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이야기 하고난 뒤 C는 그 다음으로 S에게 이야기할 주제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가족공동체가 유지되는 것이 중요한 만큼 그 가족들이 모여 형성되는 사회(Society)도 중요했다. 그러므로 사회(Society) 속에서 한 인간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나와 타인과의 관계에서 인간으로서 지켜야할 아주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예의에 대해 S에게 말하기로 C는 마음 먹는다.
C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우리사회에서 간과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해 볼게요. 얼마전 모 대학교 의대생들이 같은 학년 여학생을 성추행한 사건 알고 계세요?" S는 대답했다. "알죠. 딸을 둔 부모 입장에서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C는 다시 S에게 물었다. "그런데 그 사건이 있은 뒤, 가해자인 남학생들의 부모들이 피해 여학생에게 오히려 잘못이 있다며 대응했던 것은 기억하시나요?" S는 그 사실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눈치였다. 하지만 C는 부모들의 그런 생각과 행동들이 어쩌면 자녀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음을 S에게 넌지시 일러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공부 열심히해서 의대에 들어가기만하면 어떤 잘못을 해도 용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부모가 자녀들에게 보여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왜 가해자의 입장에서만 생각을 할까? 언제인지 모르지만 그들이 피해자의 입장에 서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르시는 것은 아니겠지...
"제가 친구로서 아끼고 존경하는 V에 대해 이야기 해드릴게요. V가 어느 날 심각히 고민을 하다가 제게 이야기를 했었죠. 같이 도서관에서 공부했던 동기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어느 날 그 동기가 돈을 주고 성을 사자는 제안을 했다는 것이었죠. 그러면서 돈을 추고 쾌락을 샀던 이야기를 V에게 들려줍니다. 이에 대해 V가 더 깊게 고민해야만 했던 이유는 그 동기에게는 2년 동안 동기가 공부하는데, 정신적 안식처가 되어준 여자친구가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 V는 남자기 때문에 얼마든지 그런 성적 호기심이 생길 수도 있고 한 번쯤은 실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V는 처음에 그런 제안을 받았을 때 '그냥 여자친구에게 솔직히 말하고 같이 육체적 사랑을 나누는 건 어때? 그게 진정한 사랑 아닐까?'라고 이야기 했죠... V의 동기는 열심히 공부한 결과 흔히 사회에서 말하는 "사"자 들어가는 직업을 갖게 됩니다. 그런 상황에서 V는 다시 동기를 만나게 됐죠. 그런데 동기는 V에게 '내가 다른 친구들이 데려가 달라면 거절하는데, 너니까 내가 모든 비용을 부담할테니 가자, 00가 유명하다니 거기 갈래?'라며 또 다시 돈을 주고 성을 즐기자는 제안을 한 것이죠. V는 '니가 지금 이러는 사실을 너의 여자친구가 알고 있니?'라고 물었고, 동기는 '모르지, 알면 안되지'라고 대답했죠. 그 때부터 V는 동기와의 인연이 끝날 수도 있겠다는 각오를 하고 동기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했다고 합니다. S님은 S님의 따님이 어떤 사람을 사랑하고 혼인했으면 좋겠어요?"
S는 C의 말을 듣고 너무나 자신이 바쁘게만 살아왔고, 또 너무 바쁘다 보니 아이들에게 삶을 살면서 진정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일깨우려는 노력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고개가 숙여졌다. 지식인이라하면 보편적으로 인격과 품성을 기본적으로 갖췄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님 세대들의 고정관념을 깨는 C의 이야기가 어느 정도까지 사실과 진실의 영역에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지식인'이라고 해서 '인격'을 갖췄다는 생각에는 큰 오점들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식과 인격은 그리 큰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다. 인격을 갖추는 것은 지식을 쌓는 과정과는 별도로 또 노력해야하는 영역 아닐런지...우리 사회는 이점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을런지...
C는 마지막으로 S에게 자녀들의 성교육에 대해서 신중한 어조로 이야기했다. "한국의 경우, 지나친 유교주의적 관습과 가부장적인 문화 때문에 성(sex)에 대해 지나치게 보수적인 측면이 많은 것 같아요. 또한 어른들의 올바르지 못한 성생활들로 인해 아이들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인 듯 하고요. 그 만큼 현재 대한민국은 성(sex)에 있어서 선진국의 모습은 아닌 것 같아요. 제 주위의 사람들만 봐도 좋은 대학에 다녔고, 좋은 직장에 다녔어도 성(sex)에 대해서 제대로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을 별로 보지 못했어요. 이는 우리 교육이 지나치게 경쟁위주의 학업에만 학생들을 몰아넣다보니 정작 중요한 '인격'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서 벌어지고 있는 일 같아요. 또한 사람들의 행동패턴이 바쁘다 보니 성(sex)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시간도 없는 게 사실이고요. 학교에서 하는 성교육도 좋지만, 부모님이 직접해주시는 성교육이 더 좋을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말씀드리는데,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남편분과 함께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성교육을 하실 수 있는 기회를 가급적 빨리 가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면 안돼'가 아니라 '왜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되는지'에 대한 이유에 대해 차근차근 잘 설명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인간의 본능적 욕구일 수 있는 성욕을 억제하는 것을 말씀드리는 것이 아니라 성적 욕망을 어떻게 지혜롭게 다스리는지에 대해 아이들에게 이야기 해 주시면 어떨까요? 계속된 억제는 더 큰 욕망을 만들지도 모르니까요."
S는 진심어린 C의 선의에 고마웠다. "부모되는게 정말힘드네요. 그래도 이렇게 방향을 잡아 주니까 너무 다행이고 고맙고, 바쁜데 신경 써줘서 감사해요. 저와 남편은 사는 것에 바빠 돈 번다고 허덕거렸는데 많이 반성 되네요. 바쁜데 부탁하고싶어요. 아이들 교육과 관련해서 좋은정보 알게되면 많이 알려줘요. 이런 정보도 몰랐다는 부분에 부끄럽네요."
C는 S의 고마움을 표하는 마음에 더욱 힘을 얻었다. 먼저 C 주변의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선물하게 되면 사회는 조금씩 긍정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라는 생각에 힘을 불어 넣게 된 것이다. 더욱이 C도 자신의 삶에서 위기를 겪고 있는 중에도 조금이라도 시간을 내어 사회에 긍정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을 실천함으로써 뿌듯한 무엇을 느끼게 되었다. C는 작은 시작이었지만 큰 보람을 느끼고 있었고 더불어 잘 사는 것에 대해서도 실천할 수 있어서 마음이 풍족해짐을 느꼈다.