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2-22

book 아웃라이어 OUTLIERS -말콤 글래드웰 지음





타인의 성공을 바라볼 때, 일반적인 사람들은 대부분 '눈에 보이는 것들'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물론 가시적 원인들이 그 사람의 성공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건, 어쩌면 비가시적요인(Not See)들에 의한 게 아닐까? 즉, 나의 노력이나 여러 제반상황도 중요하지만, (내 의도와는 상관없는)내가 태어난 시대, 내가 태어난 장소, 그리고 내가 사회로부터 받게된 여러 기회들이 더 중요한 게 아닐까? 이 책은 이 점에 대해서 독자에게 더욱 심도있는 고민 주제들을 던져주고 있다. 흔히 사회적 기준에서 성공을 거머쥔 사람들의 보이지 않았던 본질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책에서 스티브잡스Steve Job의 성공에 대해 언급된다. 잡스는 운 좋게도 초기 IT가 활황을 시작하려던 시기에 태어났으며, 잡스가 살던 동네는 HP(휴렛패커드)직원들이 살던 동네라 어릴적부터 컴퓨터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그리고 (잡스의 자서전을 읽어보면) 잡스는 비록 입양(adoption)이 되었고, 젊은 시절에 가난한 삶을 살았지만, 그를 입양한 부모는 잡스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주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입양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아이가 어떤 부모에게서 어떤 감정적 교류를 하며(물론 친부모로부터 양육되는 게 가장 좋을 것이다)살아왔는지가 아이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이다. 잡스는 자신이 입양되었다는 출생의 고민 때문에 선불교에 관심을 가진 것 같다. 입양되었다는 사실이 스티브잡스에게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긍정적 요인도 함께 내포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스티브 잡스는 선불교에 심취한 덕분에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서 혁신적인 창조물들을 만들어 냈을 것이라 추측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보고싶은 것만 보려하는지도 모른다. "현실을 냉정히 직시해야 희망도 품을 수 있습니다" 언젠가 누가 했던 말이 여전히 뇌리를 스친다. 학창시절, 돈이 없어서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비교해 보자. 절대적 관점이 아니라 상대적 관점에서 말이다. 두 경우의 변수가 경제적인 부분뿐이라면 냉정히 말해 누가 더 사회적 기준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을까?......

 현실을 먼저 직시해야 미래에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대략 예측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최선을 다해보자'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게 아닐까? 무턱댄 긍정은 독약일 수도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미래라는 건 정말 예측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여전히 희망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현실이 그토록 냉혹할지라도 작은희망을 품고 미래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인간의 열정이 더욱 중요하다.

냉정히 현실을 직시할 수 있을 때, 진정 희망과 열정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2014-02-21

시_ 내꺼 -김선우

내꺼

                                 -김선우- 


젊은 여자 개그맨이 TV에서 연애시절 받은 편지를 읽는다 
편지는 이렇게 끝난다 '니꺼가' 
세 음절의 그 말을 힘주어 읽은 후 어깨를 편다 젊은 남자 가수가 
노래를 한다 밥을 먹다가 나는 숟가락을 입에 문 채 멍해진다 
'내꺼 중에 최고'가 노래 제목이다 내꺼 중에 최고…... 

보채는 당신에게 나는 끝내 이 말을 해주지 않는다
'누구꺼? 당신꺼 내꺼' 
이 모든 소유격에 숨어 있는 마음의 그림자 노동, 
그게 싫어, 라고 말하려다 관둔다 내가 좀더 현명하다면 
'당신꺼'라고 편안히 말해줄 수도 있을 텐데 여인을 업어 
강을 건네준 후 여인을 잊어버린 구도자의 자유자재처럼 
모두에게 속하고 어디에도 영원히 속할 수 없는 말이야 
천만번 못 하겠는가 내 마음이 당신을 이리 사랑하는데 
그런데도 나는 '당신꺼'라고 말하지 않는다 
햇살을 곰곰이 빗기면서 매일 다시 생각해도 
당신이 어떻게 내 것인가 햇살이 공기가 대지가 어떻게, 
내 것이 아닌 당신을 나는 오늘도 다만 사랑한다…... 



