.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의료사회에서 소신껏 자신의 생각을 책으로 엮어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사회적 가치를 위해 최선을 다해주신 저자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얼마 전 저자가 한 신문에 기고한 칼럼을 보았다.
가난이 다행인 까닭은 돈이 없기 때문에 병원 문턱을 넘었다가도 엄청난 액수에 놀라 마루타 되기를 그만 포기하고 돌아선다는 것.~~소외된 계층이야말로 과잉진료 위험에서 가장 안심할 수 있는 계층이 되어버렸다. 시대의 아이러니다.~~


====================
<본문 발췌>


p118
~이상적으로 말하자면, 심폐지구력, 근력, 근지구력, 유연성, 민첩성, 순발력, 평형력 등등 여러측면에서 체력을 골고루 향상시켜서 균형잡힌 몸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 중에서 가장 주축이 되는 두 가지를 들자면, '심폐지구력'과 '근력'이다. 한 가지를 더 든다면 '유연성'이다.~
~예를 들어, 걷기와 조깅, 수영 등은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으로 심폐지구력 향상에 좋다. 웨이트 운동은 특정 근육군의 근력 향상에 좋다. 요가와 재즈댄스 등은 주로 유연성에 좋다. 하지만, 어떤 운동이든 그 속에는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동하고 있으므로 한 가지만 떼어 말하기는 힘들다.~


pp141-143
~센 치료와 연한 치료

장뢰는 북송시대의 문인으로, 작품 중에 국가를 통치하는 수단을 의사가 환자의 병을 고치는 것에 비유한 <약계>藥戒 라는 글을 남겼다.~

~이렇게 볼 것 같으면 곧 당신의 속병은 한 번 완쾌될 때마다 당신의 화기는 한 번 손상을 받았던 것이오. 한 달이 다 가기도 전에 다섯 번이나 완쾌시켰다면 곧 당신의 화평한 기운은 이미 없어져 버리지 않았겠소. 그리고 약을 지어주면서 말하였다. "이것을 복용하면 석 달 만에 병이 약간 덜해지고, 또 석 달이 지나면 약간 편안해지고, 이 해가 다 갈 무렵이면 원상태로 회복될 것이오. 그러니 약을 마시는데 있어서 너무 자주 마셔도 안 되는 것이오." 손님은 돌아가 의원의 말대로 실행하였다. 그런데 처음에는 사람이 답답하게 느끼도록 효과가 더디어 세 번 약을 먹으면 세 번 모두 병이 제 자리로 되돌아가는 듯 하였다. 그러나, 하루에는 병이 고쳐지는 효과가 보이지 않는 듯 하였는데, 대략 한 달 만에 보면 달라지고 한 철을 두고 보면 전혀 다르게 나아가서, 한 해가 끝날 무렵에는 병이 완쾌되었다. 천하의 이치는, 자기 마음에 당장에 매우 상쾌함을 주는 것들이란 종말에 가서는 반드시 그를 손상케 하는 것이니, 종말에 가서 손상 받기를 바란다면 곧 처음부터 자기 마음을 급히 상쾌하게 할 것을 바라지 말아야만 할 것이오.('약계' 인용부분)
@@@(저자 김현정曰)병이 쌓여 온 시간이 길다면, 낫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는 것이 자연스런 해법이다. 약을 적절히 쓰는 것이 나쁜 게 아니라 세게 자주 쓰는 것이 경계할 일이다.

p154
~몰입은 한번에 하나씩 할 때 가능하다. 인터넷 보면서, 전화 하면서, 밥 먹으면서, '하면서 하면서'와 같은 동시 다발적 멀티태스킹은 결국 사람의 정신을 분열시키고 말 것이다.~

p155
~느리게 산다는 데에는 '친환경'인 삶과 겹치는 부분도 있다.~
~스스로 요리하고 청소하고, 몇 가지 채소를 직접 가꾸고, 혹은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고.. 꿈 같은 얘기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기에는 우리는 인생의 너무나 많은 시간을 생업에 헌신하고 있다. 일터에서 과로와 스트레스로 녹초가 되어 왔는데 무엇을 느리게 살 수 있다는 말인가.~

p156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선순환으로 돌아설 수 있다.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열쇠는 삶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그렇게 자연의 순환에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생활 리듬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시장에서 불필요한 물건과 서비스를 살수 있는 자유를 획득하기 위해, 삶의 자유를 볼모 삼아 일터에서 죽도록 일한다.~덜 벌더라도 덜 소비하는 구조로, 작게 생산하고 적게 쓰는 생활방식으로 가면 해결된다.~

p157
@~여유가 필요하다. 여유는 저절로 주어지는 자투리 시간이 아니라, 내가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생기는 것이다. 시간이 날 때까지 기다려서는 진정 원하는 것을 영영 못한다. 다른 것 접고 일부러 시간을 만들어야 그것을 할 수 있다.~

