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자랑
-신현림-
백년 전의 조선엔
아들 낳은 여인이 유방을 내보이는
특이한 풍속이 있었다
무명 치마저고리 사이에
여인의 유방이 두 개의 노을처럼 달렸지
여인의 유방은 혁명의 깃발처럼 펄럭이고
여인의 유방에서 위풍당당한 행진곡이 흘러나오고
사방팔방 강가에 조선의 모유가 흘러넘치지
백년. 다시 백년 후의 조국엔
딸을 낳은 여인도 유방을 드러내놓고
남태평양처럼 화통방통하게 웃는
마땅한 일상사가 이어지것다
허허벌판에서 두 개의 우주를 털렁이며
어화어화 내 사랑
어화둥둥 내 딸년
그 딸년들을 위해 인디언 추장처럼 춤추는
나, 신현림과 내 딸의 딸들이 있을 것이다
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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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림'을 검색하고 나서야 여자 시인임을 알았다. 워낙 이름이 남자 이름이라 잘못된 상상을 하고 있었다. 어쩌면 이름에 대한 고정관념속에 내가 빠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신현림씨는 대학에서 사진에 대해 공부했을 정도로 사진에도 조예가 깊다고 한다. '아들자랑'이라는 이 시 도입부에도 여자의 유방을 저고리 사이로 내민 여인의 사진이 실려있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이라는 개념이 강했고 그러다보니 여성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 시에서 어렴풋이 여성들을 향해 무어라 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수면 위로 드러나진 않은 듯하지만, 여성들의 권리와 의무가 점점 커지고 있음을 느낀다.
이젠 남자들이 집안 일과 육아에 신경쓸 시대가 오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이미 와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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