-출처: 시집<나의 무한한 혁명에게>(창비,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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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누군가 혼인을 앞두고 1+1=1이라는 글을 올린 걸 보고 마음이 무거웠던 기억이 있다. '왜 1인가? 2또는 그 이외의 숫자가 나와야하는 거 아닌가?'

물론 사람마다의 관점은 다르니 이해할 수는 있겠지만, 개인적으론 많은 고민을 했던 기억이난다.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을 소유하고 싶지만, 그 욕구를 내려놓고 사랑하는 사람을 자유롭게 해주려는 노력"이라고 어느 누군가했던 말이 떠오른다.


book 뇌력혁명 -이시형 지음





몸은 육체가 피로하면 자연스럽게 휴식을 통해 피로를 회복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인간의 뇌는 조금씩 쌓여가는 피로를 쉽게 알아채지 못한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알았다. 뇌에 피로가 쌓이고 쌓여 어느 순간 큰 덩어리를 이루게 되면 인간의 몸에 치명적인 질병들을 야기 시킨다는 게 저자의 생각인 듯했다.

옛날이라면 독기를 뿜으며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하는 학생에게 감동과 찬사를 보냈었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꼭 맞다고만 할 수 있을까?라며 저자는 의문을 갖는다. 왜냐하면 지나치게 억지로 참으며 무언가를 하게되면 뇌에 엄청난 피로가 누적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즐기면서 적당히 열심히 하는 게 좋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내 생각에 "즐긴다"가 핵심단어였다. 사회가 만든 구조에서 줄서기위한 스펙 쌓기가 아니라 나 개인의 재능을 고려해서 뭔가에 열정을 뿜으라는 의미로 해석했다. "즐긴다"라는 의미는 지나치게 신피질의 영역인 이성적 생각만이 아니라 구피질에 해당하는 인간의 본성이자 감성적인 부분을 중요시 해야한다는 의미였다.

다니엘 핑크의  책<<새로운 미래가 온다>>에서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다(저자도 다니엘 핑크의 '새로운 미래가 온다'를 인용함). '과거가 지식노동자에 의한 이성적 사고를 필요로하는 좌뇌에 집중된 시대였다면, 이제 통섭과 감정적 영역인 우뇌에 관심을 가져야할 미래가 온다'...지난 시간 그만큼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과 본능을 돌보지 못하고 이성에만 치우쳐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겼게 살아왔다는 의미 아닐까?

이 책에서도 여전히 "마음"에 대한 부분을 중요시한다. 긍정적인 마음을 내는 게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부분에서부터 대부분의 우리는 의문을 갖게 된다. 그럼 어떻게 긍정적인 마음을 낼 것인가?...여기서 각 개인의 다양한 노력들이 필요한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에 그 노력의 시발점은 각 개인의 어릴적 환경으로 회귀해야할 것이라 생각한다. 더 정확히 말해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때부터 시작되어야할 것 같다. 어머니가 임신했을 때 어떤 마음 상태였는지, 그리고 세상에 태어나서 3년 정도가 될 때까지 어떤 가정환경에서 지냈는지를 살펴봐야 할것 같다. 기억에 별로 남아있지 않은 어린시절의 환경이 인간의 무의식과 감정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사람마다의 반응은 각기 다르다. 좋지 않은 상황이어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마음가짐. 단순히 '긍정적으로 생각해야겠다'라는 무턱댄 믿음이 긍정의 세계로 이끌까? 내 생각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보다 먼저 내가 왜 그 상황을 그렇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이치를 알아야 할 것 같다. 그런 다음에서야 비로소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순서가 전개되야지 않을까? 지금은 이성으로 어릴적 아픔을 가둬둘 수 있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언젠가 몸 상태가 안 좋아 무의식이 수면위로 드러나게 될 때...그 때는 예측할 수 없는 폭풍이 몰아칠 가능성이 클지도 모른다. 더욱이 대한민국은 '압축성장'의 긍정적 측면 뒤에 숨어있는 부정적인 결과물들이 많은 것 같다. 바쁘게만 살다보니 정작 자신의 마음을 돌볼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그 부정적 결과물들이 지금 서서히 수면 위에 드러나고 있는 모습을 볼 때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금방 해결되진 않을 것이다.
시간이 필요하다. 더 급박한 건 아직 우린 그 문제의 본질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이미 출발선이 다른데, 그걸 인식하지 못하고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무작정 열심히만 산다는 것...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으니 어쩌면 제대로 출발조차 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사회가 정치가 그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니 개인 각자의 노력과 실천이 필요하다.