p159
~인터넷은 지식세계의 판도를 바꾸었다. 수많은 전문지식이 인터넷상에 개방되어 있고 새로운 지식이 지구촌 곳곳에서 매일 업데이트되고 있다.~

p161
~집을 떠받치고 있는 여러 기둥 중에서도 네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 첫째는 '마음', 둘째는 '식이와 섭생', 셋째는 '운동', 넷째는 '환경'이다. 그리고 부수적으로 '의료'라는 울타리가 있다. 각각에는 우리들이 스스로 가꾸어 나아갈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1)마음: 마음을 담대하고 쾌활하게 다스린다.
2)식이와 섭생: 음식을 깨끗하게, 적당량, 골고루,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섭취한다.
3)운동: 자신을 서서히 좀먹어가는 '편리함'에서부터 의도적으로 벗어나 몸을 움직인다.
4)환경: 공기와 토양과 물을 깨끗하게 보존한다.
5)의료: 인공적이고 과격하고 파괴적인 치료법은 경계한다.
이런 노력들이 모여서 진정한 몸과 마음의 건강에 도달할 수 있다. 우리의 실천으로 나타나는 변화들은 우리에게 근거있는 자신감을 줄 것이며, 다음 단계로 지속해 나아갈 수 있는 소신이 될 것이다. 자신의 건강 행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자.

pp167-168
해왕성의 새로운 위성은 발견해 내지만 자기가 지금 어떤 악당의 위성 노릇을 하고 있는지는 깨닫지 못한다. 한 방울의 식초 안에 있는 괴균들은 연구하면서 자기의 주위에서 우글거리는 괴물들에게 자신이 잡혀먹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헨리 데이빗 쏘로우<월든>1854~~
~쏘로우의 지적대로 우리는 자신의 행동이 지금 어떤 악당들의 위성 노릇 혹은 앞잡이 역할에 충실하고 있는 것인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의료 소비는 다른 소비 분야보다 좀더 특수하다. 우리 몸을 담보로 하기 때문이다.~
~ '최신지견'이라는 말에 혹하지 말자. 서점가의 신간서적과 같은 것이다. 잠깐의 베스트셀러처럼 어느 날 사라질지 모르는 일이다. @@@우리는 신간과 베스트 셀러가 아니라, 고전과 스태디셀러를 더 신임해야 할 것이다.~

p169
@@@~대중은 불안에 쉽게 동요하고 부추겨지기 쉬운 집단이라고 생각해서일까? 돈이 될만하다고 판단한 자본가들과 사업가들이 의료시장에 몰려 들고 있다.~

p170
~최근의 '의료 비즈니스 혁신 모델'에는 기본 전제에 치명적 결함이 있다. '환자'라는 요소를 '싼 가격'과 '편리함'만을 쫓는 수동적 존재로 다루고 있다. 의료추체이어야 하는 '우리' 즉, 환자 자신의 영향력 고려나 배려를 도무지 찾아 볼 수 없다.~
~의과대학에 들어갔다고 떠들썩했던 그 숱한 수재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나? 역시 불안에 떨며 돈벌이에 골몰하고 있거나 혹은 어느 악당의 위성 노릇을 열심히 하고 있나? 환자-의사 관계는 의료의 진정성을 수호할 우리의 마지막 보루다. 의사들은 스스로 자정하고, 잃어가는 신뢰와 공감을 회복해야 한다. 환자들에게 건전하고 올바른 지침을 알려주고 독려하고 함께 움직여야 한다.~

p180
~각자 태도의 문제다.~

p181
~내 대답도 양복장이와 같다. 이틀이다. 하지만, 일주일을 선택한 사람들의 의견도 존중한다. 다채로움은 우리의 힘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는 데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힘이다. 여러 과즙이 섞여 환상적인 맛을 내는 하와이언펀치다.~

p186
내적인 힘
@@@이 책을 쓴 목적은 우리 자신의 힘을 일깨우기 위해서이다. 정책이 바뀌고, 시스템이 달라지고, 사회의 거시적 틀이 때로는 개개인에게 폭력적인 잣대를 들이댄다고 하더라도, @변함없이 우리 각자에겐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오늘 내가 어떻게 살 것인지, 어떤 태도를 견지하며 어떤 선택과 실천을 할 것인지, 내 생명력을 어떻게 보존하고 키우고 가꿀 것인지, 이 책은 의료생활에 있어서의 그것을 얘기하고자 했다.

창해일성소滄海一聲笑: 푸른 바다를 보며 한바탕 웃다
@@@불안이 장려되고 편리가 유혹하는 시대를 항해하는 데에 '소신'은 필수요소다. 흔들릴지언정 불빛을 잃지 않는 소신을 지니기를, 그리고 그 소신이라는 방향타를 잡는 데에 이 책이 작지만 한 보탬이 되길 바란다. 그다지 친절하지도 매끈하지도 않은 풀어냄이지만 이 속에서 줄기차게 펼쳐지는 오히려 치밀한 아르페지오를 들어내시기를. @자, 이젠 여러분의 활달한 지성이 움직일 시간이다.

===================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