movie_ KINSEY 킨제이 보고서





인간 개개인이 다양하게 느끼는 성적 욕망, 그리고 그 욕망과 사회적 규제와의 끊임없는 충돌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 인간의 역사에서 '탐욕'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그 탐욕이라는 것을 진지하게 대면해야할 필요가 있다. 탐욕을 시기 적절하게 조절하지 못하면 긍정적이지 않은 결과들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아직은 성sex에 대해서 나도 잘은 모르겠다. 하지만 인간에게 있어 성sex이 하나의 중요한 요소로 존재하고 있다는 점. 그래서 그것들에 대해 알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성의 역사를 통해서 삶의 지혜를 얻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개인적인 생각에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섹스는 지양하는 게 좋다고 본다. 정신적, 육체적 사랑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서로에게 긍정적일 것 같다. 물론, 각 개인들의 가치관에 반기를 들고 싶은 생각은 없다. 전적으로 내 생각일 뿐이다. 섹스는 진정한 사랑이라는 영역에서 필요한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진정한 사랑에서 섹스 이외에도 필요한 것들에 대해 찾아봐야하지 않을지...

섹스라는 주제를 이제는 서로 농담의 영역에서 다뤄야 할 것이 아니라, 서로가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소통하면서 배우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지...일단은 건강한 성문화가 정착되고 이를 바탕으로 긍정적인 성sex이 여러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


시_ 상한 영혼을 위하여 -고정희

상한 영혼을 위하여

                       -고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거리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 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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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지를 묻는 느낌이 들었다. 현실에만 초점을 맞출 것인가 아니면 소수의 선택일 수 있지만, 이상을 꿈꾸며 상상의 나래를 펼칠 것인가? 어쩌면 나는 후자가 아닐지 생각해봤다. 그래도 이뤄질 수 없는 세상일 수 있지만, 생각이라도 가지고 있는 게 어쩌면 더 중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그리고 직면하는 것에 대해서도 나를 일깨우는 것 같았다.



book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1권_2권 -박경철 지음






시골의사라는 필명이 우리사회에 큰 이슈로 대두되었던 이유는 그의 주식투자가 소위 말하는 대박을 터뜨리면서였다. 대부분 이런 경력이 인정되면 투자서를 먼저 출간하여 자신의 유명세를 더욱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할텐데, 그는 어찌된 일인지 자신이 의사로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한 책을 먼저 출간했다. 이 점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왜 그는 지금 나보다 더 힘들어 하는 사람을 생각하고, 그들과 공존하라고 말하는 것일까?'였다. 저자는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책에서 어려운 기호를 써가며 여러 사람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저자의 이야기 속에 숨겨진 의미들을 이해하기가 참으로 어려웠다.

이 책의 2권에서 저자는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라고 말하면서 이 책에 나와있는 사연들에 대해 "~당신은 참 특이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군.~" 이나 "~그거 진짜 실화야? 이야기가 너무 기구하잖아.~"라면서 오독(誤讀)하지 않기를 당부하고 있었다.

나보다 불행한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리는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일까? 상대적 불행을 통한 우월감을 느끼며 자신을 위로하는 것은 아닐까? 결국 이런 생각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과 나 사이에 보이지 않는 유리막을 설치하는 것은 아닐까? "~남의 이야기는 본 대로 들은 대로 담담하게 이야기 할 수 있지만, 막상 그것이 내 이야기라면 입장은 달라진다.~" 라고 저자가 한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는 아마도 책 속에 나와 있는 사람들을 통해 우리가 상대적 관점에서 '내가 그나마 낫다'라는 안도감을 느낄 게 아니라, '어쩌면 저것이 내 인생이 될 수도 있겠다.'라는 깨우침을 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지 생각했다. 또한 지금 자신들의 경험들이 이야기 형식으로 아름다운 미사여구들을 걸치게 되면 그 또한 대중의 이목을 끌게되는 이야기로 재탄생될 수 있음을 넌지시 이야기해주는 것 같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많은 눈물을 흘렸다. 어떤 경우에는 눈물이 하염없이 계속 나와 나 자신을 어찌할 수 없을 경우도 있었다. 이 책을 꼭 읽을 필요는 없다. 이런 류의 책은 어디에나 있으니깐. 중요한 건 이 책을 읽는 독자의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 책을 읽지 않더라도 이미 자신의 삶 자체가 이 책에서 말하는 이야기의 주인공일 수도 있다.

이 책의 후기를 정성들여 남기는 이유도 어쩌면 나 자신의 기억을 더욱 강화시켜 행동에 옮기기 위한 암묵적 강제가 담겨있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을 돕는다는 말은 아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고 싶다는 의미이다. 모든 사람들을 사랑할 정도의 자비심과 사랑을 나는 아직은 가지고 있지 못하다. 아직은...


2014-02-20

book 철학vs철학 -강신주 지음





철학에 입문하려는 분들에게 큰 숲을 볼 수 있게 안내해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대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물론, 대학생이 아니라도 철학에 입문하시는 분들께는 적극 추천한다. 동양과 서양의 여러 중요한 철학자들의 생각을 한 권의 책에 담으려다보니 책이 좀 두껍고 값이 나가긴 하지만, 저자의 노고에 비하면 책의 두께와 가격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자리를 빌어 저자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나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은 철학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위압감을 느끼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평소 나름 고민하는 습관이 형성된 분들이라면 그 고민거리들이 파편화되어 분산되지 않고, 잘 엮이게 하기 위해서라도 철학을 공부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이는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깊게 깨달은 사실이다. 혼자서 고민만 하는 것으로는 분명 한계점이 있다. 이게 위험할 수도 있는 것은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의 생각이 타인 그리고 더 넓게는 사회와 소통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상당히 정성들여 읽었다. 처음엔 몇가지 주제들만 발췌하여 읽으려고 마음 먹었지만, 읽으면서 고민을 거듭하는 과정 속에서 이 책의 내용 하나하나가 모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각의 주제들이 내가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모두 필요한 것들이었다. 그러니 이 책을 읽기로 마음 먹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가급적 모든 내용을 천천히 읽어보시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있다.

각자의 상황이 있겠지만, 이 책을 빠르게 읽을 책은 아닌 듯하다. 저자도 "~빠르게 읽지말고 천천히 생각하면서 읽으세요~"라고 책에서 언급했다. 그런 점에서보면 책 두께에 압박감을 느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에 이 책도 전자책으로 나오면 어떨까 생각을 해봤다. 책이 너무 두꺼워 출퇴근 시간에 읽기는 좀 곤란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이 책의 구성이 한 주제당 15페이지 정도의 분량으로 나뉘어져 2명의 철학자의 생각들을 서술하는 방식을 택했으니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어디서든 읽기 위해서는 전자책으로 출간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이 책 나름의 매력은, 각 챕터가 끝나면 마지막 한페이지에 두 철학자의 생각을 정리했다는 점이다. 내 경우에는 먼저 마지막장을 읽고 본문을 읽고 다시 마지막장을 읽었다. 그러면 한결 이해하기가 쉬웠다. 나름 고민은 하는데, 고민의 깊이가 깊지 못하여 분산되는 느낌이 들고, 내가 생각은 하는데 뭔가 갈피가 잡히지 않아 혼란스러워하시는 분들에게 이 책이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지금의 시점에서 정말 큰 의미를 던져주는 책인 것 같다. 사람들이 너무 빠르게 움직이는 지금...생각할 시간이 없어지게 되고, 그러면서 '인본'이 사라지고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삶의 고민들로 고군분투하시는 모든 분들께 강력히 추천한다. 해답을 제공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 여정에서 충분히 보상을 받을 것이다. 이 책 덕분에 철학이 내게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철학에 대한 흥미를 갖게됐다.

다시 한 번 저자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시_ 아들자랑 -신현림

아들자랑

              -신현림-


백년 전의 조선엔
아들 낳은 여인이 유방을 내보이는
특이한 풍속이 있었다
무명 치마저고리 사이에
여인의 유방이 두 개의 노을처럼 달렸지
여인의 유방은 혁명의 깃발처럼 펄럭이고
여인의 유방에서 위풍당당한 행진곡이 흘러나오고
사방팔방 강가에 조선의 모유가 흘러넘치지

백년. 다시 백년 후의 조국엔
딸을 낳은 여인도 유방을 드러내놓고
남태평양처럼 화통방통하게 웃는
마땅한 일상사가 이어지것다
허허벌판에서 두 개의 우주를 털렁이며
어화어화 내 사랑
어화둥둥 내 딸년
그 딸년들을 위해 인디언 추장처럼 춤추는
나, 신현림과 내 딸의 딸들이 있을 것이다
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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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림'을 검색하고 나서야 여자 시인임을 알았다. 워낙 이름이 남자 이름이라 잘못된 상상을 하고 있었다. 어쩌면 이름에 대한 고정관념속에 내가 빠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신현림씨는 대학에서 사진에 대해 공부했을 정도로 사진에도 조예가 깊다고 한다. '아들자랑'이라는 이 시 도입부에도 여자의 유방을 저고리 사이로 내민 여인의 사진이 실려있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이라는 개념이 강했고 그러다보니 여성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 시에서 어렴풋이 여성들을 향해 무어라 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수면 위로 드러나진 않은 듯하지만, 여성들의 권리와 의무가 점점 커지고 있음을 느낀다.

이젠 남자들이 집안 일과 육아에 신경쓸 시대가 오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이미 와있는지도 모른다.


book 의사는 수술 받지 않는다 -김현정 지음





마음 그리고 0차 의료

나는 몸이 아플 경우,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병원을 찾지 않는다. 더욱이 약을 먹는 것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자제하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내 몸의 자연치유력에 의지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의료시스템이 발전하면서 분명 인간에게 이로운 점들이 많이 생겨난 건 사실이지만, 그와 동시에 부정적인 측면들도 생겨났다. 특히나 여기에 자본주의가 들어오면서 그 부정적인 측면들은 더욱 증폭되는 경향이 많은 듯하다. 책의 도입부분에 저자의 은사님과 관련된 사례가 소개된다. 은사님께서 전립선암에 걸리셨는데, 은사님은 수술을 받지 않으시고 생활하셨다는 내용이었다. 은사님이 의사로서 여러 사람들이 전립선암으로 수술을 받고 어떤 경과를 거치는지를 이미 옆에서 지켜본 은사님은 수술을 하지 않기로 하신 것 같다고 저자는 말했다. 그래서 책 제목이 '의사는 수술 받지 않는다'였나보다. 그렇다하여 의사들이 수술을 아예 안 받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해두었으면 한다. 꼭 필요한 경우엔 의사도 수술을 받는다고 저자는 말했다. 꼭 필요한 경우에만...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병의 호전 속도에 영향을 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무턴댄 긍정이 아니라, 현재 자신의 상태를 냉정히 판단하면서도 "밝은 마음"을 내는 게 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평소에도 많이 듣는 말이다. 저자는 이런 관념에 빠지기 쉬운 마음이라는 영역에 대해서 책을 통해 더욱 구체적으로 말해주고 있었다."치료는 의사가 하지만, 치유는 환자가 한다"라는 말을 통해 저자는 의사의 치료에 앞서 환자 본인이 '치유'되려는 굳은 의지가 선행돼야한다고 말했다. 결국 환자가 스스로 일어서려는 의지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이렇게 인간에게 중요한 마음mind이란 영역에 불안을 조성하여 의료시장에서 자본주의시스템을 깊게 뿌리박으려는 어느 누군가에 대해 저자는 조심스럽게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으므로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으려고 한다. 책을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저자는 의료시장의 여러 매커니즘을 이해하게 되면 한 개인이 거대한 의료시장에서 주체적으로 의료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의료서비스의 선택'이란 영역을 각 개인의 다양한 가치관으로 존중하고 있다. 다만, 그 선택의 과정에서 사람들이 제대로 알고 선택하기를 바라고 있다.

병원에 가는 것이 대략 1,2,3차 의료로 구분된다면, 그에 앞서 0차의료에 관심을 가지라고 저자는 말한다. 0차의료는 병원에 가기 전, 평소 자신의 생활습관을 점검하고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자신의 건강과 관련된 나쁜습관들을 버리라는 의미였다. 구체적으로 말해, 우리는 운동이 건강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알면서도 운동의 중요성에대해 그렇게 큰 자각을 하고 있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저자는 바로 이런 부분에서부터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운동만 규칙적으로 해도 우리 몸에 병이 나타날 가능성은 상당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동양과 서양의학이 중첩되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저자가 '정형외과 전문의'라는 점, 그리고 인도의 고대의학인 '아유르베다'를 공부하였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리고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저자가 직접 출판사를 만들어서 책을 출간했다는 것이다.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을 꺼려했기에 저자가 출판사를 직접 만들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엔 책을 빌려 읽다가 다 읽고 난뒤 몇 권을 직접 구매했다.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의료사회에서 소신껏 자신의 생각을 책으로 엮어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사회적 가치를 위해 최선을 다해주신 저자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얼마 전 저자가 한 신문에 기고한 칼럼을 보았다.
가난이 다행인 까닭은 돈이 없기 때문에 병원 문턱을 넘었다가도 엄청난 액수에 놀라 마루타 되기를 그만 포기하고 돌아선다는 것.~~소외된 계층이야말로 과잉진료 위험에서 가장 안심할 수 있는 계층이 되어버렸다. 시대의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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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발췌>


p118
~이상적으로 말하자면, 심폐지구력, 근력, 근지구력, 유연성, 민첩성, 순발력, 평형력 등등 여러측면에서 체력을 골고루 향상시켜서 균형잡힌 몸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 중에서 가장 주축이 되는 두 가지를 들자면, '심폐지구력'과 '근력'이다. 한 가지를 더 든다면 '유연성'이다.~
~예를 들어, 걷기와 조깅, 수영 등은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으로 심폐지구력 향상에 좋다. 웨이트 운동은 특정 근육군의 근력 향상에 좋다. 요가와 재즈댄스 등은 주로 유연성에 좋다. 하지만, 어떤 운동이든 그 속에는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동하고 있으므로 한 가지만 떼어 말하기는 힘들다.~


pp141-143
~센 치료와 연한 치료

장뢰는 북송시대의 문인으로, 작품 중에 국가를 통치하는 수단을 의사가 환자의 병을 고치는 것에 비유한 <약계>藥戒 라는 글을 남겼다.~

~이렇게 볼 것 같으면 곧 당신의 속병은 한 번 완쾌될 때마다 당신의 화기는 한 번 손상을 받았던 것이오. 한 달이 다 가기도 전에 다섯 번이나 완쾌시켰다면 곧 당신의 화평한 기운은 이미 없어져 버리지 않았겠소. 그리고 약을 지어주면서 말하였다. "이것을 복용하면 석 달 만에 병이 약간 덜해지고, 또 석 달이 지나면 약간 편안해지고, 이 해가 다 갈 무렵이면 원상태로 회복될 것이오. 그러니 약을 마시는데 있어서 너무 자주 마셔도 안 되는 것이오." 손님은 돌아가 의원의 말대로 실행하였다. 그런데 처음에는 사람이 답답하게 느끼도록 효과가 더디어 세 번 약을 먹으면 세 번 모두 병이 제 자리로 되돌아가는 듯 하였다. 그러나, 하루에는 병이 고쳐지는 효과가 보이지 않는 듯 하였는데, 대략 한 달 만에 보면 달라지고 한 철을 두고 보면 전혀 다르게 나아가서, 한 해가 끝날 무렵에는 병이 완쾌되었다. 천하의 이치는, 자기 마음에 당장에 매우 상쾌함을 주는 것들이란 종말에 가서는 반드시 그를 손상케 하는 것이니, 종말에 가서 손상 받기를 바란다면 곧 처음부터 자기 마음을 급히 상쾌하게 할 것을 바라지 말아야만 할 것이오.('약계' 인용부분)
@@@(저자 김현정曰)병이 쌓여 온 시간이 길다면, 낫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는 것이 자연스런 해법이다. 약을 적절히 쓰는 것이 나쁜 게 아니라 세게 자주 쓰는 것이 경계할 일이다.

p154
~몰입은 한번에 하나씩 할 때 가능하다. 인터넷 보면서, 전화 하면서, 밥 먹으면서, '하면서 하면서'와 같은 동시 다발적 멀티태스킹은 결국 사람의 정신을 분열시키고 말 것이다.~

p155
~느리게 산다는 데에는 '친환경'인 삶과 겹치는 부분도 있다.~
~스스로 요리하고 청소하고, 몇 가지 채소를 직접 가꾸고, 혹은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고.. 꿈 같은 얘기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기에는 우리는 인생의 너무나 많은 시간을 생업에 헌신하고 있다. 일터에서 과로와 스트레스로 녹초가 되어 왔는데 무엇을 느리게 살 수 있다는 말인가.~

p156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선순환으로 돌아설 수 있다.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열쇠는 삶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그렇게 자연의 순환에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생활 리듬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시장에서 불필요한 물건과 서비스를 살수 있는 자유를 획득하기 위해, 삶의 자유를 볼모 삼아 일터에서 죽도록 일한다.~덜 벌더라도 덜 소비하는 구조로, 작게 생산하고 적게 쓰는 생활방식으로 가면 해결된다.~

p157
@~여유가 필요하다. 여유는 저절로 주어지는 자투리 시간이 아니라, 내가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생기는 것이다. 시간이 날 때까지 기다려서는 진정 원하는 것을 영영 못한다. 다른 것 접고 일부러 시간을 만들어야 그것을 할 수 있다.~

p159
~인터넷은 지식세계의 판도를 바꾸었다. 수많은 전문지식이 인터넷상에 개방되어 있고 새로운 지식이 지구촌 곳곳에서 매일 업데이트되고 있다.~

p161
~집을 떠받치고 있는 여러 기둥 중에서도 네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 첫째는 '마음', 둘째는 '식이와 섭생', 셋째는 '운동', 넷째는 '환경'이다. 그리고 부수적으로 '의료'라는 울타리가 있다. 각각에는 우리들이 스스로 가꾸어 나아갈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1)마음: 마음을 담대하고 쾌활하게 다스린다.
2)식이와 섭생: 음식을 깨끗하게, 적당량, 골고루,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섭취한다.
3)운동: 자신을 서서히 좀먹어가는 '편리함'에서부터 의도적으로 벗어나 몸을 움직인다.
4)환경: 공기와 토양과 물을 깨끗하게 보존한다.
5)의료: 인공적이고 과격하고 파괴적인 치료법은 경계한다.
이런 노력들이 모여서 진정한 몸과 마음의 건강에 도달할 수 있다. 우리의 실천으로 나타나는 변화들은 우리에게 근거있는 자신감을 줄 것이며, 다음 단계로 지속해 나아갈 수 있는 소신이 될 것이다. 자신의 건강 행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자.

pp167-168
해왕성의 새로운 위성은 발견해 내지만 자기가 지금 어떤 악당의 위성 노릇을 하고 있는지는 깨닫지 못한다. 한 방울의 식초 안에 있는 괴균들은 연구하면서 자기의 주위에서 우글거리는 괴물들에게 자신이 잡혀먹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헨리 데이빗 쏘로우<월든>1854~~
~쏘로우의 지적대로 우리는 자신의 행동이 지금 어떤 악당들의 위성 노릇 혹은 앞잡이 역할에 충실하고 있는 것인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의료 소비는 다른 소비 분야보다 좀더 특수하다. 우리 몸을 담보로 하기 때문이다.~
~ '최신지견'이라는 말에 혹하지 말자. 서점가의 신간서적과 같은 것이다. 잠깐의 베스트셀러처럼 어느 날 사라질지 모르는 일이다. @@@우리는 신간과 베스트 셀러가 아니라, 고전과 스태디셀러를 더 신임해야 할 것이다.~

p169
@@@~대중은 불안에 쉽게 동요하고 부추겨지기 쉬운 집단이라고 생각해서일까? 돈이 될만하다고 판단한 자본가들과 사업가들이 의료시장에 몰려 들고 있다.~

p170
~최근의 '의료 비즈니스 혁신 모델'에는 기본 전제에 치명적 결함이 있다. '환자'라는 요소를 '싼 가격'과 '편리함'만을 쫓는 수동적 존재로 다루고 있다. 의료추체이어야 하는 '우리' 즉, 환자 자신의 영향력 고려나 배려를 도무지 찾아 볼 수 없다.~
~의과대학에 들어갔다고 떠들썩했던 그 숱한 수재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나? 역시 불안에 떨며 돈벌이에 골몰하고 있거나 혹은 어느 악당의 위성 노릇을 열심히 하고 있나? 환자-의사 관계는 의료의 진정성을 수호할 우리의 마지막 보루다. 의사들은 스스로 자정하고, 잃어가는 신뢰와 공감을 회복해야 한다. 환자들에게 건전하고 올바른 지침을 알려주고 독려하고 함께 움직여야 한다.~

p180
~각자 태도의 문제다.~

p181
~내 대답도 양복장이와 같다. 이틀이다. 하지만, 일주일을 선택한 사람들의 의견도 존중한다. 다채로움은 우리의 힘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는 데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힘이다. 여러 과즙이 섞여 환상적인 맛을 내는 하와이언펀치다.~

p186
내적인 힘
@@@이 책을 쓴 목적은 우리 자신의 힘을 일깨우기 위해서이다. 정책이 바뀌고, 시스템이 달라지고, 사회의 거시적 틀이 때로는 개개인에게 폭력적인 잣대를 들이댄다고 하더라도, @변함없이 우리 각자에겐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오늘 내가 어떻게 살 것인지, 어떤 태도를 견지하며 어떤 선택과 실천을 할 것인지, 내 생명력을 어떻게 보존하고 키우고 가꿀 것인지, 이 책은 의료생활에 있어서의 그것을 얘기하고자 했다.

창해일성소滄海一聲笑: 푸른 바다를 보며 한바탕 웃다
@@@불안이 장려되고 편리가 유혹하는 시대를 항해하는 데에 '소신'은 필수요소다. 흔들릴지언정 불빛을 잃지 않는 소신을 지니기를, 그리고 그 소신이라는 방향타를 잡는 데에 이 책이 작지만 한 보탬이 되길 바란다. 그다지 친절하지도 매끈하지도 않은 풀어냄이지만 이 속에서 줄기차게 펼쳐지는 오히려 치밀한 아르페지오를 들어내시기를. @자, 이젠 여러분의 활달한 지성이 움직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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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8

시_ 그릇1 -오세영

그릇1

                 -오세영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절제와 균형의 중심에서
빗나간 ,
부서진 원은 모를 세우고
이성의 차가운
눈을 뜨게 한다.
맹목(盲目) 사랑을 노리는
사금파리여,
지금 나는 맨발이다.
베어지기를 기다리는
살이다.
상처 깊숙이서 성숙하는 ()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무엇이나 깨진 것은
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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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타인이란 '그릇'을 깨면, 그 깨진 그릇은 나를 향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를 시작으로 사회에까지 범위를 넓혀 그 깨진 그릇은 많은 사람들을 베어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지혜에 대해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그 칼날은 나를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베